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의 특성은 폐쇄성과 구속이다. 폐쇄성은 외부와 분리된 것에서 비롯되지만, 분리되었다는 것이 반드시 폐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육지에 있는 나는 바닷속의 고래가 바다 안에서만 갇혀 있다 생각할 수 있지만, 바다 속의 고래는 나를 육지에 갇혀 있다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들이 지내는 프리즌은 사회와 동떨어진 공간이었으나, 이 안의 사람들은 그들만의 규칙 속에 자유롭게 생활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갇혀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이들의 프리즌은 갇힌 공간이라기 보다는 또 다른 세상이라는 느낌이었다.

우리 모두는 각자 우리의 감옥 속에 살고 있다. 하나의 세계에는 그 세계만의 규칙이 있다. 세계의 규칙은 힘이 있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를 위해서 돌아간다. 한석규는 감옥 안에서 신과 같은 존재였다. 세상이 정해 놓은 간수와 죄수라는 프레임은 프리즌 내에서는 전혀 의미가 없었다. 교도소장조차 한석규가 임명할 정도로 프리즌은 한석규가 만든 규칙대로 돌아갔다. 신이 세상을 창조한 것처럼 오랜 기간 한석규는 프리즌을 설계했고 발전시켰다. 한석규와의 검은 커넥션이 자신의 지위에 위협이 될 것이라 판단한 교도소장 정웅인은 자신의 권한으로 한석규를 석방시키려 한다. 한석규는 가석방 서류를 찢어버리며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말려며 정웅인을 위협한다. 이 장면은 한석규가 얼마나 자신의 세상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세상이 정한 규칙은 프리즌 내에서 무의미함을 보여준다. 프리즌 안에서 한없이 자유롭고 강력한 신은 세상으로 나가면 오히려 한없이 구속받을 것이라는 점에서 한석규에게는 이 세상이 ‘프리즌’일 것이다.

세상은 폐쇄적인 집단의 합으로 이루어진다. 학교와 회사, 종교단체들, 그리고 가족 친지들까지. 적절한 폐쇄성을 띄고 있는 집단들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다. 어느 집단에나 한석규와 같은 신이 있다. 그들은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규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감독하고 통제한다. 한석규는 프리즌 내에서 신이 되기로 하고 악마와 손을 잡았다. 신이 되기 위해서는 보통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 한석규는 공포를 이용해 자신의 신도들을 모아갔다. 공포에 의한 지배는 단기적으로 가장 강력하지만 지배를 당하는 자들은 점차 공포에 무디어 진다. 그러면 지배자는 더 강력한 공포를 만들어 내어야 하기 때문에 잔인함은 증폭된다. 한석규는 타인의 손목을 절단하고, 눈알을 파내며,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저질렀다. 이런 장면들은 눈쌀이 찌푸려질만큼 잔인하지만, 이 장면들을 통해 프리즌 안의 사람들이 왜 한석규에게 굴복하게 되었는지 심리적인 공포감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알려주는 것 같았다.

감옥이란 범죄자들이 가득한 특별한 곳이어서 한석규가 사용했던 폭력적이고 야비한 방법이 통했던걸까 생각해 보았다. 이내 어느 곳에나 부정이 가득하며, 가장 높은 곳에 가까울 수록 똥냄새가 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대를 해야했을 때 별다른 생각없이 나는 의경에 지원했었다. 입대 전에 의경 내부에서 구타가 많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 코웃음을 쳤었다. 범죄를 막아내는 경찰 집단 내부에서 구타가 있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는 단순하고 순진한 생각이었다. 대기업에서는 수많은 돈을 들여 기업의 기본강령을 만든다. 기업은 직원들에게 도덕적일 것을 요구하면서, 정작 회장은 횡령하고 탈세하고 뇌물을 가져다 바친다. 또한 뻔뻔하게 사회공헌을 말하며 노동자들을 해고시키고 부당한 근무를 강요한다. 영화에서도 죄수들의 교화를 담당하고 있는 간수들은 뇌물을 받고 불법을 모른척 한다.

김래원은 힘든 싸움 끝에 한석규라는 신을 제거했다. 한석규는 사라졌지만 프리즌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리고 나 역시도 나의 프리즌 안에서 살고 있다. 프리즌 내에서는 신이 되든지 스스로 지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사회라는 프리즌은 자본주의를 신봉하라는 규칙을 가지고 있다. 이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충분한 부를 가지는 것이 꽤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