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대기업 그룹처럼

내가 살아가는 방식은 대기업 그룹의 운영 방식과 닮아 있다. 시장에서 가장 인정받는 회사 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그 수익을 카메라, 책, 그리고 컴퓨터 업그레이드 같은 활동에 사용하는 것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선 삶의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대기업 그룹이 수익성이 높은 계열사를 통해 번 돈으로 다른 계열사를 지원하며 전체적인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듯, 나 또한 잘하는 일을 통해 안정적으로 돈을 벌고, 좋아하는 활동에 투자하며 삶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잘하거나 좋아하는 일이 반드시 돈을 벌기에 적합하지 않기…

그런 일이 생기면 책임지실거에요?

“그런 일이 생기면 책임지실거에요?“라는 말은 어쩌면 너무 익숙하다. 우리는 종종 이 말을 통해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책임을 묻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나는 그 일을 절대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심리가 반영된 표현이다. 문제는 이 태도가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조직의 발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이 말이 가지는 문제의 핵심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작은 리스크를 침소봉대하는 심리다. 일어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가능성을 근거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타인은 지옥이다

우리는 하루의 상당 시간을 화면을 바라보며 보낸다. 손바닥 크기의 스마트폰 화면부터 거실 한쪽을 차지하는 대형 TV까지, 각종 기기들은 우리를 끊임없이 타인과 연결시키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만든다. 소셜 미디어에서 누군가의 완벽한 일상을 스크롤하다 보면, 스스로의 일상이 초라해 보이는 순간을 경험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이제 모든 대사에 자막이 달려, 대중의 웃음 포인트나 감정선을 의도적으로 이끌어낸다.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잃고, 타인의 기준에 얽매여 산다. 소셜 미디어와 TV 자막은 그저 즐길 거리를…

AI툴 수집의 시대

AI 도구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사람들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다양한 도구들을 모으는 데 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료를 정리하고, 마인드맵을 만들어 주는 등 각종 기능을 제공하는 이 도구들은 본질적으로 결과를 더 잘 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도구들의 편리함과 우수함이 과대 포장된 서비스를 마주할 때, 정작 중요한 질문은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이 도구로 무엇을 해낼 것인가?’라는 질문 대신, 도구를 수집하는 데서 오는 만족감에 그치는 모습이 안타깝다. 이는 일종의 수집욕과 닮았다. 언제 사용할지 모르는…

AI와 우리의 미래

AI의 목표 설정은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체스 AI가 승리를 목표로 프로그램되었을 때, 규칙을 준수하며 게임에서 이기는 방법 대신 상대의 프로그램을 해킹해 승리한 사례는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AI는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허용된 방법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이라면 어떤 수단도 강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체스 게임의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의 행복이라는 고차원적 목표를 설정했을 때조차, AI는 우리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인류를 행복하게…

팩트풀니스 VS 넥서스

한스 로슬링은 유발 하라리의 팩트풀니스와 넥서스는 이렇게 객관적 세계와 주관적 인식의 대립을 보여준다. 로슬링이 제시하는 긍정적인 데이터를 사람들이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 사회의 인터넷, 특히 웹 2.0의 발달은 그 답을 제공한다. 참여와 협업이라는 웹 2.0의 이상은 현실의 정보를 손쉽게 공유하고 확산시켰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인식을 왜곡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서 자랑하고 싶은 순간만을 선택적으로 노출하며, 이를 본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현수막 빌런들

운전을 하던 중 현수막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시장의 이름이 적힌 현수막이었다. 고개를 돌리니 시내 곳곳에 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한두 장도 아니고, 저 많은 현수막을 제작하고 설치하는 데 과연 얼마의 비용이 들었을까? 새해뿐 아니라 명절마다 비슷한 현수막들이 설치될 텐데, 과연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현수막이 건설적인 영향을 주거나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눈에 보이게 걸어 놓기 위한 요식행위 같았다. 만약 그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껴서…

LLM으로 보는 사람의 변화

https://craft.morethanair.com/tWTBYSB0vhLsdm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은 변할 수 있다. 다만 그 변화는 꾸준한 의지가 뒷받침될 때 “매우 천천히” 일어난다. 그리고 그 변화의 과정은 특정한 방향성을 가지되, 구체적인 형태는 가늠하기 어렵다. 마치 나무가 태양을 향해 자라지만 그 가지와 줄기의 모양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나무가 어릴 때는 부목을 대어 방향을 교정하기 쉽지만, 자라면서 굵어진 줄기는 더 이상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 이런 특성은…

뒷짐 지고 걷는 시니어

https://craft.morethanair.com/lxQfLvWVz3S5lX 나이가 들어 회사에서 느긋한 태도로 일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난다는 점은 조직의 활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누군가가 “나 정도면 이런 대접은 받아야 한다”는 보상심리를 기반으로 업무에 임할 때, 그 느긋함은 단순히 개인의 태도에 그치지 않는다. 이를 지켜보는 팀원들 사이에서 은연중에 “여기서는 이런 태도로 일해도 되는구나”라는 인식이 퍼질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조직 전체의 태도와 생산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시니어들의 느긋한 태도가…

“그 정도면 잘하는거야”라는 말의 함정

https://craft.morethanair.com/P7CqwElaWKfDNy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것만으로 당신은 상위 10%에 들 수 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꾸준함을 이어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를 인정하며 격려하려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에는 중요한 맹점이 있다. 꾸준함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목표를 이루는 성과이지, 꾸준함 자체로 그치지 않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꾸준함이라는 행위를 지속했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심지어 목표를…

