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의 심리학

돈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돈에 미친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흔히 자기 삶에서 결핍된 것일수록 더 자주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가 돈이 아니라며 계속해서 돈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내려 한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돈을 늘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말 자체는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그 말을 반복한다면 오히려 돈이라는 대상에 매여 있음을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이 반복해서 언급하는 주제는 그들이 무의식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이라는 해석이…

뒷담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다른 사람이 전하는 내 이야기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는 건 생각보다 중요하다. 내 얘기가 타인의 입을 통해 전달되면 본래의 뜻이 그대로 전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는 상대를 배려하며 덧씌웠던 조심성과 예의가 자연스레 사라지기 쉽다. 눈치를 보며 단어를 골라 말하는 대신, 좀 더 직설적이고 강한 표현이 나오기도 한다. 이는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 발화자 본인도 자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전달자의 개입이다. 전달자는 아무리 객관적이려 해도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 가치관에서 완전히…

새로운 인재에게 과거의 족쇄를 채우는 회사

기업이 핵심 인재를 채용하고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 그 원인은 종종 조직 자체가 가지고 있는 시스템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핵심 인재는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지닌 사람으로, 새로운 접근과 혁신적 방식을 통해 변화를 이끌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이들의 역량을 온전히 활용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존의 방식을 효율화하는 데 그치기를 기대한다면, 그 인재는 시스템 안에 갇혀 본연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이는 개인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다.…

보편적 문제 해결의 열쇠: 유저스토리와 잡스토리의 차이

잡스토리는 유저스토리와 달리 특정한 페르소나나 개별 경험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과 컨텍스트를 기반으로 문제를 분석한다는 점에서 더 큰 강점을 가진다. 모건 하우절의 《불변의 법칙》에서 “특정한 사건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예측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대목이 잡스토리의 장점을 설명하는 데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사람은 각기 다른 배경과 환경에 있지만 결국 유사한 상황에서 비슷한 문제를 겪고, 패턴화된 행동을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품의 가치를 생각하는 단계에서는 특정 페르소나의 사례에 집중하기보다는, 범용적인…

원칙이 원칙이라 불리는 이유

오나라의 왕 합려는 손무의 능력을 시험하고자 궁녀들을 대상으로 군사 훈련을 시켜 보라고 지시했다. 손무는 180명의 궁녀들을 두 부대로 나누고, 합려가 가장 총애하는 궁녀 두 명을 각 부대의 대장으로 임명한 후 간단한 명령 체계를 설명했다. 하지만 첫 훈련이 시작되자 궁녀들은 명령을 장난으로 여기고 웃기만 했고, 손무는 다시 한번 명령 체계를 설명했지만 두 번째 시도에서도 같은 태도를 보였다. 결국 손무는 두 부대장 궁녀의 처형을 명령했는데, 합려가 자신의 총애하는 궁녀들을 살려달라고 했으나, 손무는 “장수가 군을 이끄는 중에는…

T발 너 C야? T에 대한 오해

T와 F는 공감의 방식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흔히 MBTI에서 사고형 T는 공감을 잘 못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는 오해에 가깝다. F가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고자 하는 방식으로 공감을 요구한다면, T는 상황의 흐름과 합리성을 통해 공감을 표출하기 때문이다. 이 차이는 단순히 공감을 ‘잘한다, 못한다’로 설명할 수 없는 깊이 있는 차이다. F는 감정적 공감을 통해 자기 자신을 이해받고자 한다. 감정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F가 기대하는 공감은 자연히 자신의 감정 중심으로 형성된다. 이 방식에서 공감은 본질적으로…

변화와 계획 사이: MBTI로 보는 유연성의 기술

MBTI에서 J와 P 성향의 차이는 주로 계획을 선호하는 정도로 설명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차이는 계획이 변경될 때의 반응 방식이다. J 성향은 정해진 계획이 틀어질 때 스트레스를 받기 쉽고, 돌발 상황이나 예기치 않은 변화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때가 많다. 반면 P 성향은 변화나 불확실성에 대해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적응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두 성향은 서로 상반되면서도 각기 필요한 장점을 가진다. 특히 불확실성이 큰 비즈니스 영역에서는 P 성향이 가진 강점이 도드라진다. 변화무쌍한 상황에 민첩하게 반응하며 나름의…

I가 왜 이렇게 말이 많아?

