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죽었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는 선언을 통해 인간이 더 이상 신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시대의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초인 개념은 단순히 자유를 선물받은 인간의 자율성을 넘어, 혼란 속에서도 계속 살아야 할 이유를 찾으려는 의지로 연결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인간은 죽었다’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 AI의 급속한 발전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면서,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치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AI는 이익을 창출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심지어 인간의 창의적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인간의 노동은 갈수록 줄어들고, 일상 속 많은 일들이 자동화되고 있다. 편리함과 효율성을 추구했던 인간은 이제 자신이 만든 기술 앞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묻고 있다. 우리는 왜 이런 변화를 만들어 왔을까? 만약 이 변화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의 노력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니체의 초인 개념은 여전히 유효할지 모른다. 인간은 인간다움, 즉 자신만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AI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상황에서도, 인간은 그저 효율성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답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 답은 관계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 자신만으로는 아무것도 정의될 수 없다. 위치나 움직임조차도 모두 상대적 기준점이 있어야만 의미가 생기듯,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비로소 인간다워질 수 있다.

관계와 상호작용은 인간이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인간 간의 관계를 약화시키고 있는 지금, 우리는 점점 더 외롭고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상호작용은 점점 사라지고, 디지털 화면 너머에서만 이루어지는 만남이 일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관계 속에서 얻어지는 감정적 깊이, 공감, 그리고 이해는 결코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일 것이다. AI는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 수 있지만, 인간답게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결국 인간다움이란 서로를 마주하며 느끼는 그 무엇, 즉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나’를 확인하는 과정일 것이다. AI의 시대에도 인간답기 위해서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나 자신의 존재 이유를 발견해야 한다. 우리를 진정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관계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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