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임원들의 처절한 발버둥

비즈니스 세계에서 임원들이 겪는 불확실성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경기 변동, 경쟁사의 돌발적인 전략 변화, 고객의 변덕은 그들의 통제를 벗어난다.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세워도, 세상은 그들의 의도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문제는 이 불확실성이 단순한 예측 실패로 끝나지 않고, 전략적 실패가 곧 책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결정의 성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매 순간 임원들은 스스로의 판단이 옳은지 의심하면서도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길을 걸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링 위에 오르기 전에는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임원들은 이미 그 링 위에서 계속해서 맞고 있는 샌드백이다. 맞을 때마다 흔들리고, 쓰러질 것 같지만 그들은 그 자리에 버티고 서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는 그 자리를 지켜야 하고, 그들이 떠나면 곧바로 그 책임의 무게는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들이 견뎌야 할 책임감은 단순히 회사의 성과를 떠나, 조직을 유지하고 이끄는 문제이자 개인의 생계와 명예가 걸린 문제다. 결국 이들은 두들겨 맞으면서도 일어나 다시 한 번 계획을 세우고, 또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런 반복은 그들에게 일상이다.

우리가 종종 착각하는 것은, 임원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고요하고 우아해 보일지 몰라도, 그들은 물 밑에서 누구보다도 바쁘게 발을 굴린다. 경쟁사의 움직임에 대응할 방법을 고민하고, 시장에서 차별화 될 전략을 찾고, 조직의 자원을 최적화할 수 있는 해법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그들의 하루는 항상 새로운 고민으로 시작되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끝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과정을 밖에서 보기에는 마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임원들의 고민과 갈등은 수면 아래 숨겨져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들의 노력을 쉽게 폄하하기 일쑤다. 자신이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은 쉽게 판단되기 마련이다.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오리가 우아하게만 보이는 것처럼, 임원들의 하루는 고요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아래에서는 끊임없이 발을 굴리고, 방향을 잡으며 온갖 변수를 조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들의 머리 속은 24시간 가동 중이다. 그들은 매 순간 실패할 수도 있는 전략들을 고민하고, 그로 인한 책임을 감내할 각오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임원을 반드시 존경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 번쯤은 그들의 발버둥을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 누군가는 그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 자리에 서지 않은 이들이 쉽게 말하는 것일 뿐이다.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니 그들의 우아함 속에 감춰진 치열함을 이해하고, 조금은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도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살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