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오징어의 커다란 눈은 모든 것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이 나쁘지만 오직 커다랗고 약한 빛을 내는 향유고래만 식별할 수 있게 진화되었다고 한다.

리코 GR3x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나가기 부담스러울 때 정말 별 생각없이 들고 나가는 카메라다. 그런데 집에 와서 결과물을 보면 때때로 중형으로 찍은 것보다 더 나은 품질을 보여줄 떄가 있다. 심지어 점심의 쨍한 볕에서 찍은 사진을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 버리다니 리코의 센서에는 무슨 기술력이 들어간건지...

요즘은 구글링보다 챗GPT와 대화를 많이 한다. 대화를 할 때는 실제 영어로 말하고 듣기를 한다. 이 방법의 좋은 점은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전혀 관심 없는 분야를 영어로 듣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덜 지루하다는 것이다. 내가 궁금한 것을 영어로 질문하고 답을 듣고, 다시 질문을 이어가다 보면 2~30분이 훌쩍 지나가기도 한다. 이 정도면 챗GPT가 최고의 회화 연습 방법인듯.

앙상하게 마른 나뭇가지 사이에 잎 하나가 내 눈에 띈 것은 그 잎이 특별히 잘난 부분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좁은 틈으로 들어오는 역광이 그 말라붙은 나뭇잎을 비춰서 마치 주인공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회는 초장맛이고, 고르곤졸라는 꿀맛이듯이 사진은 사물을 찍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평범한 사람도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주인공이 되는 것처럼, 빛이 선택한 사물을 찾아서 찍는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방향과 색깔, 광질 때문에 어느 순간도 같은 사진이란 없다.

이상민 아저씨 너무 없어보이네. 민주당 내 문제가 많다는건 나도 동의하지만, 5선이나 했다는 사람이 국민의 힘이 어떤 정당인지 모르니까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것도 그렇고 (국민의 힘과 민주당의 정체성을 모르는 사람이 5선을 해?), 자신을 반겨주면 가겠다는 말을 하는 것도 그렇고... 입지가 매우 궁지에 몰려서 어떤 선택이든 하겠다는걸로 보이는데 솔직히 진짜 없어보인다. 직장인이 현재 직장이 마음에 안 들어서 날 받아주는 어디로든 이직하겠다고 한다면 그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현재 문제를 느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옵션을 신중하게 찾아야 하는데 그냥 현재를 도피하는 것이 1목적처럼 보이는 저런 행태는 별로다.

질문은 공격일까, 불만의 표현일까, 아니면 권력의 과시일까? 답변하지 않음은 무지의 발현일까, 불만의 표현일까, 아니면 권력의 과시일까?

혹시나 해서 봤는데 역시나였다. 고인물들이 나와서 재미없는 개그를 하는건 폐지하기 전 그 모습 그대로이고, 거기다가 방영 시간대가 늦어졌다는 것을 빌미로 조금 더 무리수만 두는 느낌.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 정말로.

싱어게인은 정말 멋진 프로그램인 것 같다.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도전하는 참가자들도 멋지지만, 나는 심사위원들을 보면서 더 감동을 받는다. 심사하는 위치에 앉아 있지만 이들은 단순히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잘하는 노래를 듣고 같이 감동하고 감사하고 즐기기까지 한다. 그래서 더욱 더 몰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것 같다.

내가 유시민을 보면서 느끼는 불편함의 이유를 알아냈다. 젊은 시절의 유시민은 말할 때 자신의 말이 무조건 맞다는 듯한 강렬한 표정으로 강하게 주장을 하는 탓에 싸가지 없다는 평가를 종종 받았다. 나이가 든 유시민은 자신의 성질을 죽이는 연습을 반복한 탓에 어색한 감성이 한 스푼 더해져서, 얘기할 때 스스로가 굉장히 진정성이 있다는 듯한 느낌, 상대가 측은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한다. 다시 말해서 내 말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못 알아 쳐먹는 상대가 불쌍하다는 듯한 표정을 발언 내내 짓고 있다. 그런데 종종 틀린 얘기를 하거나 이념이나 진영에 편향된 발언들을 한다. 그래서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넌 하는 말은 맞는데 너무 싸가지가 없어"라는 일명 한국식 정서. 틀린 말만 하면서 예의 바른 척하는 자들의 세상을 이번에는 깨부술 수 있을까?

