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 정책의 아이러니

제품 보증 정책은 언제나 아이러니를 동반한다. 일반적으로 전자제품은 1년 또는 2년 보증을 제공한다. 그러나 고장이 날 확률은 초기 불량 문제가 아닌 이상 보통 1~2년 안에는 낮다. 이 시기는 제품의 안정성이 비교적 보장되는 “가장 쉬운 시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 제품의 내구성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3년 차 이후에 고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때는 제조사의 보증 범위를 벗어나, 수리의 책임이 온전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보증 기간의 설계는 결국 “이 제품은 2년까지만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만약 소비자가 3년 차에 고장을 경험한다면, “이 제품은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결과적으로 보증은 초기의 안정성을 강조하며, 제품의 약점을 가리는 역할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이 구조적인 아이러니는 조리원 시스템에서도 반복된다. 아기가 태어나면 보통 생후 3주 동안 조리원에서 지낸다. 이 기간 동안 조리원은 신생아와 산모를 돌보며 중요한 지원을 제공한다. 그러나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안다. 생후 3주는 신생아가 거의 잠만 자는 시기로, 상대적으로 돌보기 쉬운 편이라는 것을. 진짜 힘든 시기는 3주 이후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조리원은 이 “쉽고 안정적인 시기”만을 지원하고, 가장 힘든 시기가 시작되면 산모와 가족을 떠나보낸다. 초기의 생색만 내고,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도움의 손길을 거두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사용자나 소비자를 중심에 두지 않고, 기업이나 서비스 제공자의 편의에 초점을 맞춘 결과물이다. 보증과 지원이 실질적으로 중요한 시기를 놓친다면, 이는 결국 신뢰를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보증과 지원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기간 내 제공”이 아니라, 고객이 진짜로 어려움을 겪는 순간에 함께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