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치 폴리틱스와 우리의 정치
최근 유시민 작가가 소개한 ‘침팬지 폴리틱스’를 읽었다. 침팬지 사회에서 벌어지는 권력 다툼을 관찰한 이 책은 인간과 침팬지가 본질적으로 얼마나 닮아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권력의 상층부에 올라선 개체는 끝없는 불안 속에서 자신을 지키려 하고, 그 바로 아래 위치한 2위는 기회만 생기면 1위를 차지하기 위해 필사적인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이 단순하고도 치열한 구도는 인간 사회의 권력 구조와 매우 흡사하다. 특히 권력을 가진 자들이 저마다 취하는 ‘우쭐 과시’ 행동이 흥미로운데, 회사에서 높은 직급을 가진 사람이 처음 만난 상대에게 반말을 하고 지시를 내리거나, 나이를 앞세워 권위를 행사하려는 모습이 그 대표적 사례다.
침팬지 사회에서 1위 개체가 자신을 더 크고 위협적으로 보이게 하며 경쟁자를 압도하려는 행동은 단순히 힘을 과시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는 상대방의 도전 의지를 꺾고 자신의 자리를 더욱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이러한 권력 과시는 인간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생존의 도구가 아닌 지능이 만들어낸 복잡한 권력 욕구의 표현이다.
침팬지 폴리틱스를 읽으면서 인간의 정치가 독특하거나 특이한 것이 아니라, 지능을 가진 존재라면 자연스레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직장 내의 정치도 조금은 다르게 보게 되었다.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권력 다툼을 오히려 조금은 떨어져서 게임처럼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서로 지위를 과시하거나 권력을 얻기 위해 줄다리기를 벌이는 모습을 더 이상 피곤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높은 지능을 가진 사회에서는 이런 정치적 행동이 자연스럽게 벌어질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된 것이다. 덕분에 나는 이 다툼의 한가운데서도 한 발 물러나 상황을 조금 더 즐기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이처럼 지위에 대한 갈망과 불안이 갈등을 부른다는 점은, 인간의 국제관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는 고대 그리스의 투키디데스가 설명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떠올리게 한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신흥 강대국이 부상하며 기존 강대국의 자리를 위협할 때 필연적으로 갈등과 전쟁이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기존의 강대국은 자신의 지배적 위치가 위협받는다고 느끼면 더 과감하게 자신을 과시하고 방어 태세를 강화하며, 반대로 신흥 강국은 이러한 방어를 뚫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도전한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점점 키워가며 결국 충돌에 이르게 된다.
침팬지 폴리틱스에서 보여주는 권력 다툼 역시 마찬가지다. 1위와 2위라는 위치만으로도 발생하는 갈등은, 개인의 생존을 넘어서 더 높은 지능과 결합된 권력의 본능적 갈망으로 인해 멈추지 않는 싸움으로 번진다. 지능이 높은 개체일수록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집착과 욕망이 커지며, 이는 침팬지와 인간 사회 모두에서 같은 양상으로 반복된다. 권력의 상층부에 올라서는 순간, 강자는 자신을 과시하며 자리를 유지하고, 도전자는 끊임없이 그 자리를 넘보게 된다.
결국 침팬지와 인간 모두에서 권력 구조는 단순한 자원을 넘어선 상징적 의미를 가지며, 이는 단순한 경쟁 이상의 심리적 전쟁으로 발전하게 된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에서 보듯이, 사회적 위치에 대한 욕망과 불안이 존재하는 한, 갈등의 순환은 개인과 집단을 넘어 멈추지 않고 반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