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할 때만 다가오는 동료, 당신도 이런 경험 있나요?
회사 생활에서 동료와의 관계는 업무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에게 필요할 때만 다가오고, 정작 협업 요청에는 반응하지 않는 사람은 피로감을 주기 마련이다. 이전 직장에서 만났던 P라는 동료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P는 협업 요청을 하면 늘 상사의 허락이 필요하다며 핑계를 대거나 답변을 미뤘지만, 막상 자신이 도움이 필요할 때는 몇 층을 걸어 내려와서까지 나를 찾곤 했다. 도움을 요청하며 우는 소리를 하는 모습에 마음이 약해지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가 얼마나 전략적으로 행동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P는 자신의 상사에게 충성스럽게 행동하며 회사 내 입지를 다져갔고, 덕분에 승진도 빠르게 이루어졌다. 겉으로는 협업의 허들을 높여서 시간을 벌기 위해 상사의 허가를 구해야 한다는 핑계를 댔지만, 본질적으로는 협력보다 자기 일이 우선이었다. 하지만 자기가 어려움에 처할 때는 징징대며 계속 매달리는 방식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그때마다 동정심에 휘둘려 도움을 주곤 했지만, 정작 그에게서는 감사 인사조차 받기 힘들었다. 단순한 예의 문제를 넘어서, 내가 준 답변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매번 이런 식의 소통은 기분만 나쁘게 할 뿐이었다.
이런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그들의 이기적인 행동이 조직 내에서는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P는 상사에게만 충성하면서도 자신의 필요에 따라 다른 사람들을 활용했다. 상사에게 철저히 충성하는 태도 덕분에 빠르게 승진했고, 그로 인해 더욱 그 행동이 강화되는 것을 보았다. 이는 개인주의적 이기심과 조직 내에서 인정받기 위한 조직주의적 태도 사이의 묘한 균형을 이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P와의 관계에서 나는 결국 그와 섞이지 않기로 선택했다.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고, 최소한으로 접촉하며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내 요청이 그에게 부담이 된다면 그저 요청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지만, 결국 그가 바랐던 것도 바로 그 점일지도 모른다.
회사 생활에서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신이 필요할 때만 사람을 찾고, 상대방의 노력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피로감을 안겨준다. 그럴 때는 그들과의 거리를 두고, 최소한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이 장기적으로 조직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인의 이익을 조직의 성공으로 연결시키는 행동이 반복될 때, 진정한 협업과 상호 신뢰는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슬랙에서 벌어지는 심리전: 왜 우리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방어적으로 변할까?
현대의 디지털 업무 환경에서 슬랙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툴은 필수적인 협업 도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공개적인 소통의 장에서는 사람들이 때로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며, 논의가 격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와 심리적 압박이 결합되면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다.
슬랙은 개방된 대화 공간을 제공한다. 팀 내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인식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강한 압박을 느끼게 된다. 마치 경기장에 들어선 선수처럼 실수하지 않고 완벽한 답변을 하려는 경향이 생기며, 이러한 심리적 부담은 자연스럽게 커뮤니케이션의 긴장감을 높인다. 이 상황에서 사람들은 논쟁에 임할 때 더욱 신중해지고,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 결과, 대화는 건설적인 방향보다는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으로 흘러가게 된다.
논쟁이 길어질수록, 팀원들은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상사를 대화에 초대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상사가 참여하면 일견 논의가 마무리된 듯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초기 논의를 주도하던 사람들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상사의 개입으로 논쟁은 종료되지만, 이는 조직의 건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팀원들은 상사의 권위에 의존하게 되고, 자율적인 문제 해결과 토론의 문화는 약화된다. 조직은 장기적으로 상사의 개입 없이는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슬랙과 같은 툴에서 방어적인 태도는 논의의 진전을 방해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사람들이 실수를 두려워해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지 않으려 할 때, 논의는 피상적인 수준에서 머물고 핵심적인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누구나 발언할 수 있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만 주로 발언하게 되면서 다양한 시각이 배제되기도 한다. 이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게 만들며, 팀의 전반적인 효율성을 저하시킨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심리적 방어기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공개된 대화는 본질적으로 참가자들에게 높은 수준의 완벽함을 요구하게 된다. 실수가 쉽게 기록되고, 이후에 남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결국, 슬랙이라는 커뮤니케이션 툴은 팀원 간 투명한 대화와 협업을 촉진하기 위한 도구로 설계되었지만, 과도한 투명성과 공개성이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사나 리더의 역할이 단순히 개입자가 아니라, 팀원들이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개된 커뮤니케이션이 팀원들에게 주는 심리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테면, 비공개 채널을 활용해 민감한 문제를 처리하거나, 실수를 용인하는 조직 문화를 형성함으로써 팀원들이 좀 더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고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슬랙과 같은 도구는 업무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훌륭한 수단이지만, 그 안에서 발생하는 방어적, 공격적인 태도는 조직 문화와 심리적 압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조직이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다각도로 점검하고, 팀원들이 보다 자유롭고 자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