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인사
아침 산책길에 마주친 고양이다. 어디선가 배운대로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하며 고양이식 인사를 해봤다. 고양이도 눈을 깜빡인다면 내 인사를 받았다는 뜻이라고 했다. 몇 번 눈을 껌뻑거렸더니 녀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고양이한테 무시 당하는 것도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Homo Walkers
가을의 점심시간 8층에서 내려와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흙내음과 각종 냄새들이 섞여서 날아온다. 코를 킁킁거리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냄새가 들어와 기분이 좋다. 이쯤되면 산책을 하며 노즈워킹을 즐기는 것이 개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전생에 개였거나... 걸으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어떤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걸어가는지. 점차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은 걷기 위해 태어난 종족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아프리카에서 코끼리를 쫓을 때부터 새겨진건가 모르겠다.
행복한 삶
사람에 대한 의심이 가득하던 표정에서 어느 정도 사람다운 표정으로, 육아의 극한 상황에서 생긴 믿음과 전우애, 별 일 없는 저녁에 산책갈까? 한 마디에 같이 나서는 아내와 딸 둘, 그리고 강아지 두 마리. 행복한 삶.
성공한 삶
내 삶은 성공한 삶인가? 성공의 기준은 절대적인가 상대적인가? 성공한 것과 행복한 것은 같은가 다른가? 인생은 반드시 성공한 인생이어야 하나? 딱 하나 정확한 답을 낼만한 것들이 없구나.
동기부여
누구나 무엇인가 동기부여 된 채로 살아간다. 이미 우리 모두는 동기부여 되어 있기 때문에 남을 동기부여 시킨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다. 다만 그 사람의 동기부여 된 상태를 깨뜨리기는 매우 쉽기 때문에 그것을 조심해야 한다.
삼성 서비스 유감 - 갤럭시 탭S8 울트라 배터리 광탈 경험
저는 종이 노트를 사용하지 않은지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타블렛 PC로 필기하고 클라우드로 바로 동기화 시키면 종이를 낭비하지도 않고, 잃어버릴 염려도 없으며, 나중에 검색하기도 편합니다. 필기감을 중시하기 때문에 와콤 기반의 삼성 타블렛의 열혈 팬입니다. 2014년 경 윈도우 기반으로 나온 아티브부터, 갤럭시 탭S4, S7+를 사용했고, 최근에는 갤럭시 탭S8 울트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티비도 거거익선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처음 S8 울트라를 봤을 때는 화면이 꽤 부담스러웠지만, 14인치가 넘는 화면에 필기를 한 번 한 이후로는 다른 타블렛은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노트 테이킹을 용도로는 와콤에서 만든 뱀부 페이퍼라는 앱을 사용하는데요. 여러가지 노트앱을 사용해 보았지만 필기감이 가장 자연스러운 놈이 이것이라 정착을 하게 되었습니다. PDF 위에 필기를 하면서 사용하는 용도로는 NoteShelf도 매우 좋습니다. 매우 만족을 하면서 S8 울트라를 사용하던 중에 최근에 배터리가 광탈하는 현상을 겪게 되었습니다. 처음 몇 번은 가방 안에 화면이 켜진 채로 들어 있었나 보다 했는데요. 자동 화면 꺼짐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것도 정상은 아닌 상황입니다. 어느 날 아침 충전 케이블을 끼워둔 채로 S8 울트라를 두고 잤는데, 전원이 꺼져 있었습니다. 배터리 사용로그를 보니 뱀부 페이퍼가 꽤 많은 양을 사용한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서비스 센터를 찾아 갔더니 센터에 있는 검사 툴로 돌려보고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로그에도 뱀부 페이퍼가 사용했다고 나오니 특정 소프트웨어 이슈라는 얘기에 수긍하고 센터를 나왔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뱀부 페이퍼를 항상 절전모드로 세팅을 했습니다.
그 후 며칠 뒤에 아침에 일어났는데 또 태블릿이 방전된 채로 꺼져 있었습니다. 바로 기기를 켜서 로그를 확인 했더니 아무런 앱의 사용 내역이 없는데 배터리가 광탈해 있었습니다.
다시 서비스 센터를 찾아갔습니다. 지난번에는 로그에서 특정 앱의 사용이 확인되어 해당 소프트웨어의 문제라 인정했지만 이번 상황은 기기 자체의 하드웨어 문제든, 안드로이드 OS 단의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센터의 대응은 상식 밖이었습니다. 지난 번과 전혀 다르지 않게 검사 툴을 돌려보고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아무런 이상이 없기 때문에 아무런 조치를 취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네???????????????”
1년도 되지 않은 기계에서 비정상적으로 배터리가 빠르게 방전되는 현상이 발생했고, 기가 상의 로그도 남아있는데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고객이 실제로 문제를 경험했는데도, 서비스 센터에서 검사하는 기계상에서 이상이 없다고 하면 이상이 없는 것이라는 논리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마치 지금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고 있는데, 일기 예보에는 ‘맑음’으로 나와 있기 때문에 지금은 맑은 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비상식적인 대응에 관리자를 불러줄 것을 요청했는데, 센터 관리자는 정확하게 동일한 말을 했습니다. 자신들의 기계에서 이상이 없다고 했기 때문에 이상이 없는 것이 맞다고 합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공장초기화를 했습니다. 하드웨어 이상이 없다면, 공장초기화를 하고 증상이 사라지기를 기대해야겠죠. 공장초기화 후 다행히 아직까지는 배터리 광탈 현상은 보이지 않습니다만, 저는 기존 삼성 서비스에서 느꼈던 것과 너무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외국 제품들이 경쟁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그래도 서비스는 삼성이지’라는 말을 들었던 그 서비스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일을 겪으면서 여러 생각들이 들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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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제품 기업이 아닌 제조업체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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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기업이라면 고객의 사용성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기준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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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테스트 결과가 기기 로그로 증명되는 고객의 실제 문제보다 우선되는 것이 맞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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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서비스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하드웨어의 수리에 국한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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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제품 담당자는 서비스 센터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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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고위 임원은 이런 일들이 삼성의 이미지에 미치는 악영향을 인지하고 있을까?
저는 하드웨어 문제가 아니라는 전제로 공장초기화를 해서 문제를 해결 했습니다. 공장초기화 조차 어려워 하는 할아버지가 탭을 사용하는 상황이라면 어땠을까요? 할아버지 고객은 센터에서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방전된 제품을 계속 두고 봐야 했을 것입니다. 이런 일을 겪은 후에는 다음 번 타블렛 교체 시기가 다가 왔을 때 진지하게 아이패드 프로와 갤럭시 탭을 비교해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워라블
이걸 워크홀릭이라고 불러야 할지 어떨지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 일하는게 재미있다. 단순하게 일이 재밌다기 보다는 두뇌를 멍하게 두는 것이 너무 지루하다. 어릴 때 두뇌 풀 가동 퀴즈 책을 보는 느낌이랄까...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내 두뇌를 teasing 하는 용도로 회사 업무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건 나쁘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재미도 있고 돈도 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