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에서 나만 제정신이야? - 이해관계자 충돌 관리

이 회사에서 나만 제정신이야?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일 자체보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 힘든 일이 많이 발생합니다. 회사가 아닌 상사를 떠나 퇴사를 하는 직원들이 있는가 하면, 협업을 하는 부서와 항상 으르렁거리며 싸우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사람 간 일어나는 다툼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보고, 각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기대수준의 문제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서로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생깁니다. 대부분의 경우 상대가 나에게 바라는 것과, 내가 상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기대수준 관리를 위해 회사에서는 조직을 구분하고 업무 영역을 정의해 둡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회색지대가 남아 있습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기준으로 상대의 역할을 생각하고, 나에 대한 상대의 생각과 기대를 가정합니다. 업무 관계에서 가정을 하는 것은 매우 안 좋은 것임에도 기대수준을 맞추는 것은 귀찮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가정하고 간주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자기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가정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상황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큰 충돌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기대수준을 적절히 관리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이익보다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대가 나에게 어떤 것을 원할지 생각하고,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수시로 대화를 해서 그 간극을 줄여가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내로남불’이라는 패시브 스킬이 있기 때문에, 내가 상대를 좀 더 배려하며 손해를 본다는 느낌이 드는 정도가 배려를 위한 시작점입니다.

성향의 차이

성향의 차이도 직장 내의 싸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보통 부부가 헤어지는 경우 대부분 성격차이라는 이유를 가져옵니다. 성향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을만큼 인간 관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협업을 하면서 이유없이 점차 편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말을 하면 할수록 불편한 느낌이 들고 대화하기 싫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보통 우리는 생각하는 방식이 비슷한 사람을 편하게 느낍니다. 요즘 유행하는 MBTI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외향 VS 내향

  • 외향인의 입장 : 사람들과 모여서 으쌰으쌰 하고 싶은데 저 사람은 개인 플레이만 하는구만
  • 내향인의 입장 : 혼자 집중해서 일을 하고 싶은데 왜 자꾸 모이라는거지. 마치고 회식까지 하자고?

직관 VS 경험

  • 직관을 중시하는입장 : 큰 그림을 보며 중요한 요점을 잡아가고 싶은데,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 태클을 걸며 간단한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구만

  • 경험을 중시하는 입장 : 저 사람은 디테일은 하나도 모르고 대충대충 당연한 소리만 하는구만

논리 VS 감정

  • 논리를 중시하는 입장 : 저 사람은 기분에 따라 달라져서 프로페셔널 하지가 않아. 일은 일이고 감정은 감정인데

  • 감정을 중시하는 입장 :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인데, 저렇게 논리만 따져서는 일이 진행이 안되지

계획 VS 인식

  • 계획을 중시하는 입장 : 정해진 목적을 위해 정리하여 완결하고 싶은데 저 사람은 왜 다른 소리만 하는거지?

  • 인식을 중시하는 입장 : 좀 더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하고 싶은데 저 사람은 왜 저렇게 급한거야?

특정 상황에서 더 적합한 성향은 있겠지만, 성향의 차이에 정답은 없습니다. 선호하는 방식의 차이이고, 그 차이 때문에 각 성향의 장단점이 나타납니다. 성향이 다른 사람들은 서로 불편할 확률이 높습니다. 서로의 특성에 대해 이해하며 업무에서 상대성을 인정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이런 성향 차이에서 오는 충돌을 막으려면, 상대가 드러내는 다른 성향이 나를 향한 공격이 아니란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쉬운 것 같지만 마음 수양이 필요한 일입니다.

