유튜브 채널 개설 일년 후

지난 4월 초 챗GPT 영상의 폭발로 유튜브 수익화 조건을 만족하게 되었다. 기존 2천명 정도의 구독자에서 빠르게 2천명이 더 늘어났다. 단기간에 늘어난 2천명은 내 채널의 충성 시청자라고 보기 힘든 허수에 가깝다. 실제로 구독자가 두 배 정도 늘어났지만 그 전후로 시청시간은 괄목할만한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멤버십을 통한 수익화 이야기다. 기존 내 영상을 보고 너무 도움이 되겠다고 한 사람들, 멤버십이 있다면 반드시 가입하겠다던 사람들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결국 컨텐츠에 대한 만족은 '무료임을 전제로 한' 만족감인 것이다. 멤버십 가입을 촉진하기 위해서 유튜브에서는 여러가지 제안을 한다. 영상 중에 멤버십에 대해 언급을 하라든가, 멤버십에 대한 혜택을 차별화 하라는 등의 이야기다. 한 두 달 실험들을 해보며 내 채널의 멤버십은 그런 식을 활성화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내가 운동을 하고 싶어서 헬스장에 등록해서 즐겁게 지내고 있는데, 옆에 있던 트레이너가 와서 PT를 받아볼 것을 권유한다. PT를 받으면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굳이 그 정도까지 나는 운동을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주기적으로 트레이너는 옆에 다가와서 PT를 받아볼 것을 넌지시 권한다. 나는 점차 부담스러워서 헬스장을 가지 않게 된다. 이것이 지금 내 유튜브 채널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나리오다. 내가 멤버십 언급을 하면 할수록 조회수와 구독자가 줄어든다 (또는 증가세가 줄어든다) 결국은 타겟 고객의 문제다. 내가 큰 돈을 내고 PT를 받는다면, 나는 이미 PT의 유용성에 대해서 느끼고 마음의 결정을 내린 상태이다. 그렇다면 내 채널의 멤버십 역시도 이런 주제에 대해 심도있게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 대상이어야 한다. 라이트한 시청자들에게 자꾸 "PT"를 권하는 것은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멤버십 영상 홍보 게시물을 모두 삭제 했다. 영상 내에서 멤버십 홍보 배너가 딱 두 번씩 뜨는 것만 남겨 두었다. 타겟 고객을 설정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예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컨텐츠 분야에서는 '나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받는 고객을 만족 시켜야겠다는 부담감은 점차 나답지 못한 컨텐츠를 만들고 이것은 기존에 내 컨텐츠에 만족하던 시청자들도 떠나게 만든다. 1. 날파리 같이 귀찮게 홍보하지 않기 2. 시청자를 고려하되 나다움을 잃지 않기 개설 후 일 년이 지난 시점 새로운 실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디언 기우제 찬양 - 꾸준함에 대하여

나이가 들어갈수록 꾸준함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지만 꾸준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게으른 사람이라고 꾸준한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침잠이 많아서 꾸준할 수 없다면, 꾸준해야 할 일을 저녁에 하면 됩니다. 난 매일 어떤 일을 하기에는 게으르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하게 무언가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꾸준함은 게으름과 대치되는 것이 아닌 다른 의미의 가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꾸준함은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두 그룹을 나누어 한 그룹은 제한된 시간 내에 제한된 결과물을 내게 하고, 다른 그룹은 시간을 제한하지 않고 계속해서 더 많은 결과물을 요구한 실험이 있습니다. 후자의 그룹에서 훨씬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고 합니다. 유명한 예술가들도 공개되지 않은 수많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결국 시도하는 양이 받쳐줘야 창의적이고 멋진 결과물이 나온다는 뜻입니다.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횟수를 늘린다는 측면에서 꾸준함의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횟수를 늘리다보니 역설적으로 품질이 낮은 결과물도 많아집니다. 이럴 때는 지나친 자괴감을 느끼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뜬금없이 갑자기 나타난 듯한 스타 배우들이 있습니다. 그런 배우들을 보게 되면 그들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봅니다. 적어도 십여년은 된 경력에 단역부터 시작한 배우들이 많습니다. 차차 연기 경력을 쌓고 좀 더 좋은 기회를 잡으면서 조연에서 주연까지 온 그들은 경험에 걸맞는 탄탄한 연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스로 계속해서 발전하면서 그 바닥에서 살아 남는 꾸준함을 보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옵니다. 제가 걸어온 길도 쉽지는 않았지만 뒤를 돌아보면 일관적인 커리어패스가 어느 정도는 보입니다.

