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불편함이 만들어 내는 가치
변화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반복된다. 우리는 모두 변화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변화가 안고 있는 어려움과 불편함에 대해 한 발 물러서기 마련이다. 특히, 내가 추진하는 변화가 조직 전체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큰 규모라면, 이는 기존에 자리 잡은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만큼이나 이해와 설득이라는 난제를 함께 동반한다.
사람들은 보통 변화에 반발한다. 특히 거버넌스나 프로세스와 같은 구조적인 변화는 더 강한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변화는 조직 전체에 걸쳐 강제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한 개인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그 흐름에 따라야 한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자신만의 효율성을 잃는 일로 여겨질 수 있고,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는 어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대개 이런 변화는 소규모 그룹을 대상으로 배경을 차근차근 설명하며 진행하는 것이 정석으로 여겨지지만, 내가 담당한 변화는 일종의 ‘광역 타격’에 가까웠다.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주는 수동성에 불만을 느끼기 쉽고, 이에 대한 반응을 접하는 나 역시 어느새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거버넌스의 도입이 꼭 필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뛰어난 개인들이 아무리 많은 성과를 낸다 해도, 그들을 통해 전체의 효율을 담보할 수는 없다. 즉,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거버넌스나 프로세스라는 체계적 틀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뛰어난 개인에게 자칫 족쇄처럼 느껴질 수 있다.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인 형태로 전달되는 큰 변화일수록, 왜 이런 일이 필요한지, 왜 지금 해야 하는지를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마주했던 반응들도 대부분 무관심하거나, 굳이 바꿔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심지어 새로운 프로세스를 시도해 보고 싶어도 개념 자체가 어렵다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상향 평준화’라는 커다란 명분이 현장에서는 당장의 필요와 맞물리지 않을 때 반발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때가 있다. 프로세스의 효용을 발견하고 이를 실제로 경험한 일부가 조금씩 긍정적인 경험을 공유할 때다. 그들이 주도적으로 템플릿을 활용하고, 이로 인해 업무가 원활해진 사례들을 보며, 내가 전하고자 했던 변화가 조직에 조금씩 자리 잡고 있음을 느꼈다. 변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 점진적으로 전환이 이루어지는 모습은 그 어떤 결과보다 값지게 다가온다. 템플릿이 반복해서 사용된다는 사실은 그 유용성을 증명하는 일이며, 정말 쓸모없는 변화였다면 이미 모두가 외면했을 것이다.
변화는 단지 현재가 불편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상태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기존 상태가 문제가 아니더라도, 전체 효율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체계성과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큰 변화는 모두에게 구체적인 비전을 즉시 제공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변화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꾸준히 강조하려고 한다. 특히 기존 방식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설명함으로써, 왜 우리가 이대로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는지를 이해시키는 것이 변화의 첫걸음이 되리라 믿는다.
세부적인 어려움과 장기적인 손실을 함께 설명할 때 변화의 필요성은 자연스럽게 와닿는다. 이는 단순히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 없이는 불가피하게 닥쳐올 문제를 피할 수 없음을 일깨우는 일이기도 하다. 시간이 흐르며 점진적으로 정착된 변화는 조직의 일상에 스며들고,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체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더 나은 길로 나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