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이 더 이상 화내지 못한 이유

한 차장이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의 첫 회의가 열렸다. 그는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오래 일했던 터라, 직원들에게 자신의 권위를 충분히 드러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날 회의 중 대리 두 명이 실수하자 차장은 이유가 가벼운 문제에도 예전처럼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강하게 지적하기 시작했다. 순간 회의실은 조용해졌지만, 보통 상사의 다그침에 위축될 법한 이 분위기 속에서 한 대리가 차장을 똑바로 쳐다보며 담담히 말했다. “차장님, 왜 그러세요?”
그 예상치 못한 반응에 차장은 잠시 당황한 듯했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한참을 말을 멈추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또 다른 대리마저 미묘한 동의의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 대리들은 차장의 권위적인 태도에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상황을 넘어선 차장의 급발진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었다. 차장은 결국 더 이상 화를 내지 못했고, 이후로는 자신의 태도를 자연스럽게 누그러뜨렸다.
이 경험은 개인의 성향이나 과거 경험이 회사의 문화에 얼마나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차장이 예전 회사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던 권위적 방식은 여기서는 통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유롭고 평등한 분위기 속에서 그런 방식이 묵살되면서 머쓱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는 조직 문화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조직 내에서 구성원의 성향은 단순히 개인적인 특성에 머물지 않고, 그가 경험해온 환경과 회사의 문화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전의 보수적인 문화에서는 차장의 방식이 권위 있는 리더십으로 받아들여졌겠지만, 평등을 중시하는 새로운 문화 속에서 차장의 방식은 오히려 부적절하고 과한 것으로 비쳤던 것이다.
이처럼 개인의 성향이나 태도는 어떤 특정한 문화에 의해 자연스럽게 교정될 수 있다. 자유롭고 열린 분위기가 자리 잡힌 조직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타인을 존중하고 책임감을 가지며 소통하게 만든다. 또한 이런 올바른 문화는 조직 내 부정적인 경향성을 가진 사람들조차 자연스럽게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다. 어쩌면 기업 문화는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나 분위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 문화가 올바르다면 구성원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경험에서 기인한 부정적인 태도마저 변화시키며, 회사 전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 문화는 단지 외형적인 환경이나 일하는 방식을 의미하지 않는다. 올바르고 긍정적인 문화가 있을 때 구성원은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조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나아가 그 문화를 통해 개인의 고정된 성향을 넘어선 변화까지 가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