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이 원칙이라 불리는 이유
오나라의 왕 합려는 손무의 능력을 시험하고자 궁녀들을 대상으로 군사 훈련을 시켜 보라고 지시했다. 손무는 180명의 궁녀들을 두 부대로 나누고, 합려가 가장 총애하는 궁녀 두 명을 각 부대의 대장으로 임명한 후 간단한 명령 체계를 설명했다. 하지만 첫 훈련이 시작되자 궁녀들은 명령을 장난으로 여기고 웃기만 했고, 손무는 다시 한번 명령 체계를 설명했지만 두 번째 시도에서도 같은 태도를 보였다. 결국 손무는 두 부대장 궁녀의 처형을 명령했는데, 합려가 자신의 총애하는 궁녀들을 살려달라고 했으나, 손무는 “장수가 군을 이끄는 중에는 왕명이라도 받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라며 단호히 거절했다. 처형이 이루어진 후 궁녀들은 즉각적으로 명령을 따르게 되었다.
손무가 보여준 이 사건은 단순한 처벌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왕의 명령조차 무시하며 끝까지 원칙을 지켜내려는 손무의 태도는, 규율을 어기면 반드시 결과가 따른다는 점을 명확히 각인시켰다. 조직의 원칙이 말로만 존재할 때 사람들은 이를 쉽게 무시하지만, 행동으로 일관성 있게 지켜질 때 비로소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작은 원칙이라도 지켜지지 않거나,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아무런 피드백이 없다면 사람들은 즉각 원칙을 무시하게 되고, 이는 원칙을 허울 좋은 구호로 전락시키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간단치 않다. 원칙을 정하고 이를 지키게 하는 모니터링 과정이 매우 번거롭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칙을 만든 사람조차 그 원칙을 무시하는 일이 흔히 벌어지기도 한다. 결국,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탓하기만 해서는 아무런 해결이 되지 않는다. 원칙이 조직 내에서 힘을 가지려면, 이를 정하는 주체가 일관성과 지속성을 가지고 스스로 그 원칙을 존중하고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원칙이 단순한 규정이 아닌 반드시 지켜야 할 규율이라는 믿음을 사람들에게 심어주기 때문이다.
조직이 목표를 이루려면 모든 구성원이 같은 방향을 보고 일관되게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크고 작은 원칙들이 흔들림 없이 지켜져야 하고, 그 원칙들이 진정성을 갖춘 상태로 사람들 사이에 자리 잡아야 한다. 손무의 경우처럼 작은 원칙이라도 깨지기 시작하면 전체적인 신뢰가 무너지고, 이는 조직의 결속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원칙이 일관된 행동으로 꾸준히 지켜질 때 사람들은 이를 따르게 되며, 그에 따라 목표 달성의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손무가 궁녀들을 훈련하며 보여준 원칙의 중요성은 시대와 상황을 넘어 여전히 유효하다. 말뿐인 원칙은 한두 번만 깨져도 힘을 잃고 사람들은 이를 무시하게 된다. 그러나 원칙이 반드시 지켜진다는 믿음이 일관된 행동과 태도로 자리 잡는다면,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