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목표 달성은 왜 이리 어려울까?
나는 사진을 찍을 때 가끔 사진 대가들의 작품을 찾아본다. 그들의 구도와 톤에 영향을 받으면, 내 사진도 더 멋지게 찍히고 보정에도 한층 신경을 쓰게 된다. 하지만 한동안 대가들의 작품을 보지 않으면, 점점 예전 습관이 나와 내 사진의 임팩트가 줄어든다. 이런 경험을 할 때면, 기업에서 목표를 관리하는 일이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목표를 설정하고도 이를 꾸준히 돌아보고 관리하지 않으면 목표의 본질은 희미해지고, 어느새 원래의 관성에 따라 가던 길로 돌아가기 쉽다.
기업들이 목표를 설정하는 데에 오랜 시간을 들이지만, 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원인은 목표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관리의 부재에 있는 경우가 많다. 목표는 적절하게 수립되었더라도 이를 구성원에게 어떻게 제대로 전달할지, 목표 달성을 어떻게 확인할지, 목표와 무관한 불필요한 일을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관리가 부족한 경우가 잦다.
이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목표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본래의 의도가 왜곡되거나 핵심이 누락되어, 구성원이 잘못된 방향으로 리소스를 쏟는 경우다. 목표의 배경이나 맥락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으면, 구성원은 실제 목표와 관련 없는 일에 자원을 낭비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성과는 지지부진하고 구성원의 동기도 점차 저하된다. 목표 달성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따라오는 것은 성과 저하뿐 아니라 장기적인 리소스 낭비다.
두 번째는 목표가 설정된 후 그 진행 상황을 체크하지 않아 목표 달성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다. 목표만 전달되고, 진행 중에 성과 피드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제 목표가 달성되고 있는지조차 불분명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OKR과 같은 프레임워크가 도입되었지만, 현장에서 이를 일관되게 활용하는 일은 쉽지 않다. OKR의 원리나 의도를 완전히 이해하기도 어렵고, 실무에 치이다 보면 본래 목적을 상기하며 나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처음의 목표를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상기하지 않으면, 기업의 목표 관리 역시 내 사진 촬영 습관처럼 흐트러지고 만다. OKR의 의도와 목적을 아무리 잘 알고 있어도, 이를 꾸준히 실천하지 않는다면 목표는 결국 또다시 멀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단지 목표 설정의 문제가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한 관리가 지속되지 않을 때 벌어지는 필연적인 결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