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아지와 말이 통한다

내 강아지는 귤을 유독 좋아한다. 내가 귤을 손에 들기만 해도 이 놈은 눈을 반짝이며 지그시 나를 바라본다. 말은 하지 않지만, 그 눈빛은 마치 “귤 하나만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계속 나만 먹으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고인다. 오히려 말로 하는 것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 소통 방식은 나로 하여금 비언어적 표현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우리 삶에서, 특히 직장에서도 언어가 아닌 눈빛, 표정, 자세 등이 얼마나 많은 것을 전달하는지 실감하게 된다.
회의실에서 비언어적 소통은 매 순간 이루어진다. 질문에 대한 침묵이 지속될 때, 이 침묵은 대답 이상의 메시지를 전한다. 상사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눈을 피하는 순간들, 혹은 누군가 팔짱을 낀 채 다소 무심하게 뒤로 물러선 모습 등은 모두 팀의 상태를 암시한다. 하품이나 고개를 돌리는 작은 동작조차도 그 자리에 대한 무관심과 지루함을 드러내며, 분위기는 순식간에 무거워진다. 반면, 누군가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거나 발표자와 눈을 맞추는 작은 행위는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작용해 대화의 흐름을 이어가도록 만든다. 이렇듯 비언어적 반응은 미세한 제스처 하나로 분위기를 크게 바꾸며, 말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특히 침묵은 직장에서 강력한 무언의 신호로 작용한다. 상사의 침묵이 길어지면, 이는 팀원들에게 일종의 경고처럼 받아들여지며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이는 단순히 “싫다”라는 말 한마디보다 훨씬 무겁고 명확한 신호로 다가와 팀 전체에 긴장감을 남긴다. 반대로 팀원들의 침묵은 상사에게 불만과 납득하지 못하는 마음, 혹은 무력감을 전달한다. 모두가 속내를 삼킨 채 말 없는 대치를 이어갈 때, 비언어적 소통은 오히려 강한 갈등의 씨앗이 된다.
결국 강아지와의 눈빛에서 느낀 것처럼, 직장에서 비언어적 표현은 말보다 깊이 있고 강력하게 우리의 의사를 전달한다. 침묵, 팔짱끼기, 고개 끄덕이기 같은 작은 몸짓 하나하나가 오히려 진심을 더 명확하게 드러내며 팀의 분위기를 움직이고, 때로는 한 마디보다도 깊은 흔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