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당김의 법칙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OKR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그리고 자기 암시를 하면 우주의 기운이 모여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허무맹랑한 얘기인데요. 이 기법에서는 종이에 자신의 목표를 적어놓고 항상 읽어 보라고 합니다. 아침 저녁 큰 소리로 목표를 외치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 약팔이 같은 방법에 사람들은 불신을 표하고 진저리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미신같은 얘기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기업들까지 도입한 것이 있는데요. 바로 OKR 이야기입니다. 끌어당김의 법칙에 대한 불신이 왜 생기기 시작했는지 생각해보면, OKR에 대한 불신과 오해가 점차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자명해 보입니다. 결국 어떤 좋은 기법들도, 그것을 이해하고 실행하는 것은 불완전한 사람이거든요. (애자일도 그랬었죠…)
먼저 끌어당김의 법칙이 유용한 이유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우주의 기운이 다가온다느니, 온 우주의 주파수와 내 목표의 주파수가 일치한다느니 하는 얘기는 하지 않을겁니다. 내가 지금 100억대의 부자가 되겠다고 목표 설정을 한다고 해보죠. (전 실제로 이런 목표를 잡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할 때는 미친 목표라고 생각하겠죠. 이게 바로 OKR에서 말하는 문샷골입니다. 달나라에 가겠다는 목표는 기존 사람들에게 미친 목표였겠죠. 하지만 이런 미친 목표를 여전히 가진 기업이 있습니다. 화성에 가고 싶어하는 어떤 사람이 떠오르네요.
미친 목표를 세우는 이유는 자명합니다. 애초에 미친 목표가 아니면 사람들은 자신의 패러다임 속에서 자기가 할 수 있을 법한 것들을 목표로 생각합니다. 패러다임은 스스로 쉽게 깰 수가 없습니다. 이것을 박스 속에서의 생각이라고 하죠. 반대로 자신의 패러다임을 넘어선 생각을 ‘아웃 오브 박스’라고 합니다.
미친 목표는 박스 바깥의 목표입니다. 의도치 않았지만 우리는 미친 목표 하나를 생각함으로써 박스 바깥에 점 하나를 찍었습니다. 내 현재 위치는 박스 안의 점이고, 박스 바깥에 있는 목표도 점입니다. 점과 점은 선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선을 가지게 되면 부수적인 효과들이 매우 많이 발생합니다.
목표점 설정으로 생기는 선은 벡터에 가깝습니다. 벡터는 방향성과 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밭을 갈 때 우리는 한걸음 앞으로 전진하지만, 저 멀리 있는 나무를 보지 않으면 방향성을 잃게 됩니다. 비뚤거리는 결과만 남게 되겠죠. 아무리 멀어 보이는 목표라도 목표가 찍혀 있는 것과 아닌 것은 제로투원의 차이가 있습니다. 사실 바라보고 가는 목표는 크면 클 수록, 멀리 있을 수록 좋습니다. 이걸 좋은 말로 비전이라고 얘기하죠. 멀리 있는 목표가 좋은 이유는 그 목표를 보고 계속 전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멀리 하늘에 떠 있는 북극성을 보고 항해를 하던 선원들은 북극성에 도달한다는 생각이 아닌 북쪽을 향해서 간다는 생각으로 항해를 했을겁니다.
그리고 목표점은 당기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목표는 우리의 욕망이 투영된 것이므로, 현재에 머물러 있는 우리를 그 방향으로 당기게 됩니다. 현재의 우리는 매우 미미한 존재라 작은 중력을 가집니다. 거대한 목표는 블랙홀처럼 매우 강한 중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의 우리는 목표점을 향해 빨려 들어가는 힘을 받게 되는겁니다. 일생을 방황하게 되는 것보다는 목표를 설정해 두고 그 쪽으로 끌려가는 힘을 항상 받고 있는게 훨씬 도움이 되겠죠.
마지막으로는 나의 현재와 최종 목표 사이에 선이 생겼기 때문에 선의 중간중간에 다른 점을 찍을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을 마일스톤이라고 부릅니다. 마일스톤은 목표로 가기 위한 단계들입니다. 최종 목표점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마일스톤을 찍을 수 있습니다. 목표점이 없을 때 찍는 점들은 무의미한 방황들이 되겠죠. 마일스톤은 우리가 달성하지 못하는 거대한 목표 대신에 단기간에 달성해 나갈 수 있는 작은 목표들입니다. 작은 목표들을 달성하며 우리는 성취감을 느끼고, 그것은 다음 마일스톤으로 가는 동력이 됩니다. 마일스톤은 달성하는 그 자체로 우리에게 힘을 줄 뿐 아니라, 하나씩 달성해가면 최종적인 목표에 점차 다가갈 수 있습니다. 마일스톤은 OKR에서 말하는 Key Result와 유사합니다. 상대적으로 단기간이므로 구체적인 결과물을 설정할 수 있고 측정할 수도 있게 됩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었더니 남이 되는 것처럼, 박스 바깥에 찍는 점 하나는 이렇게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끌어당김의 법칙을 종교적인 이야기로 이해하는 것보다, 인간의 의지와 목표의식에 대한 이야기로 이해하면 조금 더 믿을만한 이야기가 됩니다. 어딘가에 적어놓고 큰 소리로 외치는 행위는 OKR을 엑셀에 적어놓고 매 분기 확인하고 트래킹 하는 것과 비슷한 얘기죠. 설정한 목표에 대해 잊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보고 외치는겁니다. 설정해 둔 그 ‘점’이 사라지는 순간 모든 것의 무의미해지니까요.
