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를 배제한 개인의 성장이 가능할까?

부하 직원을 관리하기보다는 개인적인 성장과 기술 축적에 시간을 쓰고 싶다는 직장인들의 비율이 72%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은 조직 내에서 성공을 이루기보다는 자유롭게 일하며 개인의 성장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실전을 경험하지 않고 온전히 성장할 수 있을까? 축구 선수들이 훈련만으로 실력을 다지기 어려운 것처럼, 직장인 역시 실전 경험 없이는 성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감독들이 신인 선수에게 경기 종료 1~2분 전이라도 그라운드를 밟을 기회를 주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 짧은 시간에도 실전의 압박감을 느끼고 경기의 흐름을 직접 경험하며 감각을 익혀야만 진정한 실력 단련이 가능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개인의 성장이 직무와 별개로 존재하기는 어렵다. 조직 내 실전 경험이 필요한 이유는 실무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성장만을 중시해 직장에서의 성공을 외면한다면, 이는 마치 출전을 거부하고 개인 훈련에만 몰두하는 선수와 다를 바 없다.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얽히고설키는 상황을 겪으며 각자의 의견을 조율하고, 예상치 못한 문제를 해결해가는 경험을 통해서만 복잡한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 축구에서 선수가 실전을 통해 다양한 상대와 전략을 겪으며 실력을 다지는 것처럼, 직장에서도 실무를 통해 복잡한 상황을 관리하는 방법을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실전 경험의 가치는 결국 커뮤니케이션 복잡성을 다루는 데서 드러난다. 직장에서 인정받고 성장하는 과정은 단순히 업무 수행 능력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허브로서 기능하며 조직의 성과에 기여할 수 있느냐로 결정된다. 이러한 역할은 수많은 실전을 통해서만 쌓이는 일종의 경험치다. 다양한 이견을 조율하고,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고 정제해 필요한 곳으로 전달하며, 문제의 방해 요소를 제거해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과정이 바로 그 예다. 특히 조직의 성과를 책임지고, 다양한 부서와 협력해야 하는 위치에 이를수록 커뮤니케이션 복잡도는 배가된다. 이러한 복잡성을 체감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리더십이 단련되고, 실전 경험을 통해서만 가능한 역량이 쌓이게 된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경험은 실무를 통해 얻어지는 배움의 본질이자, 직장에서 인정받는 기반이 된다. 각각의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에서 빠르게 핵심 정보를 정리하고 공유하는 일,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의견을 조율하는 일, 즉시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 신속한 결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실전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훈련이나 이론적 지식으로는 절대 채울 수 없는 실력의 기초가 된다. 직장인들은 그러한 실전 경험의 누적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으며 더 큰 프로젝트와 책임을 맡게 되는 것이다.
축구 선수들이 더 많은 출전 기회를 통해 각기 다른 상대를 겪으며 경기 감각과 실력을 쌓아가듯, 직장인 역시 실전 경험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하며 업무의 중심에 설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