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에서 나만 제정신이야? - 이해관계자 충돌 관리
이 회사에서 나만 제정신이야?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일 자체보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 힘든 일이 많이 발생합니다. 회사가 아닌 상사를 떠나 퇴사를 하는 직원들이 있는가 하면, 협업을 하는 부서와 항상 으르렁거리며 싸우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사람 간 일어나는 다툼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보고, 각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기대수준의 문제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서로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생깁니다. 대부분의 경우 상대가 나에게 바라는 것과, 내가 상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기대수준 관리를 위해 회사에서는 조직을 구분하고 업무 영역을 정의해 둡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회색지대가 남아 있습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기준으로 상대의 역할을 생각하고, 나에 대한 상대의 생각과 기대를 가정합니다. 업무 관계에서 가정을 하는 것은 매우 안 좋은 것임에도 기대수준을 맞추는 것은 귀찮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가정하고 간주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자기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가정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상황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큰 충돌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기대수준을 적절히 관리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이익보다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대가 나에게 어떤 것을 원할지 생각하고,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수시로 대화를 해서 그 간극을 줄여가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내로남불’이라는 패시브 스킬이 있기 때문에, 내가 상대를 좀 더 배려하며 손해를 본다는 느낌이 드는 정도가 배려를 위한 시작점입니다.
성향의 차이
성향의 차이도 직장 내의 싸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보통 부부가 헤어지는 경우 대부분 성격차이라는 이유를 가져옵니다. 성향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을만큼 인간 관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협업을 하면서 이유없이 점차 편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말을 하면 할수록 불편한 느낌이 들고 대화하기 싫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보통 우리는 생각하는 방식이 비슷한 사람을 편하게 느낍니다. 요즘 유행하는 MBTI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외향 VS 내향
- 외향인의 입장 : 사람들과 모여서 으쌰으쌰 하고 싶은데 저 사람은 개인 플레이만 하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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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인의 입장 : 혼자 집중해서 일을 하고 싶은데 왜 자꾸 모이라는거지. 마치고 회식까지 하자고?
직관 VS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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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을 중시하는입장 : 큰 그림을 보며 중요한 요점을 잡아가고 싶은데,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 태클을 걸며 간단한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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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중시하는 입장 : 저 사람은 디테일은 하나도 모르고 대충대충 당연한 소리만 하는구만
논리 VS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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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를 중시하는 입장 : 저 사람은 기분에 따라 달라져서 프로페셔널 하지가 않아. 일은 일이고 감정은 감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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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중시하는 입장 :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인데, 저렇게 논리만 따져서는 일이 진행이 안되지
계획 VS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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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을 중시하는 입장 : 정해진 목적을 위해 정리하여 완결하고 싶은데 저 사람은 왜 다른 소리만 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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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을 중시하는 입장 : 좀 더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하고 싶은데 저 사람은 왜 저렇게 급한거야?
특정 상황에서 더 적합한 성향은 있겠지만, 성향의 차이에 정답은 없습니다. 선호하는 방식의 차이이고, 그 차이 때문에 각 성향의 장단점이 나타납니다. 성향이 다른 사람들은 서로 불편할 확률이 높습니다. 서로의 특성에 대해 이해하며 업무에서 상대성을 인정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이런 성향 차이에서 오는 충돌을 막으려면, 상대가 드러내는 다른 성향이 나를 향한 공격이 아니란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쉬운 것 같지만 마음 수양이 필요한 일입니다.
밥그릇 싸움
위의 두 상황은 어느 정도 합의가 가능한 영역인데, 밥그릇 싸움은 합의가 어렵습니다. 어려운 일을 내가 하기 싫어서 여러가지 이유를 대면서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항상 무서운 표정으로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는 사람은 툭 던지듯이 ‘이건 제가 할 일이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맡아서 하게 됩니다. 또는 부서 간의 경쟁에서 더 큰 성과를 가져오기 위해 힘싸움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건 회사 내에서 공식적인 영역이 아닌 정치의 영역입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일로를 없애야 합니다. 사일로를 없애는 건 개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회사 전체의 이익을 달성할 수 있도록 조직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조직이 어떻게 나눠지든 그 구조에서 조직은 스스로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게 되므로 조직 구조만으로는 사일로를 완전히 없애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보상 구조를 조정하여 회사 전체의 이익이 달성되어야 모두에게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회사의 비전이나 미션이 잘 공유되어서 구성원들이 더 큰 관점에서의 목표를 잘 이해하고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무리
충돌이 없는 조직은 죽어있는 조직입니다. 특정 회사에서는 같은 일을 여러 부서에게 맡겨 일부러 충돌과 경쟁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반면 지나친 충돌은 구성원 간의 반목을 만들고 회사를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합니다. 회사가 조정해 줄 수 있는 충돌은 극히 일부분입니다. 충돌 해결을 위해 개인이 적극적으로 노력을 해야 합니다. 회사에서 발생하는 충돌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업무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평정심을 가지고 충돌을 관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금 딱지가 필요한 동기부여 영상
수세기 전 칼 마르크스가 말한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라는 말은 두 가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몸에 문제를 일으키는 마약의 부정적 측면 하나, 그렇게라도 인민을 위로해 줄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 하나.
갑자기 칼 마르크스의 이 말이 생각난 이유는 최근 동기부여라는 유령이 직장인의 아편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편은 극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고통을 경감시키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제대로 된 처방없이 사용하면 몸을 망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이먼 사이넥이 테드에서 강연한 ‘Start with Why’라는 영상에는 ‘사업가 Only’ 딱지를 붙여 일반 직장인이 시청할 수 없도록 금해야 한다. 영상에서는 왜 그 일을 하는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것을 강조한다.
사업가의 Why
Why로 시작해 How와 What을 도출해 낸다는 것이 영상의 핵심이다. 사람은 목적의식 없이는 몰입하고 헌신할 수 없으니까 이 개념은 너무나 훌륭하고 당연한 개념이라고 수 년간 여겼었다.