MBTI의 E와 I 유형은 흔히 외향성과 내향성의 전형적인 이미지로 이해된다. 많은 사람이 외향형(E)이면 사교적이고 활발하며, 내향형(I)이면 조용하고 고립된 삶을 선호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 판단은 실제 이들의 차이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며, 오히려 오해를 낳는다. 내향성이나 외향성은 대인관계나 말의 양이 아니라,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식의 차이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말이 많거나 자기 표현을 잘하면 외향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내향형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자신의 생각을 표출할 수 있다.…

익명성이 만들어 내는 솔직함의 덫

익명성은 사람들이 평소 실명으로는 쉽게 꺼내기 어려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직장 관련 커뮤니티 앱에서는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불만이나 비판을 익명으로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익명성의 장점은 사람들이 보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통 방식이 반복되다 보면 점차 실명으로는 진솔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게 되고, 결국 익명성에 의존하는 비정상적인 소통 방식이 조직 내에 고착될 위험이 커진다. 익명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쏟아지는…

약점은 버리고 강점 강화를 하라면서요?

세상에 전해지는 대부분의 조언은 일반화되어 적용되기 쉽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을 때도 많다. 대표적으로 ‘강점을 강화하라, 약점은 버려라’는 조언이 그렇다. 대부분의 경우 강점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강점만 강화한다고 해서 항상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는 영역에서는 약점의 보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자들이 보완해온 부분에서 격차가 생기고, 이는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강점 강화만으로는…

몰입, 일상의 모든 순간을 바꾸는 힘

몰입은 단순히 특정 일을 할 때만 필요한 특별한 상태가 아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몰입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인형의 눈알을 붙이는 단순한 작업조차 온전히 집중해 몰입할 때, 그 작업의 깊이가 달라지고, 진정한 만족을 느낄 수 있다. 몰입은 일의 종류나 난이도와 무관하게,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내가 어떤 일에 어떻게 몰입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도, 그 과정에서 얻는 기쁨도 달라진다. 몰입의 경험이 주는 만족감은 일상 속의 소소한 행복과는 다르다. 몰입은 집중이 주는 몰입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글을 쓰거나…

더 이상의 빠른 표범이 사라지는 시대

생산성의 향상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는 경쟁을 심화시키며 더 나은 삶을 약속했지만, 정작 그로 인한 여유는 보이지 않는다. 더 빠른 가젤이 포식자의 위협을 피하려 진화하듯, 그 가젤을 잡기 위해 더 빠른 표범이 등장하고, 이보다 더 빠르게 도망치는 가젤이 다시 나타난다. 끝없이 순환하는 이 경쟁 속에서 서로는 서로의 한계를 끌어올리며 발전을 거듭하지만, 그 과정은 어느덧 끝을 알 수 없는 소모전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이 상황은 마치 군비 경쟁처럼, 한쪽의 발전이 상대방의 발전을 불러오며 본질적으로 나아질 수 없는 상태에…

변화의 불편함이 만들어 내는 가치

변화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반복된다. 우리는 모두 변화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변화가 안고 있는 어려움과 불편함에 대해 한 발 물러서기 마련이다. 특히, 내가 추진하는 변화가 조직 전체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큰 규모라면, 이는 기존에 자리 잡은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만큼이나 이해와 설득이라는 난제를 함께 동반한다. 사람들은 보통 변화에 반발한다. 특히 거버넌스나 프로세스와 같은 구조적인 변화는 더 강한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변화는 조직 전체에 걸쳐 강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한 개인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사람들이 사소한 것에 화를 내는 이유는?

