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논리에 밀린 초기 스타트업 문화

회사의 문화가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때로는 힘든 도전이 되곤 한다.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회사가 커지면서, 초기의 자유롭고 독창적인 분위기는 점차 퇴색되고, 외부에서 유입된 새로운 기준들이 자리를 차지해 나간다. 특히 외국인 A가 회사를 비롯한 여러 외국계 직원들과 함께 들어오면서 기존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변화하게 되었고, A는 ‘글로벌 표준’이라는 기준으로 회사의 모든 것을 재정의하기 시작했다. A는 회사 위키페이지에 붙여진 여자 아이돌 사진을 문제 삼으며,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물론, 일반적인 회사 상황에서 아이돌 사진이 부적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는 처음부터 자유로운 분위기로 시작해 왔고, 이러한 변화는 외부의 시각이 아닌, 직원들 간의 합의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A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아이돌 사진이 부적절할 수 있지만, 과도하게 성적인 의미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오히려 편협하다고 느꼈다. A와 논쟁을 벌이면서 제시한 논점 중 하나는 문신에 대한 것이었다. A는 아이돌 사진을 문제시했으나, 동시에 한국 문화에서 오히려 더 부정적으로 볼 수 있는 문신을 개인의 취향이라며 합리화했다. 문화라는 것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배경과 가치관이 혼합된 상대적인 것이기에, 한쪽의 기준을 ‘글로벌 표준’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오히려 폭력적이라 생각되었다. 회사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성과 합의를 바탕으로 변화해야 하는데, A는 자신의 문화적 우위를 전제로 강요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불편함은 어느 날 슬랙의 공개 채널에서 논쟁으로 이어졌다. 회사 전체에 이 문제가 개인 간의 갈등을 넘어서는 중요한 문화적 이슈임을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외국계 직원들이 점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고, 회사의 기득권층이 그들로 바뀌면서, 결국 초기의 문화와 정체성은 점차 힘을 잃어갔다. HR에서는 외국인 A의 요청으로 아이돌 사진을 내리라는 공식 공지를 내렸고, 그 순간 초기의 스타트업 정신을 지키려던 노력은 힘의 논리 앞에 무너졌다. 그렇게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되면서,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이 경험은 문화의 차이가 단순히 개인의 호불호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관계 속에서 다양한 갈등을 일으킬 수 있음을 느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