저는 요즘 개인 브랜딩에 관심이 많습니다. 내가 잘하는 것들을 알리고 싶고, 더 많은 기회를 가지고 싶으며,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습니다. 저는 2019년부터 운영한 유튜브 채널이 하나 있습니다. 구독자가 2400명 정도 되는 채널인데, 초기 전략을 잘못 수립하는 바람에 죽어버린 채널이 되었습니다. 주제의 일관성을 가지고 시청자를 조금 더 배려하여 빠른 호흡으로 가는 채널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 채널은 이제 구독자가 400명 가량 됩니다. 안타까운 점은 기존 운영하던 채널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이고, 좋은 점은 제가 다시 채널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거의 실패 경험은 저에게 오히려 자신감을 가지게 해주었습니다. 처음 채널을 만들 시점에는 구독자 천 명이 불가능한 목표로 보였지만, 지금은 꾸준함만 있다면 구독자 천 명은 당연히 달성 가능한 목표로 보입니다.

이 채널이 실패할 수도 있고 저의 브랜드는 여전히 미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강의나 컨설팅 요청이 들어오기도 하고, 저의 영상을 보고 저와 일하고 싶어서 회사에 지원했다는 분도 만나게 됩니다. 일주일에 영상 하나, 블로그 글 하나 올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꾸준함을 지키기 위한 창작의 고통을 매주 마주합니다. 어린 시절 저는 꾸준히 하루 2시간 이상씩 운동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35살이 되면 아저씨가 될 것이 분명하니 운동을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40대 중반이 된 지금 저는 그 결정이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함이 끝나는 시점은 언제일까요? 꾸준함은 끝나지 않기 때문에 꾸준함인 것 같습니다. 운동을 마음 먹었다면 건강을 위해서 평생하는 것이고, 성공을 마음 먹었다면 내가 원하는 기준의 성공을 할 때까지 꾸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꾸준함은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습니다. 꾸준한 시도는 실패와 교훈을 차례로 낳습니다. 저는 오늘도 인디언 기우제를 지내듯이 블로그에 글 하나를 더합니다.


유튜브 알고리즘 유감

영상의 퀄러티에 신경 쓸수록 조회수는 떨어지는 아이러니


내가 유튜브 채널을 실패한 방법과 교훈

나는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못 참겠다는 이유로 2019년 7월 18일 유튜브 채널에 첫 동영상을 올리게 된다. 그리고 약 3년이 지난 지금 나의 채널은 장렬하게 전사했고, 나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이 없도록 그 역사(?)를 기록해 둘 필요성을 느낀다. 내가 채널을 개설하며 하고 싶었던 말들은 직장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일들에 대해 성토하고,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식들을 전하고 싶었다. 특히 프로젝트는 어느 회사에서든 다루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프로젝트 매니저로 오랜 기간 일한 나의 노하우를 전하고 싶었다.

천 명의 구독자를 모을 수 있을까?

보통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면 구독자를 어떻게 늘릴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수익까지 올리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강화된 유튜브의 수익 발생 조건에 지레 포기할 수도 있다. 구독자를 100명 모으는 것도 쉽지 않은데, 구독자 1000명을 모아야 하다니… 거기다 년 시청 시간이 4천 시간을 넘어야 한다는 것은 채널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불가능해 보이는 허들이다. 초기에 부끄러움을 이겨내며 주위 지인들에게 채널을 소개했고, 하루에 구독자가 45명이나 증가했다. (물론 이후에 이런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았다)

하루에 3명 정도씩 구독자가 늘어나면 1년 정도면 구독자 천 명을 확보할 수 있다. 2년이 좀 지난 시점에 나는 어찌저찌 하여 유튜브의 수익 조건을 만족시키게 되었다.

하나의 대박 동영상은 독이 될 수 있다

내가 수익 발생 조건을 달성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동영상이 하나 있다. Jira에서 Big Picture라는 플러그인을 사용해서 디펜던시와 간트 차트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이다. 누추한 나의 채널에서 1.8만회라는 빛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영상이 효자 노릇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이 영상은 나의 채널을 죽이는 주인공이 되었다.

보통 유튜브에서 채널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메카니즘은 다음과 같다고 알려져 있다. 어느 순간 하나의 영상이 대박이 터지고, 채널 내의 관련 영상들이 같이 조회수가 올라가서 채널 자체가 성장한다. 그런데 내 채널에서의 문제는 Jira의 사용법을 원해서 들어온 수많은 시청자들이 나의 다른 영상들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점이다. Jira라는 특정한 툴을 사용하는 방법은 궁금했지만, 그 이전 필요한 프로젝트 관리에 대한 마인드나 이론들은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본 영상을 바탕으로 유사한 영상을 추천하여 시청시간을 늘린다고 알려져 있다. 나의 채널에는 Jira 사용법과 그 외의 프로젝트 관련 영상들이 있었는데, 그 둘 사이에는 완벽한 벽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내 구독자 증가는 90% 이상이 Jira 사용법 영상에서 발생했다. 이 구독자들은 Jira 사용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내 채널의 다른 영상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상한 일이 발생한것이다. 결국 내가 꿈꾸던 내 채널의 정체성을 좋아하는 구독자가 아닌 엉뚱한 구독자들이 채널에 모였고, 나는 그들이 원하지 않는 영상을 계속해서 생산하는 반란군 같았다.