그런데 최근 좀 더 냉소적으로 되어서일까. 이 개념이 일반 직장인들에게 얼마나 헛소리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보통 사업가가 사업을 시작할 때 문제와 고객군을 먼저 정의한다. 사업가에게 ‘Why?’는 너무나 중요하다. ‘어떤 특정 대상 고객들이 특정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Why)’ 나는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어떻게(How) 무엇(What)을 할지는 당연히 그 후로 따라오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의 예를 들어서 얘기해 보자. 사업가는 돈을 벌기 위한 마음보다 더 숭고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사실은 돈을 버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더라도) 이렇게 ‘Why’, ‘How’, ‘What’을 정의할 것이다.
- Why – 오프라인 쇼핑에서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쇼핑을 하는 세상을 만들고 말겠다.
- How –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편리하게 상품을 받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 What – 온라인으로 쇼핑을 할 수 있는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겠다.
꽤나 숭고한 목표의식이며, 개연성 있는 흐름이다. 그런데 때로는 비전이 현실 앞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어떤 사업가가 직장인들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각각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비전(Why)을 추구했다고 해보자.
그래서 직장인끼리 서로 소개 받아 만날 수 있는 앱을 만들었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동성을 소개 받을 경우 만남을 기피했고, 이성간의 만남을 선호했다. 이것을 보고 사업가는 앱을 소개팅앱으로 피버팅 했다.
실제 사업의 진행 상황에 따라 사업가의 Why는 ’남녀가 서로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로 변해 버렸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사업가는 언제나 비전을 중시하고 강조해야 한다. 아편같은 자기 최면이다. 스티브잡스가 보여줬다는 ‘현실왜곡장’과도 비슷한 개념이다.
피고용인의 Why
반면, 이 회사에 고용된 개발자가 이 회사를 선택할 때 사업가의 ‘Why’를 고려했을까? 고려한 사람이 극소수이겠으나 대부분은 사업가의 ‘Why’가 아닌 스스로의 ‘Why’를 고려했을 것이다.
어떤 개발자는 회사에 입사한 후에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고,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힘을 다할 수는 있다. 그런데 이 상황은 ‘Why’로부터 시작된 탑다운 접근이 아닌, 내가 이 일을 했더니 사업가가 원했던 ‘Why’가 이루어진 결과론적인 상황일 뿐이다. 자신의 사업을 스스로 시작하지 않는 한 사업가의 ‘Why’는 피고용인이 먼저 시작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럼 피고용인의 ‘Why’, ‘How’, ‘What’은 어떤 모습일까?
- Why – 난 생계유지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 How – 내가 가진 기술을 효과적/효율적으로 사용해서
- What – 회사에서 시키는 일들을
피고용인의 Why는 항상 생계유지가 되어야 한다. 물론 성장과 성취 등도 고려대상일 수는 있으나, 그것은 생계유지라는 최우선 조건이 만족되었을 때만 성립하는 얘기다. 피고용인은 돈을 받기 위해 내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내가 동기부여 영상에서 비판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피고용인의 Why는 생계유지일 수 밖에 없는데, 대부분 더 “숭고한” Why를 찾으라고 강요한다. (생계유지보다 숭고한게 딱히 더 있나?)
사업가의 Why, How, What은 뾰족해서 자신의 사업에 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피고용자의 Why, How, What은 무난하게 어디에나 잘 맞아야 한다. 이것이 피고용인들이 이직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사이넥 역시 이 영상을 소개할 때 ‘성공한 리더의 공통점’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리더는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으로 한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상은 ‘출근하기 싫은 직장인이 봐야하는 영상’ 등으로 곳곳에서 소개되고 있다.
Why를 강조하는 사이넥의 영상은 사업가를 위한 것이다. 재벌 자녀가 마약을 하면 구하기도 쉽고, 설사 발각되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서민은 어쩌다 마약을 맛보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구할 수도 없고 걸리면 인생 종친다. 동기부여라는 아편을 피고용자들이 별 생각없이 받아 먹으면 안되는 이유다. 내가 피고용자인 이상 돈을 버는 것이 나의 가장 숭고한 목적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3줄 요약
- 사업가의 Why와 피고용인의 Why는 다르다
- 피고용인이 사업가의 Why를 체득했더라도 그건 Why로부터의 시작이 아닌 결과론적인 것이므로 동기부여와는 상관이 없다
- 피고용인은 돈을 벌겠다는 피고용인만의 숭고한 Why를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오너십 -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열쇠
저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을 해야 합니다.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하는 것만으로 90%의 문제는 해결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문제에 대한 인식은 중요합니다. 올바른 질문은 올바른 답을 이끌어 내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정확하게 식별되었다면 문제 상황에 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5 why’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상황의 복잡도 따라서 ‘100 why’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점차 문제의 실제 원인에 접근해 갑니다. 실제 원인이 중요한 이유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들을 해결하는 것은 중간 과정의 현상을 없앤 것이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닙니다. 표면적 현상을 없애고 나면 문제의 진짜 원인이 남아있으므로 머지 않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하거나 더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여 현시점에서 가장 최적의 솔루션을 고민하는 것이 전략입니다.
각 나라별 문제 해결이라는 그림을 보면 선입견이 보이기도 하지만,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보입니다. 독일의 깔끔한 문제 해결 방식이 보이고, 용병을 사서 자신들의 까다로운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는 미국의 모습도 보입니다.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묻어 버리는 중국 공산당의 모습도 재미있습니다. 원래 이 그림에는 대한민국은 없었는데, 누군가가 끼워 넣은 모양입니다. 한국은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지만 다른 두 가지의 문제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한 모습으로 볼 수 있을겁니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문제의 원인을 본질까지 파고 들지 않아서 일 수도 있고, 원인은 제대로 파악했으나 잘못된 솔루셔닝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회사에서 직원들의 이직율이 높다면 어떤 원인이 있을까요? 월급이 작을수도 있고, 자신이 맡은 일에서 충분히 성취를 느끼지 못해 직원들의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상사의 괴롭힘을 당하다 보니 회사 자체가 싫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회사에서 직원들의 이직율이 높은 상황에서 경영진이 취한 조치가 인터넷 상에 유머로 돌아 다닌 것을 봤습니다.