밥그릇 싸움

위의 두 상황은 어느 정도 합의가 가능한 영역인데, 밥그릇 싸움은 합의가 어렵습니다. 어려운 일을 내가 하기 싫어서 여러가지 이유를 대면서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항상 무서운 표정으로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는 사람은 툭 던지듯이 ‘이건 제가 할 일이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상대적으로 약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맡아서 하게 됩니다. 또는 부서 간의 경쟁에서 더 큰 성과를 가져오기 위해 힘싸움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건 회사 내에서 공식적인 영역이 아닌 정치의 영역입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일로를 없애야 합니다. 사일로를 없애는 건 개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회사 전체의 이익을 달성할 수 있도록 조직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조직이 어떻게 나눠지든 그 구조에서 조직은 스스로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게 되므로 조직 구조만으로는 사일로를 완전히 없애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보상 구조를 조정하여 회사 전체의 이익이 달성되어야 모두에게 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회사의 비전이나 미션이 잘 공유되어서 구성원들이 더 큰 관점에서의 목표를 잘 이해하고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무리

충돌이 없는 조직은 죽어있는 조직입니다. 특정 회사에서는 같은 일을 여러 부서에게 맡겨 일부러 충돌과 경쟁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반면 지나친 충돌은 구성원 간의 반목을 만들고 회사를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합니다. 회사가 조정해 줄 수 있는 충돌은 극히 일부분입니다. 충돌 해결을 위해 개인이 적극적으로 노력을 해야 합니다. 회사에서 발생하는 충돌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업무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평정심을 가지고 충돌을 관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을이 온다

특유의 헛헛함이 느껴지는걸 보니 가을이 오나 보다.


Lesson 4

Lesson 4 (Tablo's Word)는 진짜 명곡인듯. 가사가 권력과 자본주의의 본질을 매우 잘 꿰뚫고 있다.


투 머치 토커

별 얘기 없겠지 하고 유튜브 영상을 찍다가 30분 이상 얘기하게 되는 상황을 보면 내가 '투머치토커'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19금 딱지가 필요한 동기부여 영상

수세기 전 칼 마르크스가 말한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라는 말은 두 가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몸에 문제를 일으키는 마약의 부정적 측면 하나, 그렇게라도 인민을 위로해 줄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 하나.

갑자기 칼 마르크스의 이 말이 생각난 이유는 최근 동기부여라는 유령이 직장인의 아편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편은 극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고통을 경감시키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제대로 된 처방없이 사용하면 몸을 망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이먼 사이넥이 테드에서 강연한 ‘Start with Why’라는 영상에는 ‘사업가 Only’ 딱지를 붙여 일반 직장인이 시청할 수 없도록 금해야 한다. 영상에서는 왜 그 일을 하는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것을 강조한다.

 

사업가의 Why

Why로 시작해 How와 What을 도출해 낸다는 것이 영상의 핵심이다. 사람은 목적의식 없이는 몰입하고 헌신할 수 없으니까 이 개념은 너무나 훌륭하고 당연한 개념이라고 수 년간 여겼었다.

 

그런데 최근 좀 더 냉소적으로 되어서일까. 이 개념이 일반 직장인들에게 얼마나 헛소리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보통 사업가가 사업을 시작할 때 문제와 고객군을 먼저 정의한다. 사업가에게 ‘Why?’는 너무나 중요하다. ‘어떤 특정 대상 고객들이 특정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Why)’ 나는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어떻게(How) 무엇(What)을 할지는 당연히 그 후로 따라오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의 예를 들어서 얘기해 보자. 사업가는 돈을 벌기 위한 마음보다 더 숭고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사실은 돈을 버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더라도) 이렇게 ‘Why’, ‘How’, ‘What’을 정의할 것이다.

 

  • Why – 오프라인 쇼핑에서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쇼핑을 하는 세상을 만들고 말겠다.
  • How –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편리하게 상품을 받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 What – 온라인으로 쇼핑을 할 수 있는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겠다.

 

꽤나 숭고한 목표의식이며, 개연성 있는 흐름이다. 그런데 때로는 비전이 현실 앞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어떤 사업가가 직장인들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각각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비전(Why)을 추구했다고 해보자.

