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 로벨리에게 답장을 받았다

https://craft.morethanair.com/9rMNArcrRf1sQr 카를로 로벨리에게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에 대해 그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답장이 왔고,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보았지만, 자동 응답이었다. 그는 하루에도 수백 통의 메일을 받기 때문에 개인적인 답변은 할 수 없으며, 세미나 요청 같은 것도 모두 거절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스팸 메일 속에서 살며 이를 차단하려 애쓴다. 하지만 로벨리 같은 학자들에게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스팸과 다른, 진지한…

통제가능성과 성과의 관계

https://craft.morethanair.com/Ns3SY8wbkIcJFR 통제 가능성과 결과는 항상 비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한다. 그것이 안전하고 확실한 선택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노력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 현실을 마주할 때, 우리는 통제와 결과 사이의 간극에 좌절을 느끼기도 한다. 조직에서도 이 현상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관리자는 통제할 수 있는 요소에 집착하며, 그것이 조직의 성과를 보장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성과의 핵심은 때로 우리가 전혀 통제할 수…

비웃음을 소화시키는 방법

https://craft.morethanair.com/ol6zi5I61SURSl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새로운 시도를 비웃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신입사원 시절 겪었던 한 가지 경험이 떠오른다. 당시 나는 리더십에 관심이 많아 관련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를 본 몇몇 대리들이 “네가 리더도 아닌데 왜 리더십 책을 읽느냐?”며 비웃음을 보냈다. 하지만 그들의 비웃음은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리더십은 만들어지는 것이며, 그것은 미리 준비하고 연습해야 하는 것이다. 리더가 될…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는 시대

https://craft.morethanair.com/wCbIUUhwW0kQnU 우리는 24시간 감시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 AI 스피커, 컴퓨터 같은 기술은 우리의 말을 듣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튜브 영상을 추천하거나 상품 광고를 보여주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생명의 위협처럼 느껴졌겠지만, 지금은 이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사람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유는 편리함이 보안에 대한 불안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스마트 기기들은 우리에게 실질적인 편리함을…

무엇이 프로젝트를 복잡하게 만들까?

https://craft.morethanair.com/gYXSX2Az5JXXd1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기술적인 복잡도보다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난이도를 높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커뮤니케이션의 수와 범위가 확장될 때 그 영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세 명이 논의할 때와 네 명, 다섯 명이 논의할 때의 커뮤니케이션 채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는 단순히 사람 수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이 내부 팀 내에서만 이루어지는가, 아니면 다른 팀 또는 외부 파트너와 함께 진행되는가에 따라도 난이도가 크게…

나의 스트레스 관리기

https://craft.morethanair.com/2yyChdKG3u8Vc2 회사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를 다루기 위해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본질적인 문제와 감정을 분리해보면 문제 자체가 주는 부담감이 줄어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느끼는 순간에는 이 분리가 쉽지 않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최근 내가 만들어 본 스트레스 대처 체크리스트는 이러한 필요에 맞춰 간단하고 효과적인…

현명한 존재는 무리에 섞이지 않는다

https://craft.morethanair.com/ztiT6uNJKx9Js9 귀스타브 르 봉의 ‘ 개인이 아닌 군중의 특성은 훨씬 더 단단하고 굳건하다. 예전에는 나무 가지가 해를 향해 자라듯이 어느 정도 방향성을 이끌어 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군중의 특성을 ‘굵은 나무 등걸’에 비유하고 싶다. 단단히 자리 잡고 스스로 움직이려 하지 않는 나무 등걸처럼, 군중은 하나의 고유한 집단 의식을 갖는다. 그렇기에 제도와 법은 군중의 마음을 바꿀 힘을 갖기 어렵고, 오히려 군중의 특성이 법이나 관습을 형성하는 주체가 되는…

타노스 리더십을 좋아하나요?