신입사원의 이직율이 높다 → 40대 사원을 멘토로 붙이자
여성사원의 이직율이 높다 → 경영진과 여사원들의 회식을 정기적으로 열자
젊은 사원들의 이직율이 높다 → 휴일에 젊은 사원들에게 스터디그룹&회식을 시키자
이 조치를 실행한 이후 이직율은 더 치솟고 있다는 글을 덧붙였습니다. 전형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잘못 파악하고, 잘못된 솔루션을 적용한 예입니다.
아파트 단지 내를 산책하면서도 비슷한 장면을 봤습니다. 반려견 소변 금지는 누구를 대상으로 한 팻말일까요?개는 팻말을 읽지 못하니 당연히 개를 산책시키는 주인들을 대상으로 했을겁니다. 그런데 개를 산책시켜 보신 분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개들 데리고 가던 중에 개가 갑자기 앉아서 쉬를 할 때 주인이 자제시킬 방법이 있나요?
여기서 문제는 매우 명확합니다. 강아지가 보도블록 위에 소변을 보면 냄새가 심하게 나고, 빠른 시일 내에 비가 오지 않는 이상 씻겨지지도 않을겁니다. 주민들은 악취에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합니다. 관리사무소는 계속되는 민원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관리사무소에서 붙인 이 팻말이 불편한 이유는 이 팻말은 문제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팻말은 그저 관리사무소는 할 만큼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팻말을 읽지 못하는 개와 개의 소변을 통제할 수 없는 개 주인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 뿐입니다.
보도블록에 개들의 소변 때문에 나는 악취를 잘 해결할 방법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방법은 찾아야겠죠. 그러나 문제 해결이 아닌 팻말로 관리사무소는 자신들의 책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겼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로 벽에 보기 싫은 팻말이 하나 붙었을 뿐입니다.
사람들이 진짜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기 보다 이런 가짜 솔루션을 만들어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질적인 원인을 찾아 들어가고, 그에 대한 최선의 솔루션을 내놓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많은 생각이 필요한 과정이지만, 깊게 생각하기는 힘이 들고 귀찮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은 그냥 해결책 같아 보이는 것을 제시하고, 자신이 뭔가를 했다는 것에 위안을 삼습니다. 게다가 이런 가짜 해결책을 제시하고 나면, 자신은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고 주장하며, 다른 사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오너십’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문제를 진짜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깊이 고민하고, 자신이 책임지고 해결해야겠다고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오너십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위에서 예로 들었던 것들을 솔루션이라고 제시하고 나몰라라 하지는 않았을겁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척하지 않고,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노션으로 GTD 하는 방법 - 업무에 치이며 울지 않기
내가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상황에 끌려다니는 느낌이 들 때 업무 피로도는 급격히 올라갑니다. 저는 GTD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업무 통제력을 확보하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GTD는 Get Things Done의 약자로, 데이비드 앨런이 제안한 업무 관리 기법입니다.
GTD는 쏟아지는 업무를 놓치지 않게 해주고, 우리가 집중하는 머리 속의 컨텍스트를 최대한 명료하게 하고, 빠르게 할 수 있는 업무들을 해치움으로써 많은 컨텍스트에 의해 분산될 수 있는 우리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장점입니다. GTD는 프로젝트의 성공에도 도움이 됩니다. 프로젝트는 애초에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고,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점차 명확함이 생깁니다. GTD 방식을 활용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빠르게 먼저 처리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후반으로 갈수록 발생할 수 있는 복잡한 상황에서 버퍼를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노션을 활용하여 GTD와 칸반 개념을 어떻게 녹여서 사용할 수 있는지 소개해 볼 예정입니다.
GTD에는 기본적으로 5단계의 프로세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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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ture (Coll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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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ify (Pro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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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gan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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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lect (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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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age (Do)
기본적인 5개의 프로세스 외에 저는 Closing이라는 단계를 하나 더 추가하여 업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먼저 노션 페이지에 칸반 형식을 사용하기 위해 Board View를 하나 생성합니다. 칸반은 업무의 상태(Status)를 확인하기 쉬워 업무의 진행상황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Capture
어떤 일이든 내가 신경써야 할 일이 있으면 무조건 ‘To Do’ 항목에 기록합니다. 기록을 해두지 않으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To Do’에 기록하는 것이 첫번째입니다. 여기에 기록할 때는 어떤 일인지 알 수 있도록 간단히 제목만 쓰거나, 잊어버리지 않아야 할 정보만 간단하게 기록하면 됩니다.
Clarify & Organize
‘To Do’에 기록해 둔 업무를 파악해 보고 하지 않아야 겠다는 판단이 들면 ‘Canceled’ 상태로 보냅니다. 외부 환경의 변화 등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급격한 변화가 있어야 실행 가능한 업무이거나, 정말 중요하지 않아서 내가 노력을 해도 노력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는 업무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립니다.
Reflect
특정 업무를 2분 안에 빠르게 완료 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제목만 보고 처리한 후에 ‘Done’ 상태로 보냅니다. 칸반 보드에서 드래그를 해서 바로 ‘Done’으로 보내는 행위는 업무를 끝냈다는 명시적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완료하기 위해 노력이 조금 더 필요한 업무라면 해당 업무에 대한 사항들을 조금 더 자세히 페이지에 작성을 한 후에 ‘In Progress’ 상태로 보냅니다. 여기서 집중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WIP(Work in Progress)를 최대 2~3개까지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ngage
마감일이 명확한 업무라면 Estimated Date 항목을 채우고 필요하면 리마인더 설정을 해둡니다. 그게 아니면 Estimated Date 항목은 그냥 비워둡니다.
