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앙상하게 마른 나뭇가지 사이에 잎 하나가 내 눈에 띈 것은 그 잎이 특별히 잘난 부분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좁은 틈으로 들어오는 역광이 그 말라붙은 나뭇잎을 비춰서 마치 주인공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회는 초장맛이고, 고르곤졸라는 꿀맛이듯이 사진은 사물을 찍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평범한 사람도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주인공이 되는 것처럼, 빛이 선택한 사물을 찾아서 찍는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방향과 색깔, 광질 때문에 어느 순간도 같은 사진이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