나는 이 현상을 강화시키는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 구독자와 수익의 대부분이 Jira 사용 영상에서 발생한다면, 최신 버전의 Jira 사용 영상을 찍으면 추가로 구독자와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촬영한 영상이 아래의 영상이다. 나의 예상대로 이 영상도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리고는 내가 원하지 않는 Jira 사용법이라는 정체성을 더 강화시켰다.

내 채널이 왜 망했을까?

나는 내 채널이 망한 이유를 분석해 보기로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내 채널에는 일관성이 없었다. 나는 프로젝트 관리에 대한 내용을 올렸고, Jira 사용법을 올렸고, 면접에 대한 이야기, 책 소개, 헤드헌터에 대한 이야기 등등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주제를 올렸다. 결국 주제의 일관성이 없었기 때문에 내 채널은 특정한 요구를 가진 시청자들에게 안정적으로 전달되지 못했다.

주제의 일관성 외에도 나는 일관되지 않은 업로드 주기로 시청자들을 실망시켰다. 심지어 내가 회사에서 맡는 역할에 따라 채널의 이름을 계속해서 바꾸는 만행도 저질렀다. 수익 조건을 달성하고 대부분의 수익이 두 개의 Jira 사용법 영상에서 발생하는 것을 보고, 나는 영상을 업로드할 동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 일을 아예 접어버리는 나쁜 습관이 있다. (이렇게 사라진 나의 블로그도 여럿이다) 2021년 가을쯤 나는 모든 영상을 비공개로 돌려버렸다.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채널을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 것도 이유가 되었다.

그 기간 동안 내 채널은 상태가 점차 나빠져 구독자는 감소하게 된다. 매우 오래 활성화 되지 않았던 채널에 새로운 영상이 올라오면, 구독자는 그것을 기뻐하기 보다는 구독 취소를 해야 할 신호로 받아들인다. 다시 영상이 올라올지 아닐지 모르는 불안정한 채널을 좋아할 구독자는 없다.

어쩌면 일관성을 지키지 않은 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내가 시청자를 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는 애초에 채널의 정체성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가 하고 싶은 시점에 하는 것으로 정했다. 정말 이것을 원했다면 나는 그냥 일기를 썼어야 한다.

시청자들이 나에게 아무 것도 주는 것이 없는데, 내가 굳이 시청자를 먼저 생각했어야 하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청자들은 나에게 주는 것이 있었다. 나는 내가 하는 이야기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내 영향력을 넓히기를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얻어야 했고, 시간을 얻어야 했다.

결국 시청자들의 관심과 시간을 내가 차지할 수 있다면, 영향력을 넓힐 수 있고 금전적인 수익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한다는 것은 채널을 운영할 의지가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몇 십회도 되지 않는 조회수에 힘이 빠지거나, 하나의 교실 안에 있는 학생 정도는 내 영상을 봤으니 충분하다고 자위하지 않으려면 시청자들을 위한 영상을 만들고, 그들의 반응을 살펴야 했다.

이런 마인드였기 때문에 나는 한 시간짜리 영상을 편집하지 않고 업로드 했고, 자막도 넣지 않았다. 결국 고객 중심이 아닌 생산자 중심의 마인드로 운영한 채널은 파리가 날리는 음식점처럼 폐점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누구보다 소비자 위주로 생각해야 할 프로덕트 매니저가 이렇게 생산자 중심으로 채널을 운영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래서 이제 뭘 하고 싶은건데?

기존 채널의 이름은 다시 ‘프로젝트 매니저’로 바꾸고, 추가로 영상은 거의 올리지 않을 생각이다. Jira 사용이나 노션 사용에 대한 툴사용법을 올리고 싶어지면 활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채널을 삭제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그러지는 않기로 했다. 업로드 된 영상들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영상이고, 내가 Jira 전문가로서 인정받는 증거이기도 하다.

새 채널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 채널에서는 시청자가 원하는 정보를 주고, 내가 원하는 것을 달성하는 윈윈 관계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영상을 통해 내가 전문가임을 인정받고, 개인 브랜드를 만들고 영향력을 가지는 것이다. 회사 생활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려면 채널을 따로 생성하는게 맞다. 새 채널은 프로덕트 매니저에 관한 정체성을 가져갈 생각이다.

프로덕트 관리와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프로젝트 관리, 그리고 특정 범위를 관리하면 고민할 수 밖에 없는 리더십에 대한 내용을 업로드 할 예정이다.

이전 채널에서 했던 이야기들과 크게 다른 이야기가 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Jira 사용법 때문에 꼬여버린 채널에서 조회수가 몇십회에서 몇백회만 발생한 것을 보면, 내 이야기가 아예 노출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구독자가 0인 상태에서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기존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으로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은 하는 것이 맞는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