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은 멋있어
어릴 때는 제복이 멋있게 보였다. 보이스카우트나 학창 시절 교복처럼, 제복을 입으면 특별한 소속감이 느껴졌고, 친구들과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의 제복은 단지 옷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나를 어떤 그룹에 속하게 해주고, 그 속에서 안정감을 주는 보호막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제복을 다시 보게 되었다. 운전을 하다 교통 경찰이 제복을 입고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감당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눈에 들어왔다. 제복은 이제 더 이상 단순히 멋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 속에는 무거운 책임과 함께 제약이 담겨 있었다. 제복을 입는다는 것은 그 조직의 규칙과 역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였다. 어릴 적에는 그저 멋져 보였던 제복이, 이제는 종속감을 상징하는 도구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요즘 직장에서 정장을 덜 입는다고 해서 이런 소속감과 책임의 구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사원증, 명함, 직함 같은 것이 오늘날의 직장인들에게는 제복과 같은 역할을 한다. 사원증을 목에 걸고 명함을 내밀 때, 그 사람은 단순히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그 조직의 일원으로 행동하게 된다. 사원증은 소속감을 주는 동시에, 그 조직의 규율과 기대를 따르도록 만든다. 명함 역시 그 사람의 역할과 책임을 대변하며, 그 순간 상대방과 조직의 대표로 마주하게 한다.
정장이 그랬듯, 사원증이나 명함도 직장인들에게는 단순한 상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들은 소속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책임과 종속성을 함께 부여한다. 회사의 이름이 적힌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있는 동안에는 회사의 일원으로서 행동해야 하고, 명함을 건넬 때는 조직의 얼굴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따른다.
결국 제복이든 정장이든, 사원증이든 명함이든 모두 소속과 종속이라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자부심과 안정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은 일정 부분 제약받는다. 어릴 적에는 그저 제복의 겉모습만 보았지만, 이제는 그 이면에 담긴 책임과 압박을 더 분명하게 느낀다.
직장 생활에서 사원증과 명함을 마주할 때마다, 그것이 나에게 요구하는 기대와 책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작은 상징물들이 나의 자유를 제한하고, 그 속에서 나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것들은 어쩌면 오늘날의 제복과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