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지막에 말하는 이유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내 의견이 늘 옳다고 믿었다. 동료들이 단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보고, 그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곤 했다. 나는 다르게 생각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미래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다. 그래서 당장 눈앞의 문제에만 집중하는 사람들보다 나의 판단이 종종 더 정확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문제를 미리 예측하고 대응하는 데 익숙했기에, 내가 옳다는 확신이 있었다.

특히, 똥인지 된장인지 굳이 찍어 먹어보기 전에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직감적으로 판단이 서는 순간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왜 이렇게 뻔한 걸 보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회사 규모가 커지고, 내 직급도 높아지면서, 상황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처음에는 문제의 논리적 해결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감정, 조직 내부의 정치적인 요소, 그리고 때로는 운이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 논리나 통찰이 아무리 옳다고 해도, 단지 그것만으로는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는 경우를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논리적으로 맞다’는 게 상황을 장악하거나 해결할 수 있다는 보장은 아니었다.

이런 복잡한 현실을 마주하면서 내 의견을 주장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내 의견을 먼저 듣기를 바랐고, 종종 내가 먼저 해결책을 제시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방식이 항상 최선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마지막에 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원칙을 세우게 됐다.

이 변화는 내게도 쉽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차분히 듣고 기다리는 일이 가끔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전에는 빠르게 결론을 내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편했다. 하지만 이제는 직급이 높아지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단순히 정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그 과정에서 팀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을 주는 것이 그들의 동기부여에도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이가 들고, 직장에서의 역할이 변하면서 내 의견을 주장하는 방식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여전히 나는 내 생각이 맞을 때가 많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걸 바로 말하기보다는, 사람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그들이 놓친 부분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들의 생각을 듣고 마지막에 말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낸다고 느끼고 있다.

이제는 나만의 통찰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그 안에서 가장 좋은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에 말한다. 그게 내가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