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머리속 정답 맞추기 게임

회사 생활에서 때로는 상사가 구체적인 지시 없이 정답만을 기대하는 상황에 부딪힐 때가 있다. 상사의 머릿속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팀원들에게 그 답을 직접 알려주지 않고 추상적인 기대만을 남긴 채, 계속해서 “이건 아니야”라고 말할 때 일이 더욱 복잡해진다. 이런 상사들은 마치 포수의 사인을 계속 거부하는 투수와 같다. 명확한 지시 없이 답만을 요구하니, 팀원들은 끝없는 시행착오 속에서 방향을 잃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상사는 세 가지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다. 첫째, 모든 디테일을 스스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상사는 하나하나 지시를 내리며 일종의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방식은 팀원들의 자율성과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팀원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을 기회를 박탈당하며, 결국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된다. 상사의 지나친 간섭은 팀원들에게 부담이 되고, 그들은 생각할 여유조차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팀원들은 상사의 지시에만 의존하게 되고, 성취감도 떨어진다.

두 번째 방식은 상사가 스스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경우다. 이는 팀원들에게 일의 대부분을 위임하지 않고 상사가 직접 해결하려는 태도를 말한다. 이 경우, 상사는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하며, 팀원들의 능력을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상사는 레버리징을 할 수 없게 되고, 팀 전체의 효율은 낮아진다. 팀원들은 일에 참여하지 못하고, 그저 상사의 결과물을 기다리기만 하게 되어 팀의 동기부여와 사기가 점점 떨어지게 된다.

세 번째, 그리고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상사가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고, 결과만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 방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팀원들과 목표에 대해 명확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상사가 팀원들에게 충분한 신뢰를 보내야 한다. 상사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팀원들이 자율적으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맡겨야 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상사들은 이 방법을 채택하면서도 목표를 명확히 전달하지 않거나, 팀원들을 신뢰하지 못해 결국 문제를 일으킨다. 상사의 신뢰와 명확한 목표 설정이 부족하면, 팀원들은 자신감을 잃고 결과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이런 상사들은 방향 없이 추상적인 피드백만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팀원들은 상사의 기대를 맞추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혼란에 빠지고, 계속해서 상사에게 질문을 던지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호하다. 상사의 기대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팀원들은 자율적으로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만, 그 노력은 정답에 도달하지 못하고 끝없이 수정과 재작업만을 반복하게 된다.

결국 팀원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일단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상사는 추상적인 개념에서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구체적인 결과가 나와야 그제야 피드백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상사의 피드백은 여전히 애매하다. “여기에서 조금 더 추가해”라든지 “이 부분을 빼보자”는 식의 모호한 지시가 반복되고, 팀원들은 결국 무엇을 해도 정답이 아니라는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상사 밑에서는 팀원들이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제대로 된 성취감을 느끼기 어렵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려는 듯한 반복된 시도 속에서 시간만 흘러가고, 상사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팀원들은 결국 자율성을 잃고, 상사의 반응에만 의존하게 된다. 그 결과, 팀 전체의 사기는 점차 떨어지고, 일에 대한 책임감도 희미해진다.

이런 무력감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답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내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다시 개선하는 방식으로 일해야 한다. 그러나 결국 이런 상사와의 일은 끝이 보이지 않는 게임과 같다. 계속해서 상사의 머릿속 정답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정답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