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베이터 관리의 책임자는?

최근 여러 분야에서 고객이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된다. 플랫폼에서 상품을 주문했는데 배송이 지연될 경우, 고객센터에서 받는 답변은 보통 택배사로 직접 연락하라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고객이 처음 컨택한 창구에서는 단순히 책임을 외주사나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고객은 여기저기 연락을 돌리며 책임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자주 놓인다. 이처럼 책임을 전가하고 본인들은 뒤로 빠지는 태도는 매우 무책임해 보인다.
오늘 아침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서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를 물었는데 돌아온 답변이 현대엘리베이터였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외부 대행업체일 뿐 아파트 내 엘리베이터 관리에 대한 주체적인 책임을 지는 곳은 아니다. 주민으로서 당연히 아파트 관리사무소 내에 있는 엘리베이터 담당자가 고객 응대의 첫 번째 책임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이 아파트 담당자가 아닌 외부 업체를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면, 관리사무소가 하는 일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이들이 이렇게 외부 업체를 언급하며 책임을 떠넘기는 이유는 귀찮고 부담스러운 일에서 벗어나려는 편리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고객 응대의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고객이 물었을 때 자신 있게 내부 담당자를 안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명확한 책임 소재가 설정되지 않으면 고객이 겪어야 하는 불편함은 물론이고 서비스 전체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진다. 더욱이 이런 문제는 매번 지적하지 않으면 그대로 넘어가고, 언젠가부터는 당연한 업무 방식으로 자리잡아 버린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상황을 만나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외부 업체일 뿐이고, 관리사무소 내 담당자가 누구인지 알려달라”고 분명히 요구한다.
서비스나 관리 조직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책임 소재가 투명하게 밝혀져야 하고, 고객이 처음 접촉한 창구에서부터 일관성 있는 응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관리 주체가 불분명하고 고객이 문제 해결을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야 하는 구조는 결국 그 조직에 대한 고객의 불신을 키울 뿐이다. 이는 단순히 특정 문제의 해결 여부를 떠나서, 서비스 전체의 책임감에 대한 신뢰와 직결된다.
고객이 누군가에게 ‘직접 지적’해야만 해결되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은 이미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서비스 제공자와 관리자가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스스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그들이 진정으로 고객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한,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는 요원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