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오춘기를 겪으면서 문득 ‘내가 왜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하루를 보내다가 갑자기 머리 속에 의문이 생기는건 당혹스러우면서도 즐거운 일이다. 나는 어떤 동기로 인해 일을 하기 시작했고, 일을 하며 효용을 느끼기 때문에 일을 지속하는 것이다. 내가 일을 하며 느끼는 효용에 대해 하나하나 생각해 보았다. 직장에서 일을 하며 받는 돈은 생계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다. 직장 생활 외의 모든 활동들을 할 수 있는 연료가 된다. 직장에서 받는 돈이 있기에 나는 밥을 먹고, 사진 찍을 카메라를 사고, 차를 타고 다닌다. 일을 하면서 나는 누군가에게 가치를 주고 있다. 고객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여 그들이 더 나은 생활을 하게 만든다. 누군가에게 삶을 개선한다는 것은 즐겁고 가치있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일은 일 자체로 즐거운 것이다. 내가 나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업무를 완료한다는 자체가 성취감을 주는 일이다.

이렇게 몇 가지의 이유를 떠올리다가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과 이 생각들을 연결해 볼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물학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는 일을 통해 돈을 벌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해소된다. 관계의 욕구는 직장에서 많은 업무 관계를 맺으면서 충족된다. 사람들과 회의를 하고 잡담을 하며 관계를 만들어 간다. 존경의 욕구는 업무를 잘해서 칭찬을 받거나 평가가 잘 나오면 충족된다. 다른 사람들과 협업을 통해 그들의 힘든 점을 해결해주면 관계까지 더 좋아질 수 있다. 그래서 관계의 욕구와 존경의 욕구는 모두 회사 내의 동료로부터 충족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아실현의 욕구는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충족된다. 일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고, 내가 성장한다는 것을 느끼면서 충족되는 욕구다.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은 기본적으로 상위욕구와 하위욕구를 나누고 있다. 이렇게 욕구를 나눔으로써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순서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위욕구가 충족되어야 그 다음 욕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배가 불러야 직장 안정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직장이 안정적이라야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즐겁게 지낼 수 있다. 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회사를 잘 다녀야 자기계발이나 성취에 눈을 돌릴 수 있다. 충족되어야 하는 순서 외에도 욕구 간의 특성이 다르다. 하위 욕구는 결핍을 해결하면 충족되지만, 상위 욕구는 끊임없이 추구하게 된다는 점이다. 배가 고플 때 밥을 먹고 나면 더 이상 배가 고프지 않지만, 훌륭한 내가 되기 위한 고민은 끝이 있을 수가 없다.

직장생활의 허무함 속에 떠올린 하나의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결론은 내가 이미 1~4단계의 욕구를 충족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자아실현을 위해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민은 끝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아실현의 욕구를 계속해서 충족시키고자 한다면 타인이 아닌 나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 자체에 흥미를 느끼고 더욱 파고들고 스스로 발전해 나가는 것만이 5단계의 욕구를 채워나가는 방법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