월과 계절에 대해서 딸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11월은 겨울이냐는 딸의 질문에, 월별로 계절을 나누는 것이 그렇게 의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구분하자면 9, 10, 11월은 가을이고, 12, 1, 2월을 겨울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예전에는 겨울이 다가오면 이 지겨운 추위가 언제나 끝나나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나이가 들며 시간이 빨리 가면서 겨울로 접어 들어도 한 3달이 금방 가니까 곧 봄이 올 것이라는 생각에 겨울이 무섭지가 않다. 딸에게 1년이 길게 느껴지는지 물었더니 엄청나게 길게 느껴진다고 했다. 하지만 재미있는 일을 할 때는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간다고 했다. 할머니 집에 놀러간 시간은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단다. 갑자기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은 더 재미있는 일이 많아서 아닐까. 맨날 부모님 잔소리를 들으며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살다가, 재미있는게 있으면 보고, 먹고 싶은게 있으면 먹고, 내가 깨어있고 싶은 시간까지 깨어있으니 너무 재미있어서, 사는게 점점 재밌어져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생각했다.

붓을 들고 팔을 마구 휘둘러 원색의 물감이 이리저리 휘뿌려진 수채화처럼 역동적이면서도 불안하고, 희망이 넘치면서도 어딘가 초조한, 열정이 타오르면서도 때때로 공허했던 시절. 그러면서도 40대가 된 지금 떠올리면 멀리서 본 수채화처럼 아름답고 가슴 아픈 시절.

매우 똑똑한 정치인들이 왜 바보처럼 보이는걸까.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거짓말을 해야 하나. 그들에게는 진실보다 그들의 이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익을 지키기 위한 조잡한 변명들은 진실을 이길수가 없으니 눈만 껌뻑껌뻑하며 바보같은 말들만 늘어놓을 수 밖에.

타인에 대한 배려와 동정심이 사라진, 인간성이 거세된 인간들이 서로를 미워하고 외로워 하는 동안에,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공감해주며, 사람보다 더 사람처럼 생긴 AI를 장착한 로봇이 상용화 될 날이 머지 않았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느끼게 될 것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 것은 사람이라는 그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사람답게 타인을 대하느냐에 달린 것이라는걸.

사진을 찍고 들어온 당일은 누가 봐도 임팩트 있는 사진들을 편집하고 웹에 올리게 된다. 그런데 다음날, 또는 몇주후 찍은 사진들을 보다 보면, B급이라 생각했던 사진들에서 어떤 느낌이 느껴지는 때가 있다. 마치 밥을 지은 뒤 뜸을 들이는 것처럼 사진도 뜸을 들이다 보면 완성되는 것들이 있다.

기분이 아주 째지는구만. 아주 Jazzy해.

철학자는 개소리를 매우 길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코스코에 갔을 때 받은 느낌은, 아니 느낌이라기 보다는 내 머릿속에 떠오른 하나의 단어는 '자본주의'였다. 풍부한 자본과 인간의 욕망이 잘 버무려져 보이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 근처에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종종 가게 된다. 푸드코트에서 파는 조각 피자는 대략 3500원 정도이다. 가격대를 보고 두 개는 먹어야 배가 부를 것이라 생각한 나를 비웃듯 트레이더스의 조각 피자는 장엄하기까지 하다. 이 가격으로 나를 배불릴 수 있으니 자본주의의 맛을 계획주의 경제가 당해낼 수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