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철학과 사용자 니즈의 간극: KnotNet 첫 인터뷰에서 배운 것

첫 대화

KnotNet을 만든 지 2주.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되어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람과 인터뷰를 했다.

전직 기획자이자 현재 교육 콘텐츠 관련 일을 하는 분.

갤럭시 노트부터 Notion, Google Docs, Type, Pocket까지 다양한 기록 도구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파워 유저”였다.

완벽한 인터뷰 대상이었다. 그리고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가장 큰 깨달음은 이것이었다: 내가 만든 것과 사용자가 보는 것은 달랐다.

두 개의 KnotNet

내가 만든 KnotNet: “기록을 통해 생각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자신을 이해하는 여정”

성찰, 자기 이해, 감정 분석, 패턴 발견. 깊이 있는 도구. 나를 알아가는 과정.

사용자가 보는 KnotNet: “생각을 자유롭게 던질 수 있는 공간”

수집, 스크랩, 빠른 메모, 링크 저장. 가볍게 던지는 도구. 정리는 나중에.

같은 제품, 완전히 다른 인식.

사용자가 원한 것

인터뷰에서 사용자가 요청한 것들:

1. 모바일 공유 기능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영감 받는 콘텐츠를 보면, 바로 KnotNet에 던지고 싶어요. 지금은 복사-붙여넣기 해야 하는데 번거로워요.”

Share Intent 연동. 기술적으로 복잡하지 않지만, 사용자에게는 핵심 니즈였다.

2. 자동 정리

“Pocket처럼 링크를 저장하면 자동으로 요약해주고, AI가 태그를 달아주면 좋겠어요. 제가 수동으로 정리하는 건 싫거든요.”

자동화. 수동 작업 최소화. “던지면 알아서” 정리되는 구조.

3. 모바일 중심 사용성

“산책하다가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기록하고 싶어요. 집에 가서 컴퓨터 켜는 건… 그때는 이미 잊어버려요.”

모바일 퍼스트가 아니라 모바일 온리. 즉각성이 핵심.

4. 결과물 생성

“제가 던진 자료들로 AI가 보고서나 계획서 초안을 만들어주면… 그땐 돈 낼 의향 있어요.”

단순 저장을 넘어선 가치. 인풋에서 아웃풋으로.

사용자가 모르는 것

더 충격적인 발견이 있었다.

KnotNet의 핵심 기능들:

  • 자연어 검색: “기분 좋았던 날” 같은 문장으로 검색 가능
  • 유사노트 연결: AI가 관련된 과거 기록을 자동으로 찾아줌
  • 인사이트 탭: 기록 패턴과 감정 분석

사용자는 이 기능들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

“어? 그런 기능이 있었어요? 어떻게 쓰는 거예요?”

아무리 좋은 기능도 사용자가 발견하지 못하면 없는 것과 같다.

“메모계의 핀터레스트”

인터뷰 중 사용자가 한 표현:

“이거 메모계의 핀터레스트 같아요.”

핀터레스트. 시각적 수집 도구. 영감 저장소. 나중에 보기 위한 공간.

내가 생각한 것과 완전히 달랐다. 나는 몰스킨 노트를 생각했는데, 사용자는 핀터레스트를 봤다.

유료 전환의 조건

“지금 무료로 쓰고 있는데, 유료로 전환할 의향 있으세요?”

“지금처럼 던지기만 하는 거면 무료로 충분해요. 근데…”

“근데?”

“AI가 제가 던진 자료로 가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준다면? 예를 들어 제 노트들을 바탕으로 보고서 초안을 작성해준다거나, 프로젝트 계획서를 만들어준다면? 그땐 기꺼이 지불할 의향 있어요.”

명확한 가치 전환 지점이 보였다:

단계 기능 가치 과금
1 수집 “던지는 공간” Free
2 자동 정리 “정리해주는 도구” Free/Freemium
3 인사이트 “패턴 발견” Premium
4 결과물 생성 “아웃풋 창출” Premium

사용자는 1단계에 있다. 유료 전환은 4단계에서 일어난다.

철학 vs 니즈

제품 철학: “기록을 통한 자기 성찰” 사용자 니즈: “생각을 던지는 수집 공간”

이 간극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옵션 1: 철학을 버린다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만든다. 수집 도구에 집중한다. Pocket이나 Notion의 클론이 된다.

옵션 2: 니즈를 무시한다

원래 비전을 고수한다. “사용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설득하려 한다.

옵션 3: 점진적 진화

초입은 낮춘다. “던지는 공간”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점진적으로 “성찰 도구”로 유도한다.

