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혜성의 덫: 무료지만 빚지는 마음

가을이 오면 언제나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먼저 나를 반긴다. 온도가 내려가면 자연히 타이어의 공기압도 줄어들고, 그 결과 불안한 마음이 들게 된다. 작년엔 경고등이 뜨고 나서야 급하게 타이어 가게를 찾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마침 나들이 중이었고, 예고 없이 찾아온 상황은 내게 번거로움과 불편함을 선사했다. 그래서 올해는 선제적으로 타이어 가게에 들러 미리 공기를 채우기로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불편함이 따라왔다. 타이어 가게에서 제공하는 공기압 주입 서비스는 무료였다. 그 자체로는 분명 고객을 위한…

프로젝트 성공의 숨은 비결: 치명적 디펜던시를 먼저 파악하라

프로젝트 관리에서 성공률을 높이는 핵심은 디펜던시 관리다. 특히 FS 디펜던시는 후속 작업의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진행했던 프로젝트에서도 이러한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은 사례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비용처리와 같은 재무 관련 프로세스가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었는데, 이를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프로젝트 성공에 있어 필수적이었다. 재무나 법무와 같은 부서와의 협업은 필연적으로 신중하고 보수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이들은 법적, 재정적 요인과 깊이 연결되어 있어 매우 보수적일 뿐만…

성과 중심과 관계 중심의 갈등: B2B와 B2C 사내 문화의 차이

B2B와 B2C 환경에서는 사내 구성원들 간의 관계에도 큰 차이가 생긴다. B2B는 계약에 따라 업무의 목표나 기간, 범위가 명확하게 정해지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주로 프로젝트의 성공에 집중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런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 흔하지 않다는 점이다. 역량이 부족한 리더가 프로젝트를 이끌 때, 구성원들은 높은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목표와 요구 사항은 명확한데 리더가 이를 제대로 이끌지 못하면, 결국 구성원들이 각자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이로 인해 부담이 커지기…

B2B 기업에 AI를 파는 일, 왜 이렇게 힘든가?

AI 기술이 비즈니스에 도입되면서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B2C 기업에서는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개선하며 즉각적인 피드백을 통해 성공적으로 도입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B2B 기업의 경우, AI 도입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며, 이는 주로 의사결정 구조의 복잡성과 실무자의 비합리성에서 기인한다. B2C 기업에서 AI 도입은 주로 내부 사용자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경험했던 한 사례에서도, B2C 기업은 AI 도입 결정을 자체적으로 주도하며, 합리적인 기준에…

끊임없이 성장하는 자세: 워라벨 속에서도 나아가기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워라벨(Work-Life Balance)을 중요시하며, 승진이나 경쟁보다는 현재의 자리를 유지하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경쟁이 기본이 되는 환경이다. 직장 내에서든, 개인의 성장 과정에서든 한 자리에 머무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흘러가는 강물에서 열심히 헤엄치지 않으면 하류로 떠내려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노력이 없다면 도태되기 쉽다. 그렇다면, 워라벨을 유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성장은 단순히 승진과 같은 외적 성취로만…

통제의 덫: 왜 상사의 간섭이 성과를 망치는가?

얼마 전 아이들이 미술 대회에 나갔을 때의 일이 떠오른다. 아이는 풍경화를 자유롭게 그리고 싶어 했지만, 와이프가 계속해서 그림에 개입했다. 한 번은 “네가 알아서 해”라고 했다가도, 잠시 후 다시 간섭하며 아이에게 사람을 그리라고 했다. 결국 아이의 그림은 주제와 맞지 않게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결과물이 되고 말았다. 엄마의 간섭으로 인해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없었고, 그림은 주제에서 벗어나버렸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회사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위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은 상사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로 인해…

내가 마지막에 말하는 이유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내 의견이 늘 옳다고 믿었다. 동료들이 단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보고, 그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곤 했다. 나는 다르게 생각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미래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다. 그래서 당장 눈앞의 문제에만 집중하는 사람들보다 나의 판단이 종종 더 정확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문제를 미리 예측하고 대응하는 데 익숙했기에, 내가 옳다는 확신이 있었다. 특히, 똥인지 된장인지 굳이 찍어 먹어보기 전에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꼰대가 필요한 시대가 온다

