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답없는 글을 쓰는 이유

세상에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고, 해결되지 않은 채 오랫동안 남아있는 문제도 많다. 특히 회사 운영이나 조직문화, 거시적인 경제 문제와 같은 큰 주제들에서 우리는 주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만을 접하게 된다. 경영 서적이나 전문가들의 논의에서도 종종 이런 문제들에 대해 공감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정작 마지막에 제시되는 해결책은 공허하게 들릴 때가 많다. 구체적인 방안이 없거나 단순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식의 추상적인 제안들로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해결책의 구체성이 부족하고, 관련된 역학관계와 인간의 본성을 무시한 채 ‘모두가 합의해야 한다’는 비현실적 전제로 성급히 끝맺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런 뻔한 결론을 제시하는 대신, 문제를 인식하는 것에 집중하여 글을 쓰고 있다.
사실, 문제 해결이 어려운 건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문제를 미처 해결하지 못하고 남겨두었다는 것은 그만큼 복잡하고 난해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를테면 조직문화의 개선이나 경제 문제와 같은 복잡한 영역에서는 해결을 시도하는 순간마다 해결을 막는 수많은 이해관계와 갈등이 등장한다. 이와 관련된 사람이 조금만 늘어나도 의견 충돌이 발생하며, 문제는 처음보다 훨씬 복잡해진다. 적은 규모의 문제라도 여러 사람의 이해가 얽히기 시작하면 점차 제어하기 어려운 수준의 복잡성으로 확대된다.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것은 어렵고도 긴 과정이다.
더불어 문제 해결의 핵심은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는 데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는 때때로 ‘가짜 노동’을 하고 있다는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애초에 불필요한 일에 자원을 쏟아붓는 일이 빈번히 벌어진다. 혹은, 신입사원의 퇴사율이 높아지는데 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주말 등산과 같은 활동을 통해 친목 도모를 시도하는 사례가 있다. 근본 원인을 잘못 짚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악화된다.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해결책을 적용할수록 조직의 피로도는 누적되고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그래서 나는 문제를 이해하고 인식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해결의 90%가 이뤄진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복잡한 문제들을 앞에 두고 정작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고,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채 임시방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문제의 복잡성을 깊이 고민할수록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되었다. 그 결과, 나는 무리하게 결론을 내기보다는 문제의 인식 단계에 집중해 독자와 고민을 공유하고자 한다.
세상 대부분의 문제는 당장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문제의 본질과 복잡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그 시작점에 설 수 있다면, 때로는 그 인식만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