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 100%가 어려운 이유

AI를 통해 프로젝트를 100% 자동화하고 싶다는 목표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인간의 감정과 이해관계라는 본질적인 장애물 때문에 여전히 현실화되기 어렵다. 인간은 논리적으로 최선인 선택에 직면했을 때도 자신의 감정적 반응과 본능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감정이 단순히 비효율을 초래하는 요소가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그의 저서 ‘데카르트의 오류’에서 소개한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전두엽 손상으로 감정적 신호를 처리하지 못하게 된 환자는 논리적 사고와 인지 능력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작은 선택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그는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처럼 단순한 결정에서도 다양한 옵션의 장단점을 분석하는 데 몰두하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 사례는 감정이 없으면 인간이 결과의 가치를 평가하거나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러나 프로젝트와 같은 업무 환경에서는 이러한 감정적 판단이 긍정적인 역할보다는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상위 목표가 이미 명확히 정의된 상황에서 인간의 감정적 개입은 불필요한 갈등이나 비효율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AI는 감정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면, 인간은 같은 문제를 두고도 이해관계와 감정적 반응으로 인해 갈등을 빚고 비효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도입 과정이 떠오른다. 기술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시스템이 마련되었지만, 도로 위 다른 운전자가 인간이라는 점 때문에 완전한 구현이 지연되고 있다. 이처럼 프로젝트 자동화 역시 인간의 감정적 특성이 개입되면서 AI의 전면적 도입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AI를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면 감정적 판단을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AI는 모든 판단과 실행을 담당하고, 인간은 상위 목표를 설정하거나 가치를 기반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데만 집중하는 구조가 필요할 수도 있다. 감정은 가치를 정의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데 필수적일 수 있지만, 구체적인 업무 과정에서는 오히려 방해물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사례는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것이 잘못된 순간에 개입되었을 때 얼마나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도 경고한다. 궁극적으로 AI와 인간의 조화는 감정의 적절한 분리와 통합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인간은 가치를 정하고, AI는 그것을 실행한다는 역할 분담이 생산성의 극대화를 실현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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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트포스에서 엔지니어링으로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처음에는 단순한 힘의 경쟁에서 시작된다. 증기기관이 석탄을 무작정 태워 효율을 따지지 않던 시기처럼, 초기의 AI 모델 개발도 막대한 데이터와 연산 자원을 쏟아부으며 규모로 승부를 보려 했다. 더 많은 파라미터, 더 큰 모델, 더 강력한 컴퓨팅 자원을 가진 쪽이 앞서나가는 시대였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결국 한계에 도달한다. 자원을 더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발전 속도가 더뎌지고, 비용 대비 성과가 떨어지는 지점에 이르면 효율화가 필요한 시기로 넘어간다.

최근 AI의 최적화 흐름에서 주목받는 MoE(Mixture of Experts) 개념은 브루트포스 방식에서 효율화로의 전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러 전문가 모듈을 활용해 각 입력 데이터에 가장 적합한 전문가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방식은 더 이상 모든 계산을 동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특히 DeepSeek의 성과는 이 전환을 가속화했다. 기존의 MoE 모델이 가진 한계, 예컨대 중복된 지식 학습이나 비효율적인 자원 사용 문제를 해결하며 더욱 정교한 전문가 분할과 효율적인 라우팅을 통해 AI의 최적화 가능성을 극대화했다. DeepSeek은 모델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연산량을 크게 줄였고, 이는 자원의 크기가 아닌 기술적 설계와 혁신이 경쟁력의 중심이 되는 시대를 열었다. 이제 기술 제공자는 단순히 자원을 쏟아붓는 역할이 아니라, 설계의 정교함과 문제 해결의 창의성을 통해 차별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런 변화는 제공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의 관점에서도 기술과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자동차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사람들은 엔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않아도, 단순히 더 먼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가치만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AI도 이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는 것은 이제 기술자들의 일이 되었고, 사용자는 그 기술이 만들어내는 실질적인 가치에만 관심을 갖는다. AI 비서가 일정을 정리하고, 질의응답 시스템이 질문에 답하며, 추천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취향을 정확히 예측할 때, 사람들은 그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AI가 삶을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방식이다.

결국 기술은 점점 투명해지고 있다. 제공자는 더 정교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기술을 만들어내고, 사용자는 그것이 가져다주는 가치를 자연스럽게 소비한다. DeepSeek 같은 최적화 사례는 단순히 AI 기술 발전의 새로운 경로를 보여주는 것 이상이다. 그것은 기술의 본질이 더 이상 복잡성에 있지 않고, 사람들이 이를 통해 얻는 시간, 편리함,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기술은 이렇게 제공자와 사용자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통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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