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변신 -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해야겠지

투자자는 시간보다 돈이 더 많은 사람이다.직원은 돈보다 시간이 더 많은 사람이다.사업가는 단순히 말해 매력적인 중개인에 불과하다.스타트업이란 남의 돈으로 해보는 사업실험이다.마케팅은 섹스와 같다. 못난이들이나 돈을 내고 하는 것이다.기업문화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이다.진정한 규칙은 없다. 법이 있을 뿐이다.성공하면 모든 죄가 용서된다.내게 기밀을 누설하는 사람은 내 비밀도 발설한 것이다.성과주의란 어두운 뒷모습을 가리기 위한 화려한 단어에 불과하다.탐욕과 허영은 부르주아 사회의 두 엔진이다.관리자는 대부분 무능하며 타성과 정치를 통해서만 밥줄을 유지한다.소송은 사실 기업 사이의 갈등관계를 그럴싸한 말로 풀어놓은 값비싼 견제 행동이다.자본주의는 투자자, 직원, 사업가, 소비자 등 모든 당사자가 공모하고 꾸미는 도덕을 초월한 익살극이다.– 카오스 멍키 中 –

초기의 미약함을 창대함으로 바꾸기 위해 스타트업은 각 과정을 밟아 나갑니다. 극초기의 스타트업은 살아남는데 집중합니다. 시장을 둘러싼 거대한 방벽 중 하나의 점에 집중해서 창을 내질러 균열을 일으켜야 합니다.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한 가지에 집중해서 가장 빠른 시점에 서비스를 출시하고, 시장의 반응을 관찰하면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내놓은 제품을 MVP(Minimum Viable Product)라고 부릅니다. 애자일과 린방식이 유행하면서 MVP라는 말도 흔히 쓰이지만,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서 문자 그대로의 Minimum이 작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회사에서 말하는 ‘MVP를 만들어 보자’라는 말은 실제로는 CVP(Complete Viable Product)를 만들되, 개발 기간을 Minimum으로 사용하라는 것에 가깝습니다. 어쨌거나 MVP를 얼마나 빠르게 시장에 내보일 수 있는지는 개발자의 역량에 달려있습니다. 복잡다단한 비즈니스의 연관성을 고려하기에는 비즈니스는 너무 빠르게 변하고, 경쟁자들의 속도도 무섭습니다.

모든 상황이 통제하에 놓여있다면, 너무 느리게 달리고 있는 것이다.– 마리오 안드레티, F1 레이서 –

스티브잡스가 워즈니악을 구워 삶아 위대한 제품을 탄생 시킨 것처럼 모든 스타트업의 대표는 그만의 워즈니악을 데리고 있습니다. 운좋게 시장의 한 점을 돌파해 낸 스타트업은 이제 성장을 고민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때가 가장 신나는 시기입니다. 어느 정도의 성장 잠재력을 인정 받았기 때문에 투자금도 들어온 상태며, 빵빵한 자금을 신나게 써가며 개발하고 마케팅을 할 수 있습니다. 어둠의 조직에서 최고 자리에 올라가려면 몇 번은 콩밥을 먹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매출의 성장만 뒷받침 된다면 스타트업에게 적자는 훈장 같은 느낌입니다. 한적한 시골에 비포장 도로 하나를 뚫었던 스타트업은 사력을 다해 길을 넓히고 포장을 해나갑니다. 수많은 잊혀진 이름들의 피와 땀이 섞여 도로는 점점 넓어지고 고속도로가 됩니다. 도로에는 많은 차량들이 지나다니고 이제 통행료를 받을 일만 남았습니다. 더 많은 차량이 다닐수록 더 많은 돈이 들어옵니다.

충분하게 성장을 한 스타트업은 곤충이 변태를 하듯이 그 모습을 서서히, 그러나 완전히 바꿉니다. 이런 상황은 비즈니스가 성숙해졌다거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거나, 시스템이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거나 현금 흐름이 안정적으로 되었다 등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한 점을 돌파하던 젊은 스타트업은 이제 지켜야할 것들이 생기고 수비적인 태세로 전환합니다.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효율적인 운영이 중요해집니다. 정체성을 완전히 바꾼 (구)스타트업은 더 이상 직원들에게 관대하지 않습니다. 남의 돈으로 잔치를 벌였던 지난 몇 년 간의 모습과는 다르게 비용에 대한 강한 압박이 시작됩니다.

회사가 정체성을 바꾸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외부적으로는 관료화에 아주 익숙한 인사를 영업하기 시작합니다. 전혀 듣지도 못한 이름이 조직도의 윗자리에 채워지기 시작하는 것이 첫번째 신호입니다. 관료화에 익숙한 인사들은 숫자가 진실을 말해주는지에 대한 여부와는 별개로 숫자로 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조직의 높은 자리를 차지하면서 조직의 분위기는 차차 관료적으로 변해갑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조직도를 흔들기 시작합니다. 개발 조직을 비즈니스 조직과 묶어 버리거나, 비즈니스 조직의 아래로 둘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개발 조직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비즈니스 조직의 힘이 강해집니다. 이것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가 중심이 되는 구조로 변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이런 과정이 진행되면 개발자들은 괴로워집니다. 비즈니스의 입김이 강해지면 자연히 실무 레벨에서의 어려운 현실이나 제약은 비즈니스 목표 앞에 묵살 당하기 십상입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개발자들의 대규모 이탈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명확함을 사랑하는 개발자들은 회색 지대에 놓여있는 비즈니스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뿐더러 0을 1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과는 업무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성숙해지고 규모가 커짐에 따라 비즈니스 위주로 관료화가 진행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 과정에서 개발자들이 떠나는 것도 놀랄만한 일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초원에 풀이 사라지면, 다른 초원을 따라 이동하는 디지털 유목민 답게 자신이 가장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이동해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