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적합한 곳
흔히 시스템이 완성된 곳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과, 맨 바닥에서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한다. 나는 규모가 있는 기업에서 시스템을 만들고 그에 맞춰 일하는 것에 강점이 있다. 반면 맨바닥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쌓아올리는 것을 좋아한다. 후자에 대해 '강점'이 있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런 환경에서는 일을 잘하고 못함이 결과로 빠르고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 대표의 독단에 의해 결과가 평가된다. 내가 그런 제로 베이스에서 일을 할 역량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독단적인 기준에 승복할 마음이 없다는거지.
애플워치 잠금해제
맥북을 쓴지는 십 년이 넘고 맥스튜디오, 아이패드, 아이폰 생태계를 다 경험한 사람 치고는 애플워치를 뒤늦게 접하게 되었다. 딱히 워치로 할 일이 뭐가 있겠냐는 생각이 있었는데, 조만간 교통카드 지원이 될 것이라고 하는 소식에 바로 질렀다. 근데 역시 생태계의 애플이라는 것에 걸맞게 패스워드 입력 없이 맥 잠금해제 되는 것만으로도 신세계다. 그나마 지문인식 있는 맥북은 괜찮은데, 바밀로 키보드를 쓰고 있는 맥스튜디오는 항상 패스워드를 직접 타이핑 해야 해서 매우 귀찮았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스윽~ 열리는게 기분이 너무 좋은걸...
잘 된 광고 문구
길을 걷다가 보게 된 광고 문구인데 매우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피부가 좋아진다'는 결과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들이 미용을 받는 본질적인 심리를 조금 더 자극하고 들어간 문구다. 나의 미용은 남을 의식하는 부분이 큰데, 타인에게 피부가 좋아졌다는 칭찬을 듣게 된다니 얼마나 고객의 마음을 자극하는 문구인가.
자기 관리론
내일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날이다. 요즘 들어 걱정이 많아진 느낌이다. 가진 것들이 더 늘어나서일 수도 있고, 욕심이 더 늘어서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유학 생활 동안의 실패와 고통이 30대의 강한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이후로는 실패다운 실패를 맛본 적이 없었다. 20대의 고통과 실패의 약발이 다 된 느낌이다. 실패는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최근 몇 년 간 다시 실패를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실패를 하려면 무엇인가 도전을 해야 한다. 실패라는 백신을 한 번 맞을 때가 된 것 같은데, 실패를 딱히 하지 못하니 더 불안해 지는 것 같다. 그래서 미래에 대해 걱정이 많아진다. 오랜만에 데일 카네기의 자기관리론을 읽었다. 이 책이 나온 시기만을 놓고 보면 진부하다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이 어제 나온 책이라면 혁신적이라 평가 받았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걱정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봤다. 결국 과거와 미래로 가는 문을 닫아 버리고, 오늘을 충실하게 사는 것만이 걱정을 없애고 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오랜만에 명상을 했다. 마음이 꽤 차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