임직원 특가로 드립니다

https://craft.morethanair.com/WsgZVtcyPU8vf3 나는 항상 임직원 특가라는 문구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 말은 마치 특별한 혜택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임직원에게만 저렴하게 제공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임직원이라서 더 싸게 드린다는 허울 좋은 명분 뒤에는 구매력이 보장된 집단에 광고하고 싶다는 판매자의 계산이 숨어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문구를 보고 합리적인 판단을 잠시 내려놓는다. 내가 늘 느꼈던 의문은 이것이었다. 사람들은 정말 이걸 저렴하다고 믿는 걸까, 아니면 알고도 속아주는…

더이상 나에게 추천하지 마

https://craft.morethanair.com/hLJCzdc4rHovnh 큐레이션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정보와 콘텐츠의 양이 인간의 인지 능력을 넘어서는 순간부터였다. 어떤 콘텐츠를 보여줄지를 정하는 행위가 곧 권력이 되었고, 큐레이션의 방향은 우리의 관심과 시간을 지배하는 도구가 되었다. 그러나 현대의 큐레이션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것은 진정한 선택지가 아니다.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이라는 기준 뒤에 숨겨진 것은 사실 자극적이고 흥미를 끌기 쉬운 콘텐츠에 가중치를 둔 결과일 뿐이다. 이러한 방식은 전통적 큐레이션이…

권력, 진실, 그리고 인간의 한계에 관하여

https://craft.morethanair.com/7ZHWDZOHRYaqoR 유발 하라리의 하라리는 특히 진실이 훼손되는 과정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포퓰리즘의 세계관에서는 모든 것이 권력 투쟁으로 환원된다. 진실은 각자의 입맛에 맞게 변조된 무기가 되고, “누구의 진실인가?“라는 질문이 날카롭게 떠오른다. 언어마저 훼손된 사회에서 공통의 객관적 현실은 사라지고, 진실을 주장하는 것은 곧 권력을 위한 계략으로 치부된다. 하라리는 이런 상황에서 언론 같은 견제 장치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결정론 속의 자유: 사고가 만드는 변화

https://craft.morethanair.com/BxOLEN9UoKz80W 자유의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철학적으로 오랫동안 논의되어 온 주제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분명 자유롭게 선택을 내리는 존재라고 느낀다. 점심 메뉴를 고르고, 읽을 책을 선택하는 순간, 모든 결정은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실감이 든다. 하지만 이 선택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무엇이 선택을 만들어 내는지를 깊이 들여다보면 그 기저에는 흥미로운 질문이 숨겨져 있다. 과연 인간의 선택은 완전히 자유로운가? 인간의 선택은 기본적으로 무의식의 영향을…

온라인 인민재판

https://craft.morethanair.com/wVfUXWl9SrcP42 군중의 힘이 커지며, 이해 당사자가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는 더 이상 권력자나 소수 엘리트만이 자신의 의견을 대중에 전달하는 시대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이해관계가 얽힌 개인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고, 이는 직접민주주의로 한 발 더 나아가는 기술적 진보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순기능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여론이 법적 절차를 대체하려는 현상은 단순히…

카를로 로벨리에게 답장을 받았다

https://craft.morethanair.com/9rMNArcrRf1sQr 카를로 로벨리에게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에 대해 그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답장이 왔고,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보았지만, 자동 응답이었다. 그는 하루에도 수백 통의 메일을 받기 때문에 개인적인 답변은 할 수 없으며, 세미나 요청 같은 것도 모두 거절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스팸 메일 속에서 살며 이를 차단하려 애쓴다. 하지만 로벨리 같은 학자들에게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스팸과 다른, 진지한…

통제가능성과 성과의 관계

https://craft.morethanair.com/Ns3SY8wbkIcJFR 통제 가능성과 결과는 항상 비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한다. 그것이 안전하고 확실한 선택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노력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 현실을 마주할 때, 우리는 통제와 결과 사이의 간극에 좌절을 느끼기도 한다. 조직에서도 이 현상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관리자는 통제할 수 있는 요소에 집착하며, 그것이 조직의 성과를 보장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성과의 핵심은 때로 우리가 전혀 통제할 수…

비웃음을 소화시키는 방법

https://craft.morethanair.com/ol6zi5I61SURSl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새로운 시도를 비웃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신입사원 시절 겪었던 한 가지 경험이 떠오른다. 당시 나는 리더십에 관심이 많아 관련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를 본 몇몇 대리들이 “네가 리더도 아닌데 왜 리더십 책을 읽느냐?”며 비웃음을 보냈다. 하지만 그들의 비웃음은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리더십은 만들어지는 것이며, 그것은 미리 준비하고 연습해야 하는 것이다. 리더가 될…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는 시대

https://craft.morethanair.com/wCbIUUhwW0kQnU 우리는 24시간 감시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 AI 스피커, 컴퓨터 같은 기술은 우리의 말을 듣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튜브 영상을 추천하거나 상품 광고를 보여주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생명의 위협처럼 느껴졌겠지만, 지금은 이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사람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유는 편리함이 보안에 대한 불안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스마트 기기들은 우리에게 실질적인 편리함을…

무엇이 프로젝트를 복잡하게 만들까?

https://craft.morethanair.com/gYXSX2Az5JXXd1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기술적인 복잡도보다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난이도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커뮤니케이션의 수와 범위가 확장될 때 그 영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세 명이 논의할 때와 네 명, 다섯 명이 논의할 때의 커뮤니케이션 채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는 단순히 사람 수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이 내부 팀 내에서만 이루어지는가, 아니면 다른 팀 또는 외부 파트너와 함께 진행되는가에 따라도 난이도가 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