‘To Do’에 업무가 보이는 것만으로 그 업무에 대해 상기할 수 있고, 완료해야 한다는 약간의 압박이 느껴지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Closing
완료된 업무가 많아질수록 ‘Done’ 항목이 늘어나서 컨텍스트를 최소화 하고자 하는 목적에 위배되는 상황이 생깁니다. 완료된지 오래되어서 다시 찾아볼 필요가 없을 것 같은 항목은 ‘Archived’ 상태로 이동 시킵니다. 이 상태는 칸반보드 상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저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습니다.
‘Done’에는 최근에 완료되어 빠른 시간 내에 결과를 찾아봐야 할 수 있을 것 같은 업무는 당분간 그대로 둡니다. 마지막으로 처리한 업무가 전략 문서 작성이라든지, 세부적인 계획을 작성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단순 업무의 처리가 아니라 그 결과물이 중요한 경우에는 ‘Deliverable(산출물)’ 페이지에 따로 이동시켜서 보관합니다.
GTD 방식과 노션이라는 툴을 잘 활용해 업무를 하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훨씬 즐겁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나무처럼 자란다 -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는 ‘장발장’처럼 극적인 사례를 들며 충분히 변할 수 있다고 말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에이, 그래봤자 사람 안 변해’라는 말로 사람의 변화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사람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무생물이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든 변화하는 것은 당연할테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성장)할 수 있는지가 관건일 것입니다. 사람의 성장에는 많은 전제가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전제는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과 의지입니다.
저는 사람의 성장은 나무의 생장과 매우 유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뭇가지는 규칙이 없는 것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갑니다. 산만하게 이리저리 휘어진 가지를 보면 정신이 없지만, 몇 걸음 뒤에서 나무를 바라보면 일관성이 보입니다. 불규칙적으로 보이던 가지들은 방향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태양이 있는 하늘을 향합니다. 하늘은 나뭇가지가 갈 수 밖에 없는 근원적인 목표점입니다. 사람의 성장에서도 개인의 비전이나 목표가 명확하다면, 세부적인 어려움을 딛고 자신의 목표에 다가갈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나뭇가지의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가지의 크기가 작을 때가 훨씬 쉽습니다. 어린 나뭇가지 옆에 받침대를 지지해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라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코끼리의 코만큼 굵어져 버린 가지의 방향을 바꾸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미 굵은 가지에 과도한 힘을 주면 가지는 부러져 버릴겁니다. 그 급격하고 강한 변화를 견뎌낸다면, 변화된 방향으로 가지가 자라겠지만 쉬운 일은 아닐겁니다. 사람의 변화도 어린 시절부터 원하는 방향으로 가이드 할 수 있다면, 나이가 든 상태에서보다는 훨씬 유연하게 변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뭇가지는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몇개월의 시간을 두고 보면 훌쩍 자라 있습니다. 사람의 성장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루하루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더라도,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들이 날마다 모여서 긴 시간이 지난 후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사람의 성장을 단시간에 이룰 수 있는 것으로 보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람은 나무처럼 성장하고, 이런 상황이라면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보다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잘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좀 더 적합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타트업의 변신 -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해야겠지
투자자는 시간보다 돈이 더 많은 사람이다.직원은 돈보다 시간이 더 많은 사람이다.사업가는 단순히 말해 매력적인 중개인에 불과하다.스타트업이란 남의 돈으로 해보는 사업실험이다.마케팅은 섹스와 같다. 못난이들이나 돈을 내고 하는 것이다.기업문화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이다.진정한 규칙은 없다. 법이 있을 뿐이다.성공하면 모든 죄가 용서된다.내게 기밀을 누설하는 사람은 내 비밀도 발설한 것이다.성과주의란 어두운 뒷모습을 가리기 위한 화려한 단어에 불과하다.탐욕과 허영은 부르주아 사회의 두 엔진이다.관리자는 대부분 무능하며 타성과 정치를 통해서만 밥줄을 유지한다.소송은 사실 기업 사이의 갈등관계를 그럴싸한 말로 풀어놓은 값비싼 견제 행동이다.자본주의는 투자자, 직원, 사업가, 소비자 등 모든 당사자가 공모하고 꾸미는 도덕을 초월한 익살극이다.– 카오스 멍키 中 –
초기의 미약함을 창대함으로 바꾸기 위해 스타트업은 각 과정을 밟아 나갑니다. 극초기의 스타트업은 살아남는데 집중합니다. 시장을 둘러싼 거대한 방벽 중 하나의 점에 집중해서 창을 내질러 균열을 일으켜야 합니다.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한 가지에 집중해서 가장 빠른 시점에 서비스를 출시하고, 시장의 반응을 관찰하면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내놓은 제품을 MVP(Minimum Viable Product)라고 부릅니다. 애자일과 린방식이 유행하면서 MVP라는 말도 흔히 쓰이지만,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서 문자 그대로의 Minimum이 작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회사에서 말하는 ‘MVP를 만들어 보자’라는 말은 실제로는 CVP(Complete Viable Product)를 만들되, 개발 기간을 Minimum으로 사용하라는 것에 가깝습니다. 어쨌거나 MVP를 얼마나 빠르게 시장에 내보일 수 있는지는 개발자의 역량에 달려있습니다. 복잡다단한 비즈니스의 연관성을 고려하기에는 비즈니스는 너무 빠르게 변하고, 경쟁자들의 속도도 무섭습니다.
