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테 왜 그랬어요?’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이병헌이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김영철을 만나서 던진 한마디이다. 처음 보이는 반응이 복수심에 불타는 공격적 행위가 아니라 이유를 묻는 것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들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 하는 것 중 하나는 ‘영문을 모르는’ 상황이다. 자기계발서에 종종 소개되는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한 어부가 배 위에 있는데 저 멀리서 무서운 속도로 다른 배가 다가오고 있었다. 어부는 위험하다고 소리를 쳤지만, 그 배는 계속해서 어부의 배로 다가왔다. 어부는 가까스로 다가오는 배를 피하면서, 어떤 놈이 이렇게 운전을 못하느냐 화를 냈지만, 그 배는 물결에 떠내려온 비어있는 배였음을 알고 어이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배가 비어있음을 알게 된 순간 어부가 화를 내어야 할 대상이 사라졌다. 화를 낼 대상은 의지를 가진 인격체여야 하는데 그 누구도 배에 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부는 상황에 대해 납득했다. 바람과 물결이 배를 그렇게 움직인거라 생각하니 화를 낼 이유가 없었다.
회사 업무도 마찬가지다. 일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지(what)도 중요하지만, 왜 업무가 발생했으며 왜 업무를 계획하게 되었는지(why) 배경을 설명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유능한 사람일 수록 배경을 설명하는데 시간을 더 들인다.
이유를 명확히 알고 재미있고 옳은 일을 하는 것이 최상의 경우이겠으나, 극단적인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회사의 똥을 치우는 일을 하는 경우에도 그 똥을 누가 쌌으며, 우리는 왜 어쩔 수 없이 똥을 치워야 하는지 잘 설명하는 것은 프로젝트 매니저가 가져야 할 필수 덕목(?)이다. 이것 역시 큰 관점에서는 의사소통관리와 이해관계자관리에 포함되는 내용이다.
아래 사진은 내가 이 글을 쓰게 만든 방아쇠의 역할을 했다. 내가 쓴 글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움짤이다.
앞에서 움직이지 않는 차를 보고 화가 난 뒷 차의 운전자는 내려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눈을 쓸어 내어 깜빡이를 확인해 좌회전 차량임을 인지한다. 앞 차의 상황을 납득한 것으로 그의 화는 풀리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