인디언 기우제 찬양 - 꾸준함에 대하여
나이가 들어갈수록 꾸준함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나는 게으른 사람이지만 꾸준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게으른 사람이라고 꾸준한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침잠이 많아서 꾸준할 수 없다면, 꾸준해야 할 일을 저녁에 하면 됩니다. 난 매일 어떤 일을 하기에는 게으르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하게 무언가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꾸준함은 게으름과 대치되는 것이 아닌 다른 의미의 가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꾸준함은 어떤 분야에서든 성공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두 그룹을 나누어 한 그룹은 제한된 시간 내에 제한된 결과물을 내게 하고, 다른 그룹은 시간을 제한하지 않고 계속해서 더 많은 결과물을 요구한 실험이 있습니다. 후자의 그룹에서 훨씬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고 합니다. 유명한 예술가들도 공개되지 않은 수많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결국 시도하는 양이 받쳐줘야 창의적이고 멋진 결과물이 나온다는 뜻입니다. 지속적으로 시도하는 횟수를 늘린다는 측면에서 꾸준함의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횟수를 늘리다보니 역설적으로 품질이 낮은 결과물도 많아집니다. 이럴 때는 지나친 자괴감을 느끼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뜬금없이 갑자기 나타난 듯한 스타 배우들이 있습니다. 그런 배우들을 보게 되면 그들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봅니다. 적어도 십여년은 된 경력에 단역부터 시작한 배우들이 많습니다. 차차 연기 경력을 쌓고 좀 더 좋은 기회를 잡으면서 조연에서 주연까지 온 그들은 경험에 걸맞는 탄탄한 연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스로 계속해서 발전하면서 그 바닥에서 살아 남는 꾸준함을 보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옵니다. 제가 걸어온 길도 쉽지는 않았지만 뒤를 돌아보면 일관적인 커리어패스가 어느 정도는 보입니다.
저는 요즘 개인 브랜딩에 관심이 많습니다. 내가 잘하는 것들을 알리고 싶고, 더 많은 기회를 가지고 싶으며,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습니다. 저는 2019년부터 운영한 유튜브 채널이 하나 있습니다. 구독자가 2400명 정도 되는 채널인데, 초기 전략을 잘못 수립하는 바람에 죽어버린 채널이 되었습니다. 주제의 일관성을 가지고 시청자를 조금 더 배려하여 빠른 호흡으로 가는 채널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 채널은 이제 구독자가 400명 가량 됩니다. 안타까운 점은 기존 운영하던 채널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이고, 좋은 점은 제가 다시 채널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거의 실패 경험은 저에게 오히려 자신감을 가지게 해주었습니다. 처음 채널을 만들 시점에는 구독자 천 명이 불가능한 목표로 보였지만, 지금은 꾸준함만 있다면 구독자 천 명은 당연히 달성 가능한 목표로 보입니다.
이 채널이 실패할 수도 있고 저의 브랜드는 여전히 미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강의나 컨설팅 요청이 들어오기도 하고, 저의 영상을 보고 저와 일하고 싶어서 회사에 지원했다는 분도 만나게 됩니다. 일주일에 영상 하나, 블로그 글 하나 올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꾸준함을 지키기 위한 창작의 고통을 매주 마주합니다. 어린 시절 저는 꾸준히 하루 2시간 이상씩 운동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35살이 되면 아저씨가 될 것이 분명하니 운동을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40대 중반이 된 지금 저는 그 결정이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꾸준함이 끝나는 시점은 언제일까요? 꾸준함은 끝나지 않기 때문에 꾸준함인 것 같습니다. 운동을 마음 먹었다면 건강을 위해서 평생하는 것이고, 성공을 마음 먹었다면 내가 원하는 기준의 성공을 할 때까지 꾸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꾸준함은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습니다. 꾸준한 시도는 실패와 교훈을 차례로 낳습니다. 저는 오늘도 인디언 기우제를 지내듯이 블로그에 글 하나를 더합니다.
토니 로빈스
때로는 보자마자 그 사람의 MBTI를 맞출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토니 로빈스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구글링을 해봤더니 역시나 ENTJ. 이 아저씨의 에너지와 주장하는 바가 아주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