 

그래서 직장인끼리 서로 소개 받아 만날 수 있는 앱을 만들었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동성을 소개 받을 경우 만남을 기피했고, 이성간의 만남을 선호했다. 이것을 보고 사업가는 앱을 소개팅앱으로 피버팅 했다.

 

실제 사업의 진행 상황에 따라 사업가의 Why는 ’남녀가 서로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로 변해 버렸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사업가는 언제나 비전을 중시하고 강조해야 한다. 아편같은 자기 최면이다. 스티브잡스가 보여줬다는 ‘현실왜곡장’과도 비슷한 개념이다.

 

피고용인의 Why

반면, 이 회사에 고용된 개발자가 이 회사를 선택할 때 사업가의  ‘Why’를 고려했을까? 고려한 사람이 극소수이겠으나 대부분은 사업가의 ‘Why’가 아닌 스스로의 ‘Why’를 고려했을 것이다.

 

어떤 개발자는 회사에 입사한 후에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고,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힘을 다할 수는 있다. 그런데 이 상황은 ‘Why’로부터 시작된 탑다운 접근이 아닌, 내가 이 일을 했더니 사업가가 원했던 ‘Why’가 이루어진 결과론적인 상황일 뿐이다. 자신의 사업을 스스로 시작하지 않는 한 사업가의 ‘Why’는 피고용인이 먼저 시작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럼 피고용인의 ‘Why’, ‘How’, ‘What’은 어떤 모습일까?

  • Why – 난 생계유지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 How – 내가 가진 기술을 효과적/효율적으로 사용해서
  • What – 회사에서 시키는 일들을

 

피고용인의 Why는 항상 생계유지가 되어야 한다. 물론 성장과 성취 등도 고려대상일 수는 있으나, 그것은 생계유지라는 최우선 조건이 만족되었을 때만 성립하는 얘기다. 피고용인은 돈을 받기 위해 내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내가 동기부여 영상에서 비판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피고용인의 Why는 생계유지일 수 밖에 없는데, 대부분 더 “숭고한” Why를 찾으라고 강요한다. (생계유지보다 숭고한게 딱히 더 있나?)

 

사업가의 Why, How, What은 뾰족해서 자신의 사업에 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피고용자의 Why, How, What은 무난하게 어디에나 잘 맞아야 한다. 이것이 피고용인들이 이직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사이넥 역시 이 영상을 소개할 때 ‘성공한 리더의 공통점’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리더는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으로 한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상은 ‘출근하기 싫은 직장인이 봐야하는 영상’ 등으로 곳곳에서 소개되고 있다.

 

Why를 강조하는 사이넥의 영상은 사업가를 위한 것이다. 재벌 자녀가 마약을 하면 구하기도 쉽고, 설사 발각되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서민은 어쩌다 마약을 맛보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구할 수도 없고 걸리면 인생 종친다. 동기부여라는 아편을 피고용자들이 별 생각없이 받아 먹으면 안되는 이유다. 내가 피고용자인 이상 돈을 버는 것이 나의 가장 숭고한 목적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3줄 요약

  • 사업가의 Why와 피고용인의 Why는 다르다
  • 피고용인이 사업가의 Why를 체득했더라도 그건 Why로부터의 시작이 아닌 결과론적인 것이므로 동기부여와는 상관이 없다
  • 피고용인은 돈을 벌겠다는 피고용인만의 숭고한 Why를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유튜브 알고리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 보면 구독자 100명, 1000명 등에서 유튜브 알고리즘이 버프를 받게 해준다는 얘기가 종종 들린다. 2천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해 보고, 최근 개설한 채널의 구독자가 100명을 넘어선 시점에서 관찰해 보면 확실히 알고리즘 버프가 있는 시기가 존재한다. 플랫폼의 큐레이션 파워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런 현상을 보면 여전히 무력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잘하느냐 못하느냐, 내 영상의 내용이 좋으냐 나쁜지와 아무런 상관없이 유튜브느님의 간택을 받느냐 못받느냐에 따라서 내 모든 흥망성쇄가 결정난다는건 너무 슬픈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