90년대의 직장 문화는 엄격하고 보수적이었다. 정장 차림이 기본이었고, 상사의 말에 대꾸는 엄두도 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문화도 점차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방향으로 나아갔다. 구성원 간 격의 없는 대화가 가능해졌고, 복장 역시 자유로워져 가벼운 복장으로 회사에 출근하거나 외부 미팅에 나서는 이들도 생겨났다. 형식과 제약을 탈피해 자율성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자유가 어느 순간 방종으로 이어지면서 직장 내 규율이 무너지고, 직책자의…

같은 페이지를 유지하는 커뮤니케이션의 기술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려면 효율적이고 명료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다. 내가 생각하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란 단순히 논리적으로 조리 있게 말하는 것을 넘어선다. 특히 상대와 내가 같은 이해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지 계속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나는 이를 위해 미팅 중에 자연스럽게 패러프레이징(paraphrasing)을 사용하는 습관이 있다. 상대가 말한 내용을 내 말로 다시 한번 정리해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요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사람들은 각자 머릿속 생각을 기반으로 대화하다 보니, 같은…

엘레베이터 관리의 책임자는?

최근 여러 분야에서 고객이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된다. 플랫폼에서 상품을 주문했는데 배송이 지연될 경우, 고객센터에서 받는 답변은 보통 택배사로 직접 연락하라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고객이 처음 컨택한 창구에서는 단순히 책임을 외주사나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고객은 여기저기 연락을 돌리며 책임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자주 놓인다. 이처럼 책임을 전가하고 본인들은 뒤로 빠지는 태도는 매우 무책임해 보인다. 오늘 아침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스스로를 지키는 관계 정리의 기술

과거 직장에서 만난 한 선배는 나를 볼 때마다 습관처럼 부정적인 말을 던졌다. “왜 이렇게 피곤해 보이냐?” “오늘따라 얼굴이 안 좋다” 같은, 겉으로는 챙겨주는 것 같지만 결국 나를 평가절하하는 말들이다. 처음에는 무심코 흘려들었지만, 만날 때마다 반복되는 부정적 피드백은 나를 서서히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사람은 서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성장할 수 있지만, 이런 말은 에너지를 갉아먹고 나를 낮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런 경험은 ‘나의 약점만을 들추는 사람과 가까이 지내지 말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직장에서도…

회사의 성과를 결정짓는 두 개의 축

회사의 성장은 대표의 꿈과 상상력, 그리고 비전의 크기를 넘어서지 못한다. 이 말은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최대치가 대표의 그릇에 따라 정해진다는 의미와 같다. 대표가 품은 꿈과 목표가 클수록, 회사가 이룰 수 있는 최대치는 커지지만, 그 반대라면 회사는 그 한계를 넘기 어렵다. 회사의 실링을 정하는 것이 대표의 비전이라면, 이 실링을 얼마나 빠르게, 효율적으로 채워가느냐는 구성원들의 역량에 달려 있다. 구성원들이 가진 지식과 업무 수행 능력, 그리고 회사 내에서의 협업 역량 등이 대표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고?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라는 말은 언뜻 공정해 보이지만, 사실상 실속 없는 주장이자 비현실적인 사고에 가깝다. 회사와 직원이 생각하는 ‘월급 받은 만큼’의 기준이 다르고, 애초에 이를 정량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는 보통 월급을 성과와 목표 달성의 기대치로 본다면, 직원은 그저 시간의 대가로 여길 수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기에 ‘월급만큼’이라는 기준에는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 결국 이 말은 실질적인 성과나 의욕과는 무관하게, 근무 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있기만 하겠다는 태도로 이어지기 쉽다. 이런…

기업의 목표 달성은 왜 이리 어려울까?

