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지옥이다

우리는 하루의 상당 시간을 화면을 바라보며 보낸다. 손바닥 크기의 스마트폰 화면부터 거실 한쪽을 차지하는 대형 TV까지, 각종 기기들은 우리를 끊임없이 타인과 연결시키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만든다. 소셜 미디어에서 누군가의 완벽한 일상을 스크롤하다 보면, 스스로의 일상이 초라해 보이는 순간을 경험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이제 모든 대사에 자막이 달려, 대중의 웃음 포인트나 감정선을 의도적으로 이끌어낸다.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잃고, 타인의 기준에 얽매여 산다.

소셜 미디어와 TV 자막은 그저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도구가 아니다. 소셜 미디어는 우리에게 자신의 일상을 자랑하거나, 남들의 삶을 부러워하도록 강요한다. 아침에 올린 사진이 몇 개의 ‘좋아요’를 받았는지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타인의 화려한 여행 사진에 마음이 흔들린다. TV 예능 속 자막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때로는 누군가의 표정에 과장된 의미를 부여하거나 시청자의 반응을 유도한다.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대신, 주입된 감정을 받아들이며 웃고 화를 낸다. 이런 환경에서 타인은 점점 더 커다란 존재로 자리 잡고, 나의 삶을 흔든다.

타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우리는 불안을 느끼기 시작한다. 내 삶의 주도권이 사라지는 듯한 감각은 우울감을 동반하기도 한다. 타인은 통제할 수 없는 존재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처럼, 그들은 내가 조종할 수 없는 변수로 나의 평온을 위협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는 내면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 자신의 욕구, 자신의 생각을 돌아볼 기회는 줄어들고, 타인의 평가만이 남는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타인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내 삶에서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명상, 산책, 독서처럼 온전히 자신을 위한 활동을 늘려가야 한다. 이는 단순히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는 것을 넘어,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어야 한다. 주변의 소음을 잠시 차단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평가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다.

또한, 소셜 미디어나 TV와 같은 매체를 사용하는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 무작정 끊는 것이 아니라, 이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정보를 선별하고, 비교보다는 영감을 얻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프로그램을 볼 때도 자막의 의도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의 감정을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이 타인의 기준에 끌려가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다.

타인은 우리 삶에서 없어질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그들이 내 삶을 지배하도록 내버려 둘 필요는 없다. 내면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주체적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타인의 영향력을 줄이는 연습은 불안을 줄이고, 내 삶을 내 손에 되찾아오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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