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라는 대사가 너무나도 함축적으로 잘 보여주듯이, 사회의 곳곳에 본질을 잊은 모습이 종종 보인다. 혼잡한 퇴근길의 잠실역 지하도에서 이 장면이 내 눈에 띄었다. 내가 사진까지 찍었다는 것은 이 장면이 나에게 꽤나 큰 인상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반역’을 봤을 때만큼의 충격이 있었다. 이 작품은 파이프 그림 아래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문장을 배치해 둠으로써 관객들에게 작품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반역’

잠실역에 있는 이 작품이 유사한 느낌을 준 이유는 ‘앉지 마세요! 문화예술 작품입니다.’라는 표지판이 예술 작품을 작품 같지 않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예술작품이라고 명시하는 그 표지판은 역설적으로 예술작품을 예술작품이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다시 한 번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시민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장소에 설치된 예술작품의 본질은 예술성을 가진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다. 작품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부차적인 조건이다. 그런데 흉물스런 표지판은 작품성을 바로 죽여 버렸다. 이 작품은 사람들이 앉는다고 망가질 정도로 약해 보이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종종 앉는다면 그 자체로서 시민이 참여하는 예술성이 가미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본질을 놓치는 행정이 문제이고, 예술성에 대한 심미성을 판단할 수 없는 공무원이 문제다. 수많은 관광명소에 알록달록한 설명을 써붙여 놓은 것도, 새로 생기는 신도시의 도로변에 번쩍거리는 금속으로 보호대를 설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예술작품을 설치한 후에 예술성을 바로 죽여버린 의도를 알 수 없는 장면에 혼란스러워졌다.