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플랫폼의 공습 속에 사라지는 로컬 서비스들

현대 사회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는 결국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초기의 다양한 플랫폼들은 점차 특정 목적에 따라 시장이 한곳으로 집중되며 강력한 독점 형태로 자리잡게 된다. 이러한 집적화 현상은 한 국가 내에서 시작되지만, 이내 글로벌 경쟁으로 확장된다. 한때 한국의 대표적인 SNS였던 싸이월드는 페이스북에 밀려 사라졌고, 멜론 역시 유튜브 뮤직의 영향력 아래 놓였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지역적 특성이 강한 로컬 서비스들이 점차 글로벌 거대 플랫폼에 잠식되는 현상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로, 동네 상권이 점차 사라지고 거대한 쇼핑몰 중심으로 상권이 재편되는 흐름을 들 수 있다. 쇼핑몰은 다양한 상점들을 한곳에 모아 주차 편의성부터 쇼핑의 편리함까지 제공하며 고객을 끌어들이는데, 이런 이점 덕분에 소비자와 상점 모두 거대 집적 공간에 의존하게 된다. 결국 많은 서비스가 집적적 이익을 통해 군집 형태로 바뀌며, 쇼핑몰 내에서만 살아남는 상황으로 재편된다.
강력한 글로벌 플랫폼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상황 속에서도 독자적인 로컬 시장에서 자리를 지킨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아프리카TV와 쿠팡이 있다. 아프리카TV는 ‘숲’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하면서도 한국적 정서에 특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며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이는 한국적인 음지 문화에 특화된 콘텐츠로 차별화된 영역을 구축한 결과이지만, 규모 면에서는 글로벌 플랫폼과 맞서기 어려운 구조다.
두 번째 사례인 쿠팡은 더욱 독특하다. 쿠팡은 미국의 아마존이나 월마트 같은 거대 플랫폼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물류 환경 속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일상생활에 밀접한 제품을 신속하게 배달하는 쿠팡의 시스템은 물류센터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며 가능해졌고, 이는 국내 시장에서 큰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배송’이라는 물리적 특성은 글로벌 기업이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운 장점이 되었다. 그러나 쿠팡 역시 이 독보적 위치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는 투자가 필수적이다.
결국 글로벌 플랫폼에 잠식되지 않고 시장을 지키는 로컬 서비스들은 다양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중요한 사례들이다. 당근마켓처럼 지역성을 강조하는 서비스가 로컬 시장에서 경쟁력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로컬 특화 전략은 확장성에 있어 명확한 한계를 가지며, 글로벌 진출이 필요할 때 오히려 약점이 되기도 한다. 또한 정서적이고 문화적인 요소는 물리적인 요소에 비해 쉽게 복제되기 때문에, 글로벌 플랫폼을 상대로 방어하기는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로컬 시장에서 충분한 이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거나, 물리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 강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틈새 전략만으로는 장기적인 생존이 쉽지 않다. 이 모든 흐름은 로컬 서비스들이 점차 글로벌 플랫폼의 거대한 흐름에 흡수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이를 피할 방법은 마땅치 않으며, 로컬 시장에 집중하거나 규제라는 형태로 글로벌 플랫폼의 유입을 지연시키는 정도가 현실적인 대응책이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결국 다양한 플랫폼 생태계가 사라지고 획일화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적 정서를 반영한 로컬 서비스들은 그 자체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이러한 다양성이야말로 로컬 서비스들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며, 시장에 더 많은 선택지를 부여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AI 채용으로 인재 발굴의 한계를 넘을 수 있을까?

