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 로벨리에게 답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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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로벨리에게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에 대해 그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답장이 왔고,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보았지만, 자동 응답이었다. 그는 하루에도 수백 통의 메일을 받기 때문에 개인적인 답변은 할 수 없으며, 세미나 요청 같은 것도 모두 거절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스팸 메일 속에서 살며 이를 차단하려 애쓴다. 하지만 로벨리 같은 학자들에게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스팸과 다른, 진지한 제안이나 아이디어 공유 메일조차 스팸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렇게 중요한 아이디어가 묻혀버릴 수도 있는 상황은 “스팸 아닌 스팸”이라는 표현으로밖에 설명하기 어렵다.
그는 어떤 기준으로 중요한 메일을 구별할까? 혹시 그가 공개한 Gmail 주소는 단순히 스팸 메일을 처리하기 위한 창구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차라리 이메일 주소를 공개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사람들의 기대를 조정하는 데 더 적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게 이메일 주소를 찾아낸 사람이 보낸 메일이라면 조금 더 신중히 검토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물론, 그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도 수백 통씩 메일을 받는 상황에서 모든 메일에 일일이 응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내가 그의 입장이라도 비슷하게 행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진정한 학자는 건전한 아이디어 공유의 가능성을 어떻게든 열어두려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이 일을 계기로 학자와 대중 사이의 소통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중요한 메일과 단순한 스팸 메일을 구별할 수 있는 더 나은 시스템이나, 대화의 문턱을 낮추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 공개된 이메일이 소통의 창구가 아니라 벽처럼 느껴질 위험이 있다.
로벨리와 같은 학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그들과의 소통이 더욱 풍부해질 방법에 대한 고민이 남는다. 건전한 아이디어가 더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학자와 대중 모두에게 의미 있는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