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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7시 30분경이면 카메라를 들고 산책을 나선다. 길을 걷다 보면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사람들과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어딘가를 겨누고 있는 나를 거의 매일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생각해 봤다. 출근하는 상황의 사람이라면 부러운 마음이 들 수도 있을테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 나를 전업 사진가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요즘 출근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이 가득찬 버스나 지하철을 탈 일도 없다. 6시에 일이 끝나더라도 집에 도착하려면 한 시간 이상이 걸려 녹초가 되는 일도 없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고, 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잘해야 한다.


몰래카메라

예전 몰래 카메라가 한참 유행했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만약 당하는 사람과 방송국도 모두 미리 알고 짜고 치는거였다면, 몰래카메라를 보고 즐거워 하던 시청자가 매번 몰래카메라에 당한 셈인거지?


소비의 효용

소비를 할 때, 소비 자체의 즐거움과 소비로 인한 실제 효용이 있는 것 같다. 전자는 필요의 발견, 제품과 서비스를 검색할 때의 설렘, 구매의 쾌감, 택배가 도착할 때까지의 기다림이 모두 포함되고, 후자는 그 제품이나 서비스가 실제 내 필요를 만족시켜주는가 하는 부분이다. 소비의 가치는 전자와 후자가 더해지는 것이지만, 자본주의에서는 오히려 전자가 7이고 후자가 3인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다. 그래... 쿠팡 로켓 와우 당일 배송 기다리면서 쓴 뻘글이다.


원시인이 된 기분

편의점에 택배를 보내러 갔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적응이 안되는거다. 키오스크에 상대주소와 내 주소를 입력하는데 한참이 걸리고, 결제를 하려고 하는데 최근 몇 년 간 삼성페이만 썼던 터라, 실물 카드로 계산을 해야 하는데 어디에 넣는지 알 수 없었다. 주인 아줌마에게 어디다 넣냐고 했더니 한심하는 듯이 알려주었다. 택배는 택배 보관함에 넣으라고 하는데 어리버리 얼을 타면서 보관장 앞에 쌓여있던 바구니에 넣는거냐고 물었다. 아줌마는 또 한심해 하며 장 안에 넣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거면 왜 택배보관 장 앞에 그 바구니를 쌓아둔거야... 오랜만에 원시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고양이 인사

아침 산책길에 마주친 고양이다. 어디선가 배운대로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하며 고양이식 인사를 해봤다. 고양이도 눈을 깜빡인다면 내 인사를 받았다는 뜻이라고 했다. 몇 번 눈을 껌뻑거렸더니 녀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고양이한테 무시 당하는 것도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Homo Walkers

가을의 점심시간 8층에서 내려와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흙내음과 각종 냄새들이 섞여서 날아온다. 코를 킁킁거리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냄새가 들어와 기분이 좋다. 이쯤되면 산책을 하며 노즈워킹을 즐기는 것이 개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전생에 개였거나... 걸으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어떤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걸어가는지. 점차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은 걷기 위해 태어난 종족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아프리카에서 코끼리를 쫓을 때부터 새겨진건가 모르겠다.


행복한 삶

사람에 대한 의심이 가득하던 표정에서 어느 정도 사람다운 표정으로, 육아의 극한 상황에서 생긴 믿음과 전우애, 별 일 없는 저녁에 산책갈까? 한 마디에 같이 나서는 아내와 딸 둘, 그리고 강아지 두 마리. 행복한 삶.


성공한 삶

내 삶은 성공한 삶인가? 성공의 기준은 절대적인가 상대적인가? 성공한 것과 행복한 것은 같은가 다른가? 인생은 반드시 성공한 인생이어야 하나? 딱 하나 정확한 답을 낼만한 것들이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