https://craft.morethanair.com/vTbl5UY7H0rScI 개구리들은 하늘에서 왕이 내려오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들 스스로 리더 역할을 맡고자 하는 개구리는 없었고, 다만 외부에서 자신들을 이끌어 줄 강력한 리더가 나타나기를 바랐을 뿐이다. 신이 내려준 첫 번째 리더인 나무 기둥이 아무 역할도 하지 않자, 개구리들은 다시 리더를 바꿔달라고 요청했고, 이번엔 자신들을 잡아먹기 시작한 황새와 마주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대중이 스스로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다 외부에서 내려온 리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회사에서 나만 제정신이야?

https://craft.morethanair.com/cIOFE88UXyoCEM 조직에서 강력한 리더십이 부재할 때, 내부 갈등과 비효율이 심화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마치 주인이 통제하지 않는 여러 마리의 개들이 서로 다투듯이, 회사에서도 리더십이 약화되면 구성원들은 각자의 방어적 자세를 강화하고 불필요한 정치적 행동에 휘말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서로를 견제하고, 중요한 대화나 결정을 할 때마다 증거를 남기려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조직은 점점 더 비효율적으로 변해간다. 업무와 결정 과정이 복잡해지고, 구성원들이 본래 역할에…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https://craft.morethanair.com/sLAMjvcCEaaDRS 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역할을 맡다 보면 종종 조직의 소속감과 영향력 사이에서 딜레마를 느끼게 된다. 특히 여러 팀에 걸친 전사적 전략과 개선을 담당하는 역할일수록, 해당 팀들이 업무 상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일이 잦다. 이는 팀마다 각자의 목표와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부에서 해당 팀의 사각지대를 짚어내고 문제 해결을 제안할 경우, 이를 비판으로 받아들이며 방어적인 태도로 응대하는 경향이 생긴다. 이러한 상황은 역할 특성상…

나는 솔로에서 보는 존재와 인식

https://craft.morethanair.com/PztogV7tgwqdyw ‘나는 솔로’를 즐겨보며 사람들의 성향과 본성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제한된 공간에서 이성에게 호감을 얻고자 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은 작은 사회실험처럼 보인다. 프로그램 속 제한된 자원을 둘러싼 경쟁과 갈등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다양한 면모가 흥미롭다. 하지만 최근 한 출연자의 범죄 이력이 촬영 이후에 밝혀져, 방송에서 해당 출연자의 모든 장면을 편집하고 그 인물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만든 사건이 있었다. 이를 보면서 단순히 연애 관찰을 넘어선…

이 모든 기능들이 다 필요할까?

예상치 못한 일정 지연이 발생했다. 사용자 유입을 위해 2주 내 출시해야 할 바이럴 이벤트가, 새로 추가된 보상 시스템 때문에 한 달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개발팀의 피드백이 돌아온 것이다. 이때 내가 선택한 방법은 모든 기능을 한 번에 담으려는 관성에서 벗어나, 핵심 목표에 맞춰 릴리즈를 쪼개는 것이었다. 릴리즈를 쪼갠다는 것은 곧 전달할 가치를 독립적으로 분리하는 일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우선시할 가치는 빠른 유입 창출로, 사용자 초대 보상 기능은 후순위에 놓아도 무방했다. 이를 바탕으로 팀을 설득하기 위해 세 가지 주요…

침팬치 폴리틱스와 우리의 정치

최근 유시민 작가가 소개한 ‘침팬지 폴리틱스’를 읽었다. 침팬지 사회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을 관찰한 이 책은 인간과 침팬지가 본질적으로 얼마나 닮아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권력의 상층부에 올라선 개체는 끝없는 불안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 하고, 그 바로 아래 위치한 2위는 기회만 생기면 1위를 차지하기 위해 필사적인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이 단순하고도 치열한 구도는 인간 사회의 권력 구조와 매우 흡사하다. 특히 권력을 가진 자들이 저마다 취하는 ‘우쭐 과시’ 행동이 흥미로운데, 회사에서 높은 직급을 가진 사람이 처음 만난…

