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

글을 쓰는 과정은 내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글을 쓰는 시점에서 나는 특정 사건이나 감정에 자극받아 즉흥적으로 내 생각을 풀어놓는다. 그만큼 당시의 나는 감정과 사고가 증폭된 상태라서 평소보다 편향된 시각에서 글을 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 감정이 시간이 지나 가라앉고, 생각이 차분히 정리된 후에 다시 그 글을 읽어보면, 마치 제3자의 시선으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내가 느낀 감정과 사고를 거리를 두고 평가할 수 있는 순간이다. 이런 점에서 글은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물론 당시의 내가 지나치게 감정적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끄럽게 느끼기도 한다. 때로는 특정한 상황을 지나치게 일반화했다는 점에서 논리적인 비약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글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생생한 감정과 사고를 다시 차분한 상태에서 크로스체크하는 과정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그 차이를 받아들이고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글을 다시 읽는 일은 나에게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다.
글을 쓰는 동기는 주로 내가 실제로 겪은 사건들에서 온다. 사건에서 받은 감정이나 생각이 번뜩 떠오를 때, 나는 그 순간의 감정을 최대한 논리적으로, 그리고 무미건조한 느낌으로 글로 풀어낸다. 글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통찰이다. 감정이 넘쳐나는 순간에도, 나는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이 특별히 발전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나의 성향을 반영한 자연스러운 방식이다.
글을 쓰는 과정은 나에게 큰 카타르시스를 준다. 내 머릿속의 생각과 감정을 논리적으로 풀어놓으면서 느끼는 해방감이 글을 쓰는 주된 이유다. 글을 다 쓰고 나면 특별한 감정이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 완결 자체가 나에게 중요한 의미를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글을 쓰는 그 과정에서 감정이 흘러가고, 생각이 정리되는 그 자체가 의미를 가진다.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며 나에게 깊은 만족감을 주는 순간, 나는 글을 쓰는 행위가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