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인사
아침 산책길에 마주친 고양이다. 어디선가 배운대로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하며 고양이식 인사를 해봤다. 고양이도 눈을 깜빡인다면 내 인사를 받았다는 뜻이라고 했다. 몇 번 눈을 껌뻑거렸더니 녀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고양이한테 무시 당하는 것도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Homo Walkers
가을의 점심시간 8층에서 내려와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흙내음과 각종 냄새들이 섞여서 날아온다. 코를 킁킁거리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냄새가 들어와 기분이 좋다. 이쯤되면 산책을 하며 노즈워킹을 즐기는 것이 개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전생에 개였거나... 걸으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어떤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걸어가는지. 점차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은 걷기 위해 태어난 종족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아프리카에서 코끼리를 쫓을 때부터 새겨진건가 모르겠다.
행복한 삶
사람에 대한 의심이 가득하던 표정에서 어느 정도 사람다운 표정으로, 육아의 극한 상황에서 생긴 믿음과 전우애, 별 일 없는 저녁에 산책갈까? 한 마디에 같이 나서는 아내와 딸 둘, 그리고 강아지 두 마리. 행복한 삶.
성공한 삶
내 삶은 성공한 삶인가? 성공의 기준은 절대적인가 상대적인가? 성공한 것과 행복한 것은 같은가 다른가? 인생은 반드시 성공한 인생이어야 하나? 딱 하나 정확한 답을 낼만한 것들이 없구나.
동기부여
누구나 무엇인가 동기부여 된 채로 살아간다. 이미 우리 모두는 동기부여 되어 있기 때문에 남을 동기부여 시킨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다. 다만 그 사람의 동기부여 된 상태를 깨뜨리기는 매우 쉽기 때문에 그것을 조심해야 한다.
워라블
이걸 워크홀릭이라고 불러야 할지 어떨지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 일하는게 재미있다. 단순하게 일이 재밌다기 보다는 두뇌를 멍하게 두는 것이 너무 지루하다. 어릴 때 두뇌 풀 가동 퀴즈 책을 보는 느낌이랄까...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내 두뇌를 teasing 하는 용도로 회사 업무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건 나쁘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재미도 있고 돈도 벌고.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나의 일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것, 내가 세상에 머무르는 시간은 우주 전체의 역사에 비해 찰나와 같은 순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나의 고민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창밖의 투명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내가 우주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고 상상해 봤다. 연료가 없어서 난 다시 지구로 돌아올 수가 없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막막하기만 하다. 이런 상상을 하면 가족들이 나에게 하는 사소한 거슬리는 행동들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는 억겁의 시간 속에 놓인 순간을 살아가고, 지금 이 찰나에 화가 나고 배가 고프다. 우주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을 일이 나에게는 전부인 일이다. 아무 것도 아닌 미미한 생물에 불과한 내가 전부인 것처럼 느끼면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