흰가운과 야광조끼가 가지는 동일한 마법

오늘 아침 출근길, 아파트에서 경비 아저씨가 교통을 관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신호등이 바뀌었는데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차를 지나가게 하는 그의 손짓에 나는 잠시 의문이 들었다. ‘왜 저렇게 뒤 상황을 보지 않고 지시를 내리지?’ 그 순간 나는 무심코 사람들이 그 지시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의문을 넘어서, 사람들은 왜 권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특정 지시를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걸까? 그 의문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많은 권위를 무의식적으로 따르고 있다. 그…

내가 글을 쓰는 이유

글을 쓰는 과정은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글을 쓰는 시점에서 나는 특정 사건이나 감정에 자극받아 즉흥적으로 내 생각을 풀어놓는다. 그만큼 당시의 나는 감정과 사고가 증폭된 상태라서 평소보다 편향된 시각에서 글을 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 감정이 시간이 지나 가라앉고, 생각이 차분히 정리된 후에 다시 그 글을 읽어보면, 마치 제3자의 시선으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내가 느낀 감정과 사고를 거리를 두고 평가할 수 있는 순간이다. 이런 점에서 글은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물론 당시의…

내가 나서지 않을 때 일어나는 일들

나는 성격이 급하고, 업무 처리 속도가 빠른 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업무를 처리하는 속도를 기다리는 것이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내가 1분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담당자가 하루가 지나도 피드백을 주지 않을 때는 속이 타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는 나도 모르게 담당자의 몫을 대신 처리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오너십이라는 것은 매우 묘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누군가가 대신 나서서 처리하게 되면, 담당자가 그 일에 대해 오너십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딜레마는 특히 일정이 빡빡한 상황에서 더…

제복은 멋있어

어릴 때는 제복이 멋있게 보였다. 보이스카우트나 학창 시절 교복처럼, 제복을 입으면 특별한 소속감이 느껴졌고, 친구들과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의 제복은 단지 옷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나를 어떤 그룹에 속하게 해주고, 그 속에서 안정감을 주는 보호막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제복을 다시 보게 되었다. 운전을 하다 교통 경찰이 제복을 입고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감당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눈에 들어왔다. 제복은 이제 더 이상 단순히 멋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 속에는 무거운 책임과 함께 제약이 담겨…

결정의 매너리즘, 모방이 가져온 위험한 함정

결정을 내릴 때 회사에서 “A사는 이렇게 했다”는 식의 사례를 근거로 삼는 방식이 반복되며, 논의와 고민이 사라진 상태로 중요한 사안들이 결정되는 과정을 많이 경험했다. 이러한 방식은 마치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느낌을 주었고, 깊은 사고 없이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상황에 맞는 맞춤형 해결책이 아니라면, 표면적인 따라 하기는 결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문제는 단순히 성공 사례만을 쫓는 것이 세부적인 차이를 무시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때로는 이러한 세부적인 차이가…

AI보다 먼저, 나는 이미 RAG였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동일한 존재일까? 6살의 나와 46살의 나는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의 공통점이 없는 서로 다른 인격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공유하는 기억의 조각들이 있긴 하지만, 그 외에는 많이 달라져 있다. 마치 두 개의 다른 주체가 같은 기억 저장소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우리의 기억은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데이터와 같다. 나는 과거의 데이터들 중 일부를 여전히 머릿속에 저장하고 있지만, 많은 기억들은 이미 사라졌거나 흐릿해졌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

나는 강아지와 말이 통한다

내 강아지는 귤을 유독 좋아한다. 내가 귤을 손에 들기만 해도 이 놈은 눈을 반짝이며 지그시 나를 바라본다. 말은 하지 않지만, 그 눈빛은 마치 “귤 하나만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계속 나만 먹으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고인다. 오히려 말로 하는 것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 소통 방식은 나로 하여금 비언어적 표현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우리 삶에서, 특히 직장에서도 언어가 아닌 눈빛, 표정, 자세 등이 얼마나 많은 것을 전달하는지 실감하게 된다. 회의실에서 비언어적 소통은 매 순간 이루어진다. 질문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