나는 3번을 선택한다.

사용자 여정의 재설계

Phase 1: 수집 (현재)

  • 가볍게 던질 수 있는 공간
  • 모바일 공유 연동
  • 마찰 없는 입력

목표: “여기에 모든 걸 던지게 만들기”

Phase 2: 자동화

  • 링크 자동 요약
  • AI 자동 태그
  • 수동 작업 최소화

목표: “정리는 AI가 알아서”

Phase 3: 발견

  • 유사노트 자동 연결 (이미 있지만 숨겨짐)
  • 패턴 분석
  • 감정 추적

목표: “내 기록에서 패턴 발견하기”

Phase 4: 인사이트

  • 기록 기반 리포트 생성
  • 아이디어 연결
  • 창의적 아웃풋

목표: “던진 자료가 결과물이 되다”

Phase 5: 성찰 (궁극적 목표)

  • 나를 이해하는 도구
  • 성장 추적
  • 자기 발견

목표: “기록이 삶이 되다”

사용자는 1단계에서 시작한다. 5단계까지 자연스럽게 이동시키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UX의 실패

핵심 기능을 사용자가 모른다는 것은 UX의 실패다.

문제 1: 검색창의 숨은 힘 자연어 검색이 가능한데, 사용자는 키워드 검색만 가능한 줄 알았다.

해결: 플레이스홀더 텍스트 개선

  • 현재: “검색…”
  • 개선: “말하듯 검색해보세요 (예: ‘기분 좋았던 날’)”

문제 2: 유사노트의 숨겨진 가치 AI가 관련 노트를 찾아주는데, 사용자는 그 탭을 클릭하지 않았다.

해결: 첫 노트 작성 후 자동 알림 “이 노트와 비슷한 생각을 2개 찾았어요 👀”

문제 3: 인사이트의 부재한 존재 탭이 있지만 가본 적이 없다.

해결: 주간 요약 푸시 알림 “이번 주 당신의 기록 패턴을 분석했어요”

기능이 아무리 좋아도 발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Pocket × Notion × ChatGPT

사용자의 기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Pocket의 수집 편의성 + Notion의 정리 구조 + ChatGPT의 인사이트 생성”

이것은 실현 가능한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문제는 우선순위다.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

단기 (1개월):

  • 모바일 공유 연동 (Share Intent)
  • 검색 UX 개선
  • 기능 튜토리얼 강화

중기 (3개월):

  • 링크 자동 요약
  • AI 태그 자동화
  • 유사노트 발견성 개선

장기 (6개월+):

  • 노트 기반 리포트 생성
  • 아이디어 연결 시각화
  • 창의적 아웃풋 도구

린 스타트업의 교훈

에릭 리스는 말했다: “고객과 대화하라.”

나는 했다. 그리고 배웠다.

배운 것 1: 제품 철학을 버릴 필요는 없다 다만 사용자 여정의 시작점을 낮춰야 한다.

배운 것 2: 사용자는 내가 생각한 대로 제품을 보지 않는다 그들의 렌즈로 봐야 한다.

배운 것 3: 기능보다 발견성이 중요하다 있는 기능을 모르면 없는 것과 같다.

배운 것 4: 가치 전환 지점은 명확하다 “결과물을 만들어주면 돈 낼게” – 이보다 명확할 수 없다.

배운 것 5: 한 번의 인터뷰가 몇 주의 추측을 대체한다 데이터가 아니라 대화. 숫자가 아니라 이야기.

다음 단계

이제 할 일이 명확하다:

  1. 단기: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준다 모바일 공유, 자동 정리, 발견성 개선
  2. 중기: 사용자가 필요한 것을 보여준다 패턴 발견, 인사이트 생성
  3. 장기: 사용자가 몰랐던 것을 깨닫게 한다 자기 이해, 성장, 성찰

제품 철학과 사용자 니즈. 둘은 모순이 아니라 여정의 양 끝이다.

내 역할은 사용자를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결론: 간극을 인정하고 다리를 놓다

첫 인터뷰는 충격이었다. 내가 만든 것과 사용자가 보는 것이 달랐다.

하지만 이것은 실패가 아니다. 발견이다.

제품이 시장과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직 다리를 놓지 못한 것이다.

“메모계의 핀터레스트”에서 시작해서 “생각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여정”으로.

수집에서 성찰로.

인풋에서 인사이트로.

그것이 KnotNet의 진짜 여정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지도를 가지고 있다.

사용자가 그려준 지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