모든 상황이 통제하에 놓여있다면, 너무 느리게 달리고 있는 것이다.– 마리오 안드레티, F1 레이서 –
스티브잡스가 워즈니악을 구워 삶아 위대한 제품을 탄생 시킨 것처럼 모든 스타트업의 대표는 그만의 워즈니악을 데리고 있습니다. 운좋게 시장의 한 점을 돌파해 낸 스타트업은 이제 성장을 고민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때가 가장 신나는 시기입니다. 어느 정도의 성장 잠재력을 인정 받았기 때문에 투자금도 들어온 상태며, 빵빵한 자금을 신나게 써가며 개발하고 마케팅을 할 수 있습니다. 어둠의 조직에서 최고 자리에 올라가려면 몇 번은 콩밥을 먹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매출의 성장만 뒷받침 된다면 스타트업에게 적자는 훈장 같은 느낌입니다. 한적한 시골에 비포장 도로 하나를 뚫었던 스타트업은 사력을 다해 길을 넓히고 포장을 해나갑니다. 수많은 잊혀진 이름들의 피와 땀이 섞여 도로는 점점 넓어지고 고속도로가 됩니다. 도로에는 많은 차량들이 지나다니고 이제 통행료를 받을 일만 남았습니다. 더 많은 차량이 다닐수록 더 많은 돈이 들어옵니다.
충분하게 성장을 한 스타트업은 곤충이 변태를 하듯이 그 모습을 서서히, 그러나 완전히 바꿉니다. 이런 상황은 비즈니스가 성숙해졌다거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거나, 시스템이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거나 현금 흐름이 안정적으로 되었다 등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한 점을 돌파하던 젊은 스타트업은 이제 지켜야할 것들이 생기고 수비적인 태세로 전환합니다.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효율적인 운영이 중요해집니다. 정체성을 완전히 바꾼 (구)스타트업은 더 이상 직원들에게 관대하지 않습니다. 남의 돈으로 잔치를 벌였던 지난 몇 년 간의 모습과는 다르게 비용에 대한 강한 압박이 시작됩니다.
회사가 정체성을 바꾸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외부적으로는 관료화에 아주 익숙한 인사를 영업하기 시작합니다. 전혀 듣지도 못한 이름이 조직도의 윗자리에 채워지기 시작하는 것이 첫번째 신호입니다. 관료화에 익숙한 인사들은 숫자가 진실을 말해주는지에 대한 여부와는 별개로 숫자로 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조직의 높은 자리를 차지하면서 조직의 분위기는 차차 관료적으로 변해갑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조직도를 흔들기 시작합니다. 개발 조직을 비즈니스 조직과 묶어 버리거나, 비즈니스 조직의 아래로 둘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개발 조직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비즈니스 조직의 힘이 강해집니다. 이것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가 중심이 되는 구조로 변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이런 과정이 진행되면 개발자들은 괴로워집니다. 비즈니스의 입김이 강해지면 자연히 실무 레벨에서의 어려운 현실이나 제약은 비즈니스 목표 앞에 묵살 당하기 십상입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개발자들의 대규모 이탈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명확함을 사랑하는 개발자들은 회색 지대에 놓여있는 비즈니스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뿐더러 0을 1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과는 업무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성숙해지고 규모가 커짐에 따라 비즈니스 위주로 관료화가 진행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 과정에서 개발자들이 떠나는 것도 놀랄만한 일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초원에 풀이 사라지면, 다른 초원을 따라 이동하는 디지털 유목민 답게 자신이 가장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이동해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입니다.
유치원생도 이해하는 커뮤니케이션 노하우
프로젝트를 관리할 때 90% 이상이 커뮤니케이션일 정도로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합니다. 대부분의 직장 스트레스는 타인을 대하는 것에서 발생한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도 커뮤니케이션 관련 문제입니다. 매니저는 결정할 것들이 많고, 때로는 프로젝트의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단호한 결정들도 필요합니다. 미팅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만나기 때문에 서로의 이익을 위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단호한 의견을 주장할 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에 스스로를 일치 시키기 위해 강한 태도를 보이며 말을 합니다. 논쟁이 격화되면 점차 흥분하게 되면 말투가 빨라지고, 목소리가 커지며, 상대방의 말을 끊기도 합니다. 이런 태도는 상대방의 도마뱀 뇌를 활성화 시킵니다. 도마뱀의 뇌가 활성화 된 상대는 더 이상 당신이 하는 말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며, 당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데만 집중하게 됩니다. 당신이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은 단호한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조용하고 미소를 머금은 채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흥분한 상태로, "아니! 이건 구조적으로 당신 팀에서 하는게 맞는거죠!"라고 말할 때와, 미소를 머금은 채로, "구조적 이점을 봤을 때 이건 XX님 팀에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라고 하는 것은 완전 다른 효과를 가져옵니다. 전자는 상대의 감정을 자극해 공격받는다는 느낌을 들게 하지만, 후자는 당신의 주장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합니다. 충돌 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연습할 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이 효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람이 개통령이라 불리는 강형욱입니다. 강형욱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라는 프로그램에서 개가 아닌 개주인들을 훈련(?) 시킵니다. 강형욱을 처음 봤을 때 미소 짓는 얼굴과 나긋나긋한 말투 때문에 매우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강형욱의 말은 매우 단호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자신의 개만 생각해서 타인에게 위협을 가하는 주인의 모습을 봤을 때 누구나 화가 날겁니다. 그런데 강형욱은 목소리를 높여, "그럼 다른 사람 안전은 생각 못합니까??"라고 외치지 않고, 나긋나긋하게 "그럼 다른 사람이 위험해지는건 괜찮아요?"라고 말합니다. 형식이 강하지 않다고, 내용이 강하지 않은게 아니라는 겁니다. 미소를 지은 강형욱의 조용한 말에도 개주인들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합니다. 일종의 '조용한 팩트폭력'입니다.
