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특가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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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임직원 특가라는 문구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 말은 마치 특별한 혜택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임직원에게만 저렴하게 제공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임직원이라서 더 싸게 드린다는 허울 좋은 명분 뒤에는 구매력이 보장된 집단에 광고하고 싶다는 판매자의 계산이 숨어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문구를 보고 합리적인 판단을 잠시 내려놓는다. 내가 늘 느꼈던 의문은 이것이었다. 사람들은 정말 이걸 저렴하다고 믿는 걸까, 아니면 알고도 속아주는 걸까.
임직원 특가는 심리적 프레임을 노린 전략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합리적 판단을 하려면 가격 비교가 필수다. 하지만 특가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과 나만의 혜택이라는 착각은 가격 비교의 과정을 건너뛰게 만든다. 여기에 더해 임직원이라는 소속감과 특별 대우를 받는 듯한 감정적 만족감이 결합되면, 결국 손에 든 가격표를 의심하기보다는 신뢰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할인율이 크지 않아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내가 소속된 회사에서만 받을 수 있다는 한정된 혜택이 주는 심리적 위안이다.
집단적 행동 또한 임직원 특가의 효과를 배가시킨다. 동료들이 싸다라고 말하며 구매를 시작하면 나 역시 그 흐름에 휩쓸리기 쉽다. 사회적 증거라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구매하는 모습을 보면 그 제품은 더 신뢰할 만하고, 나도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손실 회피 심리까지 더해지면, 이른바 합리적 소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놓치면 손해라는 두려움이 선택을 서두르게 하고, 가격의 합리성은 그저 부차적인 문제가 되어버린다.
소비자가 이런 마케팅에 속지 않으려면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임직원 특가라는 문구에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기보다는, 이 제품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실제 시장 가격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합리적인지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임직원 특가는 할인율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저 심리적 만족감을 대가로 비싸게 구매할 뿐이다.
나는 이 문구를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하다. 어딘가 속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특별한 혜택인 척하지만, 그저 보장된 소비자들에게 광고를 더 자연스럽게 전달하려는 전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임직원 특가는 구매자에게는 혜택이 아니라,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된 판매자의 광고비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문구를 볼 때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아니면 그냥 속아주는 척 하고 있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