AI 기반 레퍼런스 체크는 채용 과정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존의 채용 과정에서 레퍼런스 체크는 주로 지원자의 경력과 평판을 통해 그 사람이 정말 적합한 인재인지를 마지막에 확인하는 절차에 머물렀다. 하지만 단 몇 번의 면접과 간접적인 레퍼런스로는 지원자의 성향과 마인드셋을 깊이 파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AI가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레퍼런스 체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금까지의 AI는 사람들이 업무에서 남긴 기록이나 일상적인 히스토리를 바탕으로, 그 사람의 행동 패턴이나 사고방식, 가치관을 분석해내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단기적인 이미지 관리로 꾸며낸 모습이 아닌 진짜 성향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통해, 회사는 지원자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기존 레퍼런스 체크의 단편적 평가를 넘어, 채용 실패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AI 레퍼런스 체크의 활용 가능성은 더 나아가 채용 과정 전반에서 인재 발굴 단계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지금의 채용 방식은 주로 회사에 이미 지원한 사람 중 적합한 인재를 선별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AI 데이터를 통해 세상에 있는 다양한 인재 풀에서 가장 적합한 사람을 선제적으로 발굴해내는 방식이라면 채용의 가능성은 훨씬 넓어진다. 필요와 역량을 갖춘 최적의 인재를 정확하게 찾아냄으로써 팀과 조직의 조화를 높이고, 나아가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AI 기반 레퍼런스 체크가 모든 면에서 긍정적 반응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여전히 중요한 이슈로 남아있다. 회사가 AI를 통해 지원자의 숨겨진 성향이나 일상적인 사고방식까지 평가 지표로 삼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지원자의 사적인 이면까지 AI가 들여다보는 것이 정말로 정당한가라는 질문은 윤리적 측면에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로 지원자의 자발적인 동의를 제시할 수 있다. 모든 지원자가 자신의 성향과 업무 스타일, 사고방식까지 공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자신의 진정성과 강점을 자신 있게 드러내고 싶은 지원자라면 AI 레퍼런스 체크에 동의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방식이다. 자신의 데이터를 공개하는 데 동의한 사람들은 그만큼 자신의 진정성이나 성향에 대해 스스로 신뢰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며, 반대로 공개를 원하지 않는 지원자는 상대적으로 약점이나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다고 느낄 수 있다. AI 레퍼런스 체크 동의 여부 자체가 그 사람의 진정성과 신뢰성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결국 AI 기반 레퍼런스 체크는 지원자가 자신의 진정성을 자발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기업에게는 더욱 적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 방식을 제시한다. 다만, 프라이버시 보호와 윤리적 검토를 충분히 수반해야 한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AI가 제공하는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지원자의 성향과 사고방식, 진정성이 검증된 채용 과정이 구현된다면, 기업과 지원자 모두에게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힘의 논리에 밀린 초기 스타트업 문화

회사의 문화가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때로는 힘든 도전이 되곤 한다.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회사가 커지면서, 초기의 자유롭고 독창적인 분위기는 점차 퇴색되고, 외부에서 유입된 새로운 기준들이 자리를 차지해 나간다. 특히 외국인 A가 회사를 비롯한 여러 외국계 직원들과 함께 들어오면서 기존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변화하게 되었고, A는 ‘글로벌 표준’이라는 기준으로 회사의 모든 것을 재정의하기 시작했다. A는 회사 위키페이지에 붙여진 여자 아이돌 사진을 문제 삼으며,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물론, 일반적인 회사 상황에서 아이돌 사진이 부적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는 처음부터 자유로운 분위기로 시작해 왔고, 이러한 변화는 외부의 시각이 아닌, 직원들 간의 합의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A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아이돌 사진이 부적절할 수 있지만, 과도하게 성적인 의미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오히려 편협하다고 느꼈다. A와 논쟁을 벌이면서 제시한 논점 중 하나는 문신에 대한 것이었다. A는 아이돌 사진을 문제시했으나, 동시에 한국 문화에서 오히려 더 부정적으로 볼 수 있는 문신을 개인의 취향이라며 합리화했다. 문화라는 것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배경과 가치관이 혼합된 상대적인 것이기에, 한쪽의 기준을 ‘글로벌 표준’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오히려 폭력적이라 생각되었다. 회사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성과 합의를 바탕으로 변화해야 하는데, A는 자신의 문화적 우위를 전제로 강요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불편함은 어느 날 슬랙의 공개 채널에서 논쟁으로 이어졌다. 회사 전체에 이 문제가 개인 간의 갈등을 넘어서는 중요한 문화적 이슈임을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외국계 직원들이 점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고, 회사의 기득권층이 그들로 바뀌면서, 결국 초기의 문화와 정체성은 점차 힘을 잃어갔다. HR에서는 외국인 A의 요청으로 아이돌 사진을 내리라는 공식 공지를 내렸고, 그 순간 초기의 스타트업 정신을 지키려던 노력은 힘의 논리 앞에 무너졌다. 그렇게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되면서,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이 경험은 문화의 차이가 단순히 개인의 호불호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관계 속에서 다양한 갈등을 일으킬 수 있음을 느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