사람들이 왜 여유가 없고, 왜 사소한 일에 쉽게 화를 낼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는 단순히 그들의 성격 탓이 아닐 수도 있다. 깊이 생각하는 데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만큼 시간과 집중을 요구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일상적인 생존의 스트레스 속에서 깊은 사고를 할 여유조차 가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보다 단순하고 빠른 결정을 내리고, 이분법적인 사고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나는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고민할 때마다, 스스로를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성공은 언제올지 모른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래깅 효과를 실감하게 된다. 래깅 효과는 어떤 행동의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일정 시간이 지나야 드러나는 현상을 말한다. 마치 채찍을 휘두를 때 손잡이와 끝부분이 동시에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행동이 결과로 이어지기까지 약간의 시간차가 존재한다. 이렇게 행동과 결과 사이에 지연이 있을 때 사람은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지 못해 동기 부여를 잃기 쉽다. 많은 경우 성과는 시간이 지나야 나타나지만, 당장의 결과를 보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노력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도…

좋은게 좋은거 맞아?

“좋은 게 좋다”는 말은 겉보기에는 서로 간의 윈윈을 의미하는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자주 사용한다.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소소한 손해는 감수할 수 있지만, 문제는 테이커들이 주로 이 말을 이용해 자신은 받기만 하면서도 결코 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기버와 테이커가 있다면, 기버는 협력의 출발점이 되지만, 테이커는 언제나 받아들이기만 한다. 기브앤테이크가 이루어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테이커들은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익을 취하고도 나누지 않는다. 결국 기버들은 자신의 호의가…

나쁜 피드백에 대처하는 방법

사람은 누구나 부정적 피드백을 받으면 기분이 상한다. 잘못을 지적받는 순간, 우리는 본능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고 즉각적인 감정적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는 단순히 자존심이 상해서가 아니라, 본능적인 방어 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우리는 자신을 보호하고자 변명하거나, 심지어 화를 내며 피드백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반응은 논리적인 사고에 기반한 것이기보다는, 단순히 그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감정이 차츰 가라앉고, 그제야 사안을 더 객관적으로 돌아보며 자신의…

우아한 임원들의 처절한 발버둥

비즈니스 세계에서 임원들이 겪는 불확실성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경기 변동, 경쟁사의 돌발적인 전략 변화, 고객의 변덕은 그들의 통제를 벗어난다.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세워도, 세상은 그들의 의도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문제는 이 불확실성이 단순한 예측 실패로 끝나지 않고, 전략적 실패가 곧 책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결정의 성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매 순간 임원들은 스스로의 판단이 옳은지 의심하면서도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길을 걸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링 위에 오르기 전에는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과거의 말, 현재의 나: 변화와 성장을 이야기하다

면접에서 과거 트위터 글에 대해 질문을 받아서 불편하다는 글을 보았다. 그 불편함은 아마도 당시의 미숙함이 현재의 자신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은 시간과 함께 그 맥락이 희미해지거나, 처음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면접과 같은 중요한 자리에서 과거의 발언이 현재 자신의 모습과 대조될 때, 그것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오히려 자신의 성장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먼저, 과거의 글이 왜 작성되었는지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시의 생각이나 감정이…

호혜성의 덫: 무료지만 빚지는 마음

가을이 오면 언제나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먼저 나를 반긴다. 온도가 내려가면 자연히 타이어의 공기압도 줄어들고, 그 결과 불안한 마음이 들게 된다. 작년엔 경고등이 뜨고 나서야 급하게 타이어 가게를 찾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 마침 나들이 중이었고, 예고 없이 찾아온 상황은 내게 번거로움과 불편함을 선사했다. 그래서 올해는 선제적으로 타이어 가게에 들러 미리 공기를 채우기로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불편함이 따라왔다. 타이어 가게에서 제공하는 공기압 주입 서비스는 무료였다. 그 자체로는 분명 고객을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