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의 심리학

돈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돈에 미친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흔히 자기 삶에서 결핍된 것일수록 더 자주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가 돈이 아니라며 계속해서 돈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내려 한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돈을 늘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말 자체는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그 말을 반복한다면 오히려 돈이라는 대상에 매여 있음을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이 반복해서 언급하는 주제는 그들이 무의식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이라는 해석이 있다. 악플이라도 다는 것이 무플보다는 낫다는 말처럼, 우리는 관심이 없는 주제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를 하지 않게 마련이다. 누군가가 악플이라도 단다면, 그 대상에 대해 적어도 어느 정도의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관심을 표현하는 방식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 주제는 그 사람의 무의식 속에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벌을 계속해서 언급하는 사람은 학벌에 대한 갈망이나, 나아가 학벌을 자신의 결핍으로 여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자신의 결핍이나 약점, 혹은 부족함을 거꾸로 과시하려는 심리가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힘이 있는 사람은 굳이 자신의 힘을 드러내려 애쓰지 않는다. 작은 강아지가 유난히 크게 짖는 것처럼, 영향력이 크지 않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큰 목소리로 자신을 드러내려 한다. 그와 반대로 진정으로 힘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힘을 과시하지 않아도 그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진짜로 힘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누군지 알아?’ 같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그의 힘과 영향력을 다른 사람들이 느끼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이 무엇을 자주 언급하는가 하는 것은 그들이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 그리고 내면의 갈등과 결핍을 반영해 주는지도 모른다. 진짜로 자유로운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그 자유로움이 드러나고, 진짜로 힘 있는 사람은 조용히 있어도 그 영향력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