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트포스에서 엔지니어링으로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처음에는 단순한 힘의 경쟁에서 시작된다. 증기기관이 석탄을 무작정 태워 효율을 따지지 않던 시기처럼, 초기의 AI 모델 개발도 막대한 데이터와 연산 자원을 쏟아부으며 규모로 승부를 보려 했다. 더 많은 파라미터, 더 큰 모델, 더 강력한 컴퓨팅 자원을 가진 쪽이 앞서나가는 시대였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결국 한계에 도달한다. 자원을 더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발전 속도가 더뎌지고, 비용 대비 성과가 떨어지는 지점에 이르면 효율화가 필요한 시기로 넘어간다.

최근 AI의 최적화 흐름에서 주목받는 MoE(Mixture of Experts) 개념은 브루트포스 방식에서 효율화로의 전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러 전문가 모듈을 활용해 각 입력 데이터에 가장 적합한 전문가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방식은 더 이상 모든 계산을 동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특히 DeepSeek의 성과는 이 전환을 가속화했다. 기존의 MoE 모델이 가진 한계, 예컨대 중복된 지식 학습이나 비효율적인 자원 사용 문제를 해결하며 더욱 정교한 전문가 분할과 효율적인 라우팅을 통해 AI의 최적화 가능성을 극대화했다. DeepSeek은 모델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연산량을 크게 줄였고, 이는 자원의 크기가 아닌 기술적 설계와 혁신이 경쟁력의 중심이 되는 시대를 열었다. 이제 기술 제공자는 단순히 자원을 쏟아붓는 역할이 아니라, 설계의 정교함과 문제 해결의 창의성을 통해 차별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런 변화는 제공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의 관점에서도 기술과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자동차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사람들은 엔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않아도, 단순히 더 먼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가치만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AI도 이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는 것은 이제 기술자들의 일이 되었고, 사용자는 그 기술이 만들어내는 실질적인 가치에만 관심을 갖는다. AI 비서가 일정을 정리하고, 질의응답 시스템이 질문에 답하며, 추천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취향을 정확히 예측할 때, 사람들은 그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AI가 삶을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방식이다.

결국 기술은 점점 투명해지고 있다. 제공자는 더 정교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기술을 만들어내고, 사용자는 그것이 가져다주는 가치를 자연스럽게 소비한다. DeepSeek 같은 최적화 사례는 단순히 AI 기술 발전의 새로운 경로를 보여주는 것 이상이다. 그것은 기술의 본질이 더 이상 복잡성에 있지 않고, 사람들이 이를 통해 얻는 시간, 편리함,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에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기술은 이렇게 제공자와 사용자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통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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