다음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효과적인 추임새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상황에 딱 맞아 떨어지지 않더라도, 상대의 마음을 온화하게 만들 수 있는 몇몇 추임새들을 소개합니다. "아까 XX님이 말씀하신 것처럼..."이라는 추임새는 나는 당신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으며, 당신이 했던 말을 기반으로 말하고 있다는 의미를 전달합니다. "XX님도 알고 계시겠지만..."이라는 추임새는 저의 의견을 말하는 중임에도, 이것이 나의 특별한 의견이 아니라 상대도 충분히 알았을 법한 내용이라는 의미로 상대의 지적 수준을 존중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XX에 저희가 동의했듯이..."라는 추임새는 다름보다는 합의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회의에서의 논쟁은 때로 대부분 동의하는 사안과 별개로 별 중요하지도 않은 것에 대한 감정 싸움이 되는 경우도 매우 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추임새를 활용해서, 작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같은 목적을 위해 논의중이라는 것을 상기시킬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보면 알맹이보다 형식을 통해 만들어 가는 부분이 꽤 많습니다. '회사는 유치원이 아니지만' 유치원생을 대하듯 해주는 배려는 커뮤니케이션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어 간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우리의 상위 목적은 일을 완료 시키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사람들의 감정이 상하지 않은 상태가 핵심입니다. 감정이 상하지 않은 것을 넘어 모두가 그 업무에 긍정적으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경력자를 위한 스타트업 이직 가이드
들어가며
대기업을 다니다가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고려하고 있나요? 저는 대기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해서 지금은 스타트업계에 머무른지 7년이 되어갑니다. 다시 대기업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절대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자율성을 중시하는 리모트 근무나 무제한 휴가 등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이런 자유로운 근무환경 때문에 제 삶의 질은 몇 년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상승했습니다.
안정성 보다는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가치있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스타트업에 적합합니다. 저는 애초에 안정성이라는 것을 크게 믿지 않습니다. 안정성은 현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세수가 줄어들면 공무원조차 감축될 수 있고 연금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대기업 LG에서 무선사업을 하루 아침에 접기도 합니다. 저는 현재의 직장이 안정적이기를 바라며(기도메타) 머물러 있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면서, 제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이 좋은 이유
진짜일
대기업에서는 불필요한 프로세스나 복잡한 보고 체계에 의한 가짜일들이 만들어 집니다. 대기업의 관료주의를 마냥 비효율적이라 말할 수는 없는 이유는, 규모가 큰 조직에서는 이 방식이 그나마 ‘효과적&효율적’인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스타트업에서 가짜일을 하지 않는 이유는 스타트업 사람들이 모두 잘나서가 아닙니다. 부족한 자원 상황에서 가짜일에 치중하는 스타트업은 빠른 시간내에 도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가짜일을 배제하고 핵심적인 일에 자원을 집중하는 스타트업만 살아 남습니다.
저는 가짜일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정의합니다. 가짜일은 힘든일과 다른 개념입니다. 물을 뽑아내는 모터가 없는 상황에서 집 안에 물이 차 올라온다면, 양동이로 바쁘게 물을 퍼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대처는 매우 힘이 들며, 효과적이거나 효율적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일입니다. 이런 일은 힘들기는 해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은 아닙니다. 힘들지만 납득할 수 있는 일은 커밋먼트가 확보되었다고 말합니다. 커밋먼트가 확보된 상태에서는 일의 집중도가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큰 레버리지 포인트
스타트업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큽니다. 잡부처럼 무작정 많은 일을 한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레버리지 할 수 있는 영역이 크다는 뜻입니다. 큰 기업에서는 내가 기계의 한 부속품 역할을 하게 됩니다. 내가 없더라도 회사가 돌아가는데 별로 표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에서는 내가 하는 행동이나 업무가 회사의 방향성, 문화, 성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당신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당신의 부족함이 크게 부각될 것이고, 당신이 매우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다면, 모두가 당신의 실력을 알게 됩니다.
부자 되는 방법
근로소득만으로 부자가 되기 힘들어진 시대라고 합니다. 부동산, 주식, 코인 등의 투자에 돈이 몰립니다. 이런 종류의 자산 투자 외에 꽤 높은 확률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스톡옵션으로 인한 보상입니다. 이것은 스타트업에서 당신이 가지는 레버리징 능력이 크다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회사는 크게 성장할 수 있고, 당신이 가지고 있는 스톡옵션은 회사의 가치에 따라서 수십배에서 수백배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당신은 업무를 통해 성장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금전적 보상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이직시 조심해야 할 것들
경영진과의 기대수준
여기서부터는 더 중요한 내용입니다. 경력자인 당신이 스타트업으로 이직할 때 주의할 점을 알아보겠습니다. 저도 수천, 수만번(?)의 실수를 통해 깨달은 것들입니다. 스타트업의 대표나 경영진은 회사 운영의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실수를 종종 합니다. 그들은 때로 자신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자신들이 어떤 유형의 인재를 원하는지, 인재를 뽑아서 어떻게 활용할지 잘 모릅니다. 막연하게 경력자가 산재해 있는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대기업의 프로세스도 자연히 도입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이런 접근 방식은 구세주를 찾는 것과 같아서 이직한 경력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이 방식은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내부 구성원들에게 무력감을 심어줍니다. 구세주를 원하는 조직은 머지 않아 실패를 경험하게 되고, 구세주라 믿던 인재는 바로 희생양으로 전락합니다.
