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의 매너리즘, 모방이 가져온 위험한 함정

결정을 내릴 때 회사에서 “A사는 이렇게 했다”는 식의 사례를 근거로 삼는 방식이 반복되며, 논의와 고민이 사라진 상태로 중요한 사안들이 결정되는 과정을 많이 경험했다. 이러한 방식은 마치 매너리즘에 빠진 듯한 느낌을 주었고, 깊은 사고 없이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상황에 맞는 맞춤형 해결책이 아니라면, 표면적인 따라 하기는 결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문제는 단순히 성공 사례만을 쫓는 것이 세부적인 차이를 무시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때로는 이러한 세부적인 차이가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인데, 이를 간과하고 표면적으로 보이는 성과만을 따라 하는 것은 위험하다. 대런 아세모글루와 사이먼 존슨의 책 ‘권력과 진보’에서 나오는 레셉스의 수에즈 운하 사례는 이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레셉스는 기술 진보와 멀리 보는 안목으로 찬사를 받을 수 있었지만, 그는 운하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에 대한 세부적인 고민을 하지 않았다. 수많은 이집트인 부역 노동력에 의존한 그의 계획은 진보의 한 측면만을 바라본 결과였다. 세부적인 현실적 문제를 무시한 그의 비전은 결국 실패로 이어졌고, 자신감과 명료한 목적의식이 오히려 치명적인 약점이 되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표면적인 성과에만 집중하여 성공을 모방하는 것은, 세부적인 차이를 간과함으로써 오히려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 내가 경험했던 회사의 결정들도 마찬가지였다. 겉으로는 성공한 타 기업의 사례를 참고하지만, 그 배경이나 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결정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는 조직이 처한 고유한 상황과 문제를 깊이 고민하지 않은 결과였으며, 세부적인 차이를 고려한 맞춤형 접근 없이 단순히 모방한 방식은 결국 진정한 성과를 이루지 못하게 했다.
모방의 또 다른 문제는, 모방하는 대상을 넘어서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성공한 사례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그 한계를 뛰어넘기 힘들며, 그 결과 항상 뒤따르는 위치에 머물게 된다. 표면적인 요소만을 복사하다 보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어려워진다. 고객의 본질적인 욕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고민과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이다. 모방으로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진정한 혁신을 이뤄내기 어렵고, 결국 표면적인 성공에 그치거나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본질을 배제한 단순한 따라 하기는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문제의 핵심을 놓치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