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인민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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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의 힘이 커지며, 이해 당사자가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는 더 이상 권력자나 소수 엘리트만이 자신의 의견을 대중에 전달하는 시대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이해관계가 얽힌 개인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고, 이는 직접민주주의로 한 발 더 나아가는 기술적 진보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순기능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여론이 법적 절차를 대체하려는 현상은 단순히 목소리의 민주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부 빅마우스가 여론의 장을 장악하면, 소수의 부적절한 의견이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왜곡될 위험이 있다. 예컨대 특정 주제에서 극단적인 견해를 가진 소수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다수의 침묵하는 목소리는 묻혀버린다. 정치적 올바름이나 페미니즘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서도 그러한 왜곡이 반복되었다. 결국 여론은 모두의 의견을 담아내지 못한 채 특정 방향으로 기울어져 본래의 의미를 잃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이른바 ‘떼법’ 현상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정 집단이 감정적으로 강력히 주장하는 사안이 실제 법적 논리보다 우선시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집단의 요구가 여론을 통해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하며, 결과적으로 법의 형성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법안은 처음부터 합리적 논의에 기반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후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법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기반으로 해야 하지만, 떼법이 이를 넘어서는 순간 사회는 불안정해질 위험에 직면한다.

법과 여론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법은 최소한의 방어막으로서 억울한 피해를 방지하고, 사적 제재를 억누르는 역할을 한다. 여론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그것이 법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간주하는 것은 위험하다. 법은 냉철한 객관성과 규범을 기반으로 하지만, 여론은 감정적이고 때로는 변덕스럽다. 두 영역을 동일선상에 두는 순간, 사회는 법적 안정성을 잃고 혼란으로 빠져들 위험이 있다.

현재의 인터넷 인민재판은 과거 마녀사냥의 현대적 변형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억울한 피해자가 속출한 끝에 제도적 법이 생겨났지만, 오늘날 여론의 힘과 사적 제재는 다시 그 시대로 돌아가는 듯하다. 정반합의 관점에서 이 현상은 여론이 법을 보완하되, 법적 영역을 위협하지 않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군중의 목소리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면서 법의 영역은 여전히 확고하게 남아 있어야 한다. 법이 감정의 흐름에 흔들리는 순간, 사회는 일관성을 잃고, 억울한 피해자가 다시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과 군중의 힘은 법이 미처 다루지 못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론이 법을 대체하거나, 법을 왜곡하는 방향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떼법의 가장 큰 문제는 법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데 있다. 법은 시간과 경험을 통해 다듬어진 공정한 절차를 따르고, 그 기반에는 사회적 합의와 객관적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떼법은 강한 감정적 공감이나 일시적 여론을 바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법의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기능을 약화시킨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법은 사회적 신뢰를 잃고, 단기적인 해결책만을 쫓는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여론과 법은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여론은 법이 간과한 점을 지적하고 감정적 공감을 끌어내지만, 법은 그 모든 감정을 제도화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중요한 것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법의 기본적인 기능이 흔들리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다. 여론과 군중의 힘은 필요한 변화를 요구하되, 그 변화가 법적 절차와 객관성을 통해 검증받아야만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