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고?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라는 말은 언뜻 공정해 보이지만, 사실상 실속 없는 주장이자 비현실적인 사고에 가깝다. 회사와 직원이 생각하는 ‘월급 받은 만큼’의 기준이 다르고, 애초에 이를 정량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는 보통 월급을 성과와 목표 달성의 기대치로 본다면, 직원은 그저 시간의 대가로 여길 수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기에 ‘월급만큼’이라는 기준에는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 결국 이 말은 실질적인 성과나 의욕과는 무관하게, 근무 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있기만 하겠다는 태도로 이어지기 쉽다.
이런 태도는 일하는 방식을 시간으로만 평가하게 만들며, 그 결과 회사는 직원들이 실제로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보다는 그들의 출퇴근 시간을 감시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시간만을 평가하는 방식은 직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열심히 일할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시간만 채우면 된다는 핑계가, 반대로 능동적으로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의욕을 꺾는 족쇄가 된다. ‘출근해서 몇 시간 앉아 있었는가’만을 중시하는 빡빡한 문화 속에서 자율성과 열정을 가진 직원들은 숨이 막히기 마련이다. 결국 자발성과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싶은 이들은 회사를 떠날 기회를 찾게 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월급 받은 만큼만”이라는 태도로 일하는 체리 피커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무조건 성과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도 한계가 있다. 비즈니스 환경이 경쟁적이고 어려운 만큼, 최선을 다해도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회사는 성과보다 통제가 쉬운 근태 관리에 의존하게 되고,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지표에서 위안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근태와 성과는 엄연히 별개의 문제다. 그럼에도 회사가 ‘통제 가능한’ 영역이라는 이유만으로 근태 감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결국 자율성과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무거운 조직 문화가 자리 잡게 된다.
이런 방식이 지속되면 직원들은 점점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로 바뀌게 된다. 무겁고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자율적으로 일할 수 없다고 느낀 뛰어난 인재들은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되고,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는 사람들만 남는다. 성과보다는 근태에만 의존하는 악순환 속에서 회사는 활력을 잃고 점점 정체된 조직으로 변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