보통 시니어 경력직들은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면서 그럴싸한 직위나 직책을 받기를 원합니다. 대기업을 떠나는 것에 대한 보상심리가 강하게 작용합니다. 또한 높은 직책으로 가야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입니다.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대표의 입김이 강하고, 조직의 변화도 빈번합니다. 다시 말해서 당신이 C레벨로 이직했더라도, 대표와 코드가 맞지 않으면 하루 아침에 쫓겨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당신이 합의하고 가는 직책과 직위는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입사 후에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처우를 협상할 때는 명목상의 직위보다는 실제로 어떤 일을 하며, 당신을 채용하면서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지를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사와 당신의 기대수준을 최대한 잘 조율하고 이직해야 입사 후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기존 멤버와의 관계
회사 동료와의 관계도 중요합니다. 기존 멤버들은 당신에게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당신이 자신들의 힘든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대하겠지만, 한 편으로는 당신을 경계하고 심하게 텃새를 부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력자들이 종종 저지르는 실수는 기존의 멤버들을 계몽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대표는 회사의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고, 프로세스 전반을 개선해줄 것을 기대하고 당신을 채용 했기 때문에, 허니문 기간 동안 당신에게 모든 힘을 실어줄 것처럼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전형적으로 지배자들이 쓰는 수법입니다. ‘임자 하고 싶은대로 해. 임자 뒤엔 내가 있잖아’라고 말을 하지만, 당신이 기존 조직과 충돌을 일으키면 대표는 책임을 회피할 것입니다.
기존 멤버들은 계몽의 대상이 아니라 같이 성장해야 할 대상입니다. 처음 봤을 때 이상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겠지만, 그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들도 이상하다는 것을 알지만 부족한 리소스 때문에 손을 못 대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비평가나 훈수꾼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조직의 현재를 인정하고 그들 속으로 먼저 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담 그랜트의 책 ‘오리지널리티’에서는 CIA정보부국장을 지낸 카멘 메디나의 사례가 나옵니다. 메디나가 처음에 실패를 했던 이유는 보수적인 기존 직원들의 반발을 무시한 채 너무 빠르게 개혁을 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기존 조직의 성향을 무시하고 빠르게 개혁을 추진한다면, 기존 직원들은 강한 면역 반응을 보이고 당신은 바이러스 취급을 당하며 쫓겨날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회사의 일원이 되어 신뢰를 먼저 얻은 후에 당신이 추구하는 것들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들의 마음에 드는 것이 첫번째고, 일을 잘해내는 것은 그 다음입니다.
마무리
대기업에 비해 기본적인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스타트업은 충분한 매력이 있습니다. 당신이 위의 주의사항을 잘 숙지하고 이직을 한다면, 당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여 회사와 당신이 같이 성장하는 신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될 당신을 응원합니다.
정글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방법 - 이해관계자 관리
정글에서의 프로젝트
여러분은 지금 비행기가 추락해 정글에 불시착 한 상태입니다. 여러분은 가장 먼저 무엇을 하게 될까요? 먼저 주위를 살펴서 몸을 숨길 만한 장소가 있는지, 먹을 것은 있는지 파악하려 할 것입니다.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이 끝나면 주위에 맹수는 없는지, 도움을 청할 방법이 없는지 등을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도 비슷한 일들이 처음에 벌어집니다. 여러분은 이 프로젝트가 왜 시작되었는지, 회사의 이익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여러분의 커리어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의 프로젝트의 배경과 상황에 대해 파악해야 합니다. 그 다음은 주위에 맹수가 없는지 도움을 줄만한 사람이 없는지 찾아봐야겠죠?
“네? 회사에 무슨 맹수가 있나요?”
회사에는 프로젝트의 진행을 방해할 맹수보다 더 무서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 도움을 줄만한 사람들도 많으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이해관계자 파악하기
이런 모든 사람들을 가리켜 이해관계자(Stakeholder)라고 부릅니다. 프로젝트 초기에 이해관계자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누가 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인지, 나를 방해할만한 사람은 누구인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도움은 최대한 받아내고, 방해는 최선을 다해 막아내어야 하겠죠. 이해관계자는 보통 네가지의 유형으로 분류 합니다.
강한 영향력 & 높은 관심
이 유형의 이해관계자는 프로젝트의 성패에 가장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장 잘 모셔야(?) 할 분들입니다. 프로젝트 스폰서인 임원 이상의 직급이 이 유형에 속할 확률이 높습니다. 스폰서는 프로젝트가 잘 돌아가게 관심을 가지고 자원을 제공해 줍니다.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은 당신의 팀장도 여기에 속할 수 있습니다. 또, 프로젝트를 실질적으로 진행하는 프로덕트 팀도 이 유형입니다.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는지 끝없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죠. 물론 강한 영향력은 부정적으로 발휘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유형의 이해관계자들과는 서로 생각하는 것과 목표가 동일한지 최대한 빈번하고 상세히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강한 영향력 & 낮은 관심
이 유형은 강한 영향력&높은 관심 유형에서 흑화된 사람들입니다. 매우 바쁜 대표나 임원, 팀장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성공을 도와야 할 사람들이지만, 너무나 바쁜 일이 많아 프로젝트가 돌아가는데 관심을 가지기 힘든 사람들입니다. 이 유형은 관심이 전혀 없어 보이다가 특정 순간에 과도한 관심을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부류입니다. 평소에는 관심이 없어서 대화를 할 기회도 없지만, 프로젝트의 결과가 나오는 시점에 자신의 강한 영향력을 이용해 프로젝트의 방향을 바꾸거나, 결과를 무참하게 짓밟아 버리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유형을 상대할 때는 더욱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야 합니다. 우리의 목적은 이들이 좀 더 프로젝트에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고, 뜬금없이 프로젝트를 뒤집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시도에도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지속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시장이나 회사의 상황에 따라 야심차게 시작한 프로젝트의 중요성이 점차 낮아지는 경우는 빈번하고, 이런 경우 프로젝트를 지속하는 것이 시간 낭비가 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다시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우선순위를 다시 식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약한 영향력 & 낮은관심
실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당신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없습니다. 지나가면서 당신과는 날씨 얘기 정도를 주고 받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당신에게 특별한 도움을 주지 않지만, 프로젝트를 망가뜨릴 만한 나쁜 행동도 하지 않는 평범한 소시민들입니다.
