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점심시간에 서점에 들렀다가 득템을 했다.

다른 모든 것을 떠나서 이 책은 특이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회의에서 똑똑해 보이는 100가지 기술들을 소개하는 이 책은 몇 가지 케이스를 섞어서 소개한다.

첫번째는 회사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을 모방하는 기법들이다.

 

#1 벤다이어그램을 그려라

자리에서 일어나 화이트보드에다 벤 다이어그램을 그리면 무지하게 똑똑해 보인다. 벤 다이어그램이 황당무계하고 틀렸어도 상관없다. 오히려 부정확할수록 좋다. 보드마커를 내려놓기도 전에 제목을 뭘로 할지, 동그라미 크기는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를 두고 동료 직원들이 싸우기 시작할 테니까. 이 대목에서 당신은 자리로 돌아가서 싸움이 가라앉을 때까지 스마트폰으로 아까 하던 게임이나 계속해라.

#8 자료 발표자에게 바로 앞 화면으로 다시 돌아가 달라고 해라

… 이 말을 하면 당신이 그 누구보다도 발표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당신이 지적하려는 사항을 모두가 놓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적질할 게 아무것도 없다고? 그럼 그냥 7초 동안 입 다물고 발표 자료만 째려보고 나서 이렇게 말해라. “됐어요, 넘어갑시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사람들은 항상 주도적이며, 큰 그림을 본다.
책에서 소개하는 기법들은 그 원인은 제쳐두고 그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라고 한다.
완전히 말 앞에 수레를 놓는 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웃기다.

두번째 케이스는 회의에서 멍청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풍자다.

#4 메모장에 뭔가 적는 척하면서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여라

#20 회의에 관한 회의를 하라

위에 소개한 케이스 외에도 멍청한 경우를 소개하며 적절히 풍자와 비판을 하고 있다.

다음 케이스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 정말로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는 기법들이다.

#33 회의를 주관하는 사람 옆에 앉아라

… 회의 의제에 대해 그 사람과 의논하는 척하고 적당한 때를 봐서 그 사람의 주장에 지지를 표명해라. 그러면 나머지 참석자들은 당신이 회의를 공동 주관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다른 참석자들이 진행 상황을 보고할 때 마치 당신에게 보고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이것은 전형적으로 권위를 이용해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방법이다.

#40 회의가 끝날 때쯤, 몇몇 사람에게 따로 의논할 문제가 있으니 가지 말고 잠깐 남으라고 해라

한두 사람에게 회의 끝나고 잠깐 남아 달라고 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러지? 왜 우리는 빼놓는 거지? 우리 몰래 진행하는 극비 프로젝트가 있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뭔가 대단한 일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당신은 그냥 다음에 회의할 때는 간식으로 도넛을 준비하는 게 어떠냐고 물어보려는 건데 말이다.

이 케이스 역시 회사에서 소외 당하는 것에 대한 불안을 가진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이용하는 케이스다. 웃기다.

이 외에도 불필요한 회의를 계속 요청하는 날파리들을 떼어놓는 기술, 자신을 가치 있게 보이도록 하는 기법 등등이 소개된다.

바보같은 소리와 정말  가치가 있는 케이스들이 일관성 없이 마구잡이로 모여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온갖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책이지만 이 책의 시작은 불필요하고 바보같은 회의를 누구나 싫어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또한 형식에 얽매인 바보들이 많다는 점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무척 가볍고 재미있는 책이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 많은 보물을 찾아낼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효율적인 회의를 위해서 회의매뉴얼을 다시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