나는 사진을 찍을 때 가끔 사진 대가들의 작품을 찾아본다. 그들의 구도와 톤에 영향을 받으면, 내 사진도 더 멋지게 찍히고 보정에도 한층 신경을 쓰게 된다. 하지만 한동안 대가들의 작품을 보지 않으면, 점점 예전 습관이 나와 내 사진의 임팩트가 줄어든다. 이런 경험을 할 때면, 기업에서 목표를 관리하는 일이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목표를 설정하고도 이를 꾸준히 돌아보고 관리하지 않으면 목표의 본질은 희미해지고, 어느새 원래의 관성에 따라 가던 길로 돌아가기 쉽다. 기업들이 목표를 설정하는 데에 오랜 시간을…

갈등 속 본질을 찾아내는 린치핀 매직

음주운전이 좋지 않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문제를 두고 처벌 강도에 대한 논의로 들어가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음주운전에 대해 극단적으로 사형까지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고가 없었다면 경고로 넘어가자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디테일한 차이에 얽혀 반복되는 논쟁은 조직에서도 흔히 발생하며,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사소한 차이점에 집중한 나머지 논의가 깊어질수록 감정적 대립으로 흐르기 쉽고, 결국 진정 중요한 상위 기준은 잊힌 채 각자의 신념을 고수하는 데 에너지를 쏟게 된다. 협업의…

흐려지는 현실과 다가오는 가상

커튼 뒤 위엄을 뽐내던 오즈의 마법사가 사실은 연약한 노인에 불과했던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가 이제는 단순한 동화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는 시대가 되었다. 인스타그램 속 멋진 모습들은 사실과 거리가 멀고,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가상의 존재처럼 느껴진다. 버추얼 BJ가 방송을 주도하고, 남성이 여성 캐릭터와 목소리로 무대를 꾸미며, AI가 댓글로 여론을 형성하는 요즘, 우리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이미 무너지고 있는 세상 속에 살고 있다. 특히 이 변화 속에서 사람들이 어느새 이러한 경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상사의 머리속 정답 맞추기 게임

회사 생활에서 때로는 상사가 구체적인 지시 없이 정답만을 기대하는 상황에 부딪힐 때가 있다. 상사의 머릿속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팀원들에게 그 답을 직접 알려주지 않고 추상적인 기대만을 남긴 채, 계속해서 “이건 아니야”라고 말할 때 일이 더욱 복잡해진다. 이런 상사들은 마치 포수의 사인을 계속 거부하는 투수와 같다. 명확한 지시 없이 답만을 요구하니, 팀원들은 끝없는 시행착오 속에서 방향을 잃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상사는 세 가지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다. 첫째, 모든 디테일을 스스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필요할 때만 다가오는 동료, 당신도 이런 경험 있나요?

회사 생활에서 동료와의 관계는 업무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에게 필요할 때만 다가오고, 정작 협업 요청에는 반응하지 않는 사람은 피로감을 주기 마련이다. 이전 직장에서 만났던 P라는 동료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P는 협업 요청을 하면 늘 상사의 허락이 필요하다며 핑계를 대거나 답변을 미뤘지만, 막상 자신이 도움이 필요할 때는 몇 층을 걸어 내려와서까지 나를 찾곤 했다. 도움을 요청하며 우는 소리를 하는 모습에 마음이 약해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가 얼마나 전략적으로 행동하고 있는지 깨닫게……

슬랙에서 벌어지는 심리전: 왜 우리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방어적으로 변할까?

현대의 디지털 업무 환경에서 슬랙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툴은 필수적인 협업 도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공개적인 소통의 장에서는 사람들이 때로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며, 논의가 격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와 심리적 압박이 결합되면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다. 슬랙은 개방된 대화 공간을 제공한다. 팀 내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인식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강한 압박을 느끼게 된다. 마치 경기장에 들어선 선수처럼 실수하지 않고 완벽한…

공중도덕의 의미

어제는 혼자 설렁탕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나는 창가에 자리잡았고, 이미 단 간식을 많이 먹었기 때문에 별로 식욕이 없는 상태에서도 밥 같은 것을 먹고 싶어서 설렁탕을 먹었을 뿐이다. 저 멀리 대각선 건너편으로 행색이 초라한 12명 가량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이미 소주를 몇 병은 마시고 얼큰하게 취해 있는 상태인 것 같았다. 그 중 2~3명은 한국말임에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든 소리로, (그게 발음 때문이었는지 지나치게 크게 말해 울리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끊임없이 좌중을 압도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커다란 웃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