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의 역할
나는 항상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생각은 오만한 생각이라고 생각해왔다. 결국 본능을 위해 유전자와 호르몬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체 중 하나일 뿐이고, 인간은 높은 지능으로 인해 조금 더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사는 것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곤충들의 생태를 살펴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얼마 전 암사마귀가 숫사마귀의 머리를 먹어 버렸다. 머리가 없는 숫사마귀의 몸은 저절로 움직여 교미를 시도했다. 교미가 끝나고 숫사마귀를 잡아 먹는 암사마귀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머리가 잘린 채 교미를 시도하는 숫사마귀의 모습은 매우 그로테스크 했다. 결국 자연에서 숫컷의 역할이란 종족 번식을 위해 씨를 넘겨주고 그것을 키우기 위해 자신을 바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좀 더 오만해지기로 했다. 나는 인간이므로 그런 삶을 살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