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이 책 리뷰를 써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나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리뷰를 해본다.

나와 비슷하게 자의식이 과잉된 이 책의 저자는 가끔 구글링으로 자신의 책 리뷰가 있을지 검색해 볼 것이다.

이 글을 보게 될 저자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가 느낀 바를 솔직히 써본다.

먼저 이 책의 제목인 ‘직장인 퇴사 공부법’부터가 무척이나 작위적이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퇴사 또는 창업에 편승한 제목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책의 내용이 직장생활을 잘하기 위해 지켜야 할 기본적인 사항들의 나열일 뿐임에도

모든 내용들이 퇴사를 준비하기 위해 열심히 해야한다는 식으로 포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이 모든 에피소드는 준비된 퇴사를 위해서라는 식이다.

 

책을 읽고 든 느낌은 책의 저자가 개발자 출신으로 누구보다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해왔다는 것은 알겠으나

누군가의 인생에 조언을 할만큼(특히나 중요한 퇴사에 관한 문제라면) 조예가 깊지는 않다는 것이다.

글에 무게가 없다. 각각의 주제에서 예로 든 것들은 지나치게 일차원적이다.

쉽게 말하면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예문 같은 느낌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X차장은 영어를 못해서 그 점을 늘 아쉽게 생각했지만, 딱히 영어를 쓸 일도 없어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해외 파견을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그것을 목표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더니, 파견 갈 직원을 뽑을 때 적임자가 되었다.

이 무슨 권선징악을 말하는 전래동화 같은 예인가…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나 경영학 책이 그렇듯이 초중반에 문제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정확하다.

사람들은 공감을 하며 읽어가지만, 중요한 것은 마무리와 해결책이다.

이 책 역시 퇴사에 대한 계획은 페이지를 많이 할애하지 않는다.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내가 실소를 자아낸 부분은 퇴사 계획에 WBS를 사용하라는 제안이다.

저자가 프로젝트 관리를 주로 했다는 것은 알겠다.

저자가 딱히 깊이가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 시켜주는 부분이다.

인생은 불확실성과 혼란 속에서 오는 기회들, 그 가운데에서도 큰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계획들이 중요하다.

이런 큰 그림 속에서는 비전을 수립한 후에 내가 하고 있는 모든 활동들이 얼마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목적성에 부합하는가의 관점으로 계획을 세워 나가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런 인생 계획을 폭포수 모델의 WBS를 활용하라니 이게 무슨 어이없는 소리인가.

WBS는 프로젝트 환경에서 유용한 도구이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프로젝트를 위한 것이다.

프로젝트보다는 운영에 가까운 우리의 인생에 WBS로 퇴사 계획을 잡으라는 것은 ‘소잡는데 닭 잡는 칼을 쓰는 격’이다.

인생에 대한 조언을 하기에는 저자의 깊이가 깊지 않음이 느껴지고,

회사 생활에 대한 실용적 조언을 얻으려면 신현만님 시리즈가 훨씬 나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