약한 영향력 & 높은 관심
이 유형을 이야기 하기 위해 앞에 빌드업을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특이한 유형입니다. 저는 이 유형을 다양한 단어로 표현하고는 합니다. 간섭이 심하다는 뜻에서 ‘시어머니’나 ‘오지라퍼’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프로젝트의 속도를 저하시키는 ‘속도방지턱’이라는 표현도 사용합니다. 이들은 프로젝트에 공식적인 권한은 없지만 모든 일에 대한 과도한 관심으로 프로젝트에 악영향을 끼칩니다.이들의 불필요한 오지랖으로 인해 프로젝트의 속도가 저하되기도 하며, 핵심 담당자가 의욕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들은 천성적으로 단순한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고민하지 않아야 할 영역들,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도 모를 사항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이 유형이 프로젝트 근처에 많다면 프로젝트의 실패 확률은 급격히 올라갑니다. 이런 유형은 의도적으로 프로젝트에서 배제시키는 것도 방법입니다.
마무리
프로젝트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를 잘 파악하고, 프로젝트에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이해관계자들과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회사라는 정글에서 맹수에게 물려가거나 귀찮은 모기에게 계속해서 물어 뜯기지 않고, 당신의 탈출을 도와줄 수 있는 귀인을 반드시 찾기를 바랍니다.
기존 라이센스로는 마지막이 될 아이다 관람 후기
12년 만에 다시 본 아이다
2010년에 처음 아이다를 보고 12년이 지난 시점에 다시 아이다를 보게 되었다. 예전보다 여유가 좀 생기기도 했고 와이프와 관람하는 것이라 조금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예전 성남 아트센터에서 볼 때는 이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블루스퀘어의 사운드 시스템이 더 좋은지 첫번째 곡이 시작되면서 바로 소름이 돋았다.
Every Story Is a Love Story
현대를 배경으로 박물관 전시장에서 두 남녀가 스치듯이 마주친다. 갑자기 동상이 움직이며 노래를 시작하는데, 이 곡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조용하면서도 운명적인 사랑에 대해서 담담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노래하는 곡이기도 하고, 첫번째 장과 마지막 장이 수미상관을 이루는데 역할을 하는 곡이기도 하다. 공연이 끝날 때 왜 이 첫 장면이 나왔는지 알게 된다.
Fortune Favors the Brave
그 다음 장면에서는 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곡 Fortune Favors the Brave가 나온다. 이집트 군인들이 거침없이 전진하는 기세를 잘 표현하는 곡이다. 이 노래는 한국어로 번역한 것보다 영어 가사로 들어보면 좀 더 기개가 잘 느껴진다.
클리셰가 주는 감동
아이다의 스토리는 전형적인 클리셰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춘향전 등등 금지된 사랑이 얼마나 뜨거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인간은 정말 재밌다. 가질 수 없는 사랑 앞에서는 목숨까지 버리지만, 가지게 된 사랑은 때로 버려지고, 평생을 약속한 부부 간에는 이혼까지 한다. 이런 점에서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은 죽음으로 끝이 난 것 때문에 더 아름답게 포장된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공연 내내 느낀 내면의 갈등
공연을 보는 내내 내 머리속은 세속적인 생각과 낭만적인 생각을 오가고 있었다.
‘아니… 국력이 약해서 다 망해버린 나라가 뭐라고 이렇게 지상 낙원처럼 포장을 하는거야?’
‘자신의 고국에 대해 이토록 강렬한 감정을 가질 수 있다니 벅차오르는구나’
‘약혼녀를 버리고 처음 본 여자에게 바람난 이야기잖아?’
‘운명적인 사랑은 이토록 강렬하고 아름답구나’
‘쟤들 저렇게 죽었으니 망정이지, 같이 결혼해서 살았으면 부부싸움 했을거야’
‘죽음을 불사하는 사랑으로, 같이 죽는 것조차 아름답구나’
이렇게 보면 공연을 보던 3시간에 가까운 시간은 40대의 찌들은 자아와, 동심을 간직한 어린 시절의 내가 싸운 시간인 것 같기도 하다. 40대 자아와는 별개로 나의 동심 자아는 매우 감동을 받아서 눈물이 줄줄 흐르기도 했다
더 화려해진 공연
공연 자체로만 평가를 해보면, 12년 전 공연이 잘 기억이 나지 않기는 하지만, 그 때보다 매우 화려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집트 여왕 암네리스(아이비)가 의상을 착용하는 장면 (My Strongest Suit)에서는 조명이 100여 차례 바뀐다고 한다. 화려한 조명과 의상으로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장면이다. 다양한 색들의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는 것을 멀리서 보니, 수족관 안에 관상어를 보고 있는 느낌도 들었다.
집단이 가지는 힘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점은 누비아의 백성들이 단체로(라고 해봐야 10명 남짓)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뭔가 비장함과 벅차오르는 감정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향해 사람의 마음이 모일 때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10명 남짓한 사람들의 성원에도 이런 힘이 생기는데, 몇 백 몇 천명의 지지자를 만나는 정치인들은 뽕이 생기지 않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정치인인데, 몇 백명 규모의 지지자가 나의 이름을 외친다면, 아드레날린은 솟구치고 내 한 목숨 바쳐 나라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겠지… (이것이 WWE 레슬러들이 약을 몸에 달고 살면서도 은퇴를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총평
티겟 가격은 12만원 정도였지만, 정말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매우 알차고 시간도 긴 공연이었다. 다른 뮤지컬을 몇 개 봤지만 아이다 만큼 몰입도가 좋았던건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우리가 잘 이해할 수 있는 전형적인 사랑 이야기에 잘 꾸며진 효과들이 어우러져서 그런 것 같다.
듣기로는 디즈니로 곧 판권이 넘어가면서, 기존 느낌의 공연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들었는데, 한 편으로는 아쉽기도 하고, 다른 편으로는 디즈니가 리메이크 할 아이다가 궁금하기도 하다. 10년 넘게 이어져온 현재